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전과 27범' 박경석 대표의 랩과 눈물

등록 22.04.15 19:13l수정 22.04.15 19:13l이희훈(lhh)

ⓒ 이희훈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담배 한 대 피고 가겠다"며 흡연장으로 향했다. 그리곤 한숨을 담배 연기 속에 숨겨 내뱉었다.

'장애인 이동권'을 놓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JTBC <썰전 라이브>에서 토론을 벌이기 위해 지난 13일 오후 1시 30분 방송국 앞에 도착한 박 대표는 그렇게 휠체어를 돌리며 숨을 몰아 쉬었다(관련기사 :  이준석과 맞짱토론 나선 박경석의 긴 하루 "사실 무섭다"  http://omn.kr/1ycap).

끊이지 않는 핸드폰 통화를 마치고 담배를 쥔 손으로 내천자 미간을 쓸어내렸다. 그는 토론회를 위해 이동하면서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살장 가는 기분이다. 토론 이후 이준석을 따르는 혐오 세력이 나를 얼마나 갈가리 찢어낼지 걱정이다."

그는 그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담배를 한 대 핀 후엔 '허허실실' 박경석으로 다시 돌아왔다. 

긴장돼 보이기만 했던 그는 오후 3시 10분 토론회가 시작되자 랩을 하기 시작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토론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대기실)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 일대일 토론 출연준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내 모습 지옥 같은 세상에 갇혀 버린 내 모습, 큰 모순,
자유평등 지키지도 않는 거짓 약속, 흥 닥 치라고 그래,
언제나 우린 소외 받아왔고, 방구석에  폐기물로 살아있고,
그딴식으로 쳐다보는 차별의 시선, 위선속에 동정받는 병신이 아냐
닥쳐 닥쳐라, 우린 병신이 아냐" 
- 그룹 젠의 랩 <공간이동> 중
 

박경석은 토론 방송 전 준비한 자료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담담한 모습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 이희훈

 
장애인운동을 하며 쌓아 올린 '전과 27범'의 뜬금 없는 랩이었다. 그 땐 몰랐다. '첫 방송 토론이라 떨리나' 했던 그의 모습을 다시 보니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21년을 '병신취급' 당하며 버텨온 시간의 애환이 헛웃음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날 JTBC의 유튜브 채널 생중계를 포함해 총 160여 분간의 토론은 그렇게 끝났다. 
 

랩을하고 있는 전과 27범 박경석 ⓒ 이희훈

  
박경석 대표는 15일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내모습 지옥같은 세상에 갇혀버린 내모습."

야심차게 처음 썰전에서 마음먹고 불렀는데 왕창 망쳐버렸어요. ㅠㅠ
너무 떨려서요. 근데 이 노래는 2001년 이동권 투쟁 한창일때 '젠'이라는 그룹이 장애인이동권 투쟁을 지지하고 너무 과격하게 보이지 않게 노래로 젊은 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작곡, 작사에 노래 음반까지 만들어 준 선물이랍니다.

그 노래 전체가 노들야학 자료게시판에 있어요.  한 번 전체 노래 들어보실래요. 내가 방송에서 부른 부분은 '랩'부분입니다.

이 나이에 '랩'을 외우고 연습해서 부르는 것은 좀 거의 인간승리 수준이랍니다. 무지 연습했는데 엉망이 되었어요. 떨리더라고요. 재판받을 때 마지막 진술로 판사님 앞에서 부를 때보다 더 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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