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개선문 앞에서 국경없는기자회 회원들이 중국 내 언론인 투옥을 규탄하기 위해 재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에 세워둔 차량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건배하는 사진과 함께 "119명의 언론인을 구금한 중국 정부… 방문을 환영한다"고 쓰여있다.
연합뉴스
올해 '국경없는기자회'의 '세계언론자유지수' 발표와 관련해 일부 한국 언론인들이 내놓은 논평이 우려를 넘어 개탄스러운 수준이다.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내놓은 성명이 대표적이다. 공언련은 13일 성명을 통해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 보고서가 "설득력이 눈꼽만큼도 없는 찌라시"라고 혹평하고 있다.
맞춤법까지 여러 곳 틀릴 정도로 급하게 작성한 듯한 성명을 통해 공언련은 '국경없는기자회'가 "좌파 정부엔 우호적"이라면서 "찌라시 만들기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이따위 짓을 계속하다간 세계적 망신을 받고 간판을 내려야 할 상황에 반드시 직면할 것"이라고 맺었다. 구성원의 상당수가 언론 종사자로 보이는 이 단체의 성명은 북한을 연상할 만큼 논조가 섬뜩하다.
이들은 성명에서 자신들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경없는기자회' 설립자의 과거를 소환하고 있다. 올해 71세의 로베르 메나르가 "중학생 때 소련 트로츠키를 추종하는 혁명공산주의동맹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유럽 문화와 현대 정치사에 문외한으로 보이는 작성자의 거친 논리 전개에 일일이 설명을 달자면 논점이 흐려질 것이다. 다만 메신저를 비판하기 앞서 메시지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라는 수사적 원칙은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경없는기자회'의 신뢰성을 논쟁거리로 삼기 전에 한국 언론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적어도 언론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의 언론 환경이 많이 낙후돼 있다는 점은, 올해 들어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점은 인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언론인이라면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혹여 메시지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경없는기자회'라는 메신저를 신뢰하기 어렵다면 '프리덤 하우스'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를 참고할 수도 있다. 이 단체는 미국에 기반하고 있고, 설립자가 트로츠키와는 아주 거리가 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이자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조카, 엘리너 루스벨트다.
2017년이 마지막 발표였는데 그 자료를 보면 한국은 199개 대상국 가운데 66위로 올해 '국경없는기자회'의 보고서와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고 다수의 남미 국가들, 동유럽 국가들, 필리핀, 몽골 등과 함께 '부분적 자유' 국가에 속해 있다.
굳이 말하자면 '국경없는기자회'나 '프리덤하우스'의 보고서에서 모두 북유럽, 서유럽 국가들이 상위에 속해 있고, 북한과 일부 중앙아시아 국가들, 에리트레아 등이 최하위 그룹의 터줏대감들이다. 공언련의 주장대로 서유럽 국가들이 좌파정부가 장악하고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을까?
마지막으로 공언련이 '국경없는기자회'의 신뢰성을 문제 삼으려다 범한 또 하나의 오류를 지적하자면, 나미비아, 가나 등은 원래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정도가 높은 국가들이다. 이들이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는 이유로 이 보고서의 신뢰성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뜻이다.
가나의 경우 2021년까지만 해도 언론지수 세계 20위권으로 한국보다 상위에 있던 나라다. 그러다 2022년 30계단이나 하락하면서 한국보다 뒤처졌지만 올해 다시 한국보다 12계단 위로 올라섰다. 언론 환경은 정부의 역할, 자본과의 관계, 언론인의 상황 인식, 언론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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