▲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
이희훈
- 때로는 우리말을 그대로 쓰면 정치적으로 옳지 않은 단어를 쓰게 되기 때문에 영어를 쓰는 경우도 있는 듯해요. 성소수자나 젠더 이슈, 가족 관계를 일컫는 호칭 문제에서 그런 면이 있죠.
"그렇죠. 그런데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인 사회를 오랫동안 살아와서 바꾸기 힘들어요. 양가가 평등하게 바꿔야겠지만요, 이제까지 여성들 사이에 위계 서열 같은 것도 남성 위주로 정해졌잖아요. 자기보다 열 살 아래인 동서도 윗동서니까 형님이라고 해야 하고요. 고쳐야죠. 그런데 가족들이 자주 만나지 않기 때문에 힘들죠.
(그런 건 정부에서 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쉽지 않아요. 정부에서 대안어를 제시해줄 수는 있겠지만 가족들이 자주 만나지 않기 때문에 호칭을 바꾸기가 쉽지 않죠. 제일 마지막에 바뀌는 호칭일 것 같아요. 자주 만나는 관계, 직장 호칭 바꾸는 게 더 쉽죠. 직함을 아예 안 부르고 이름 부르는 회사도 요즘에는 많잖아요."
- 한자어를 남용하지 말자는 주장도 하고 계신 걸로 압니다. 우리말을 가꾸는 일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시각 장애인들의 한자어를 인식하기 어려운 점을 말씀해주셨는데요.
"한자를 모른다고 해서 낱말 뜻을 모르지는 않거든요. 한자의 훈을 알면 뜻이 잘 풀리는 말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필요가 없어요. 낱말이 의미를 획득한다는 게 꼭 한자를 풀어서 숨어 있는 뜻을 다 파악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예전에 공문서에 국한문을 혼용할 수 있게 해달라,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이 위헌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운동을 한 분들이 있었는데요. 그 분들은 한자로 쓰지 않으면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많다고 주장해요. 그런데 그런 주장을 담은 문서에서조차 한자가 필요 없었어요. 제가 시각장애인이라 한자뿐만 아니라 한글도 읽을 수 없어서 그걸 몽땅 소리로 바꾸어 들었거든요. 소리에 한자가 어딨고 한글이 어디 있습니까? 그 소리만 듣고도 다 이해할 수 있었으니, 굳이 한자로 적지 않아도 사실은 그 뜻을 다 이해할 수 있는 셈이죠.
그리고 한자어에 뜻이 다 담겨있는 줄 아는데 한자 훈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낱말이 훨씬 많아요. 예를 들어 '헌법(憲法)'은 '법 헌'에 '법 법'인지라 그저 동어반복이지 무슨 뜻을 설명해주지 못하거든요. '비난(非難)'은 '아닐 비'에 '어려울 난'인데, 이게 사람 욕하는 비난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런 게 다 한자에 대해 잘못 알려진 미신이죠. 한자어들 가운데 구성 한자의 훈으로 낱말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건 33% 남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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