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호(21세, 여)

"나 보러 올 땐 웃어줘."

지호씨가 생전 친구와 주고받았던 메모엔 이 같은 희망 묘비명이 적혀 있었다. 한참 뒤에 쓰여야 했을 이 문구는 너무도 빨리 묘비에 새겨지고 말았다.

딸이 남긴 말처럼 웃어야 하건만 묘비 앞에 선 엄마·아빠의 눈엔 자꾸 눈물이 고였다. 말없이 꽃과 과일을 내려놓은 부부는 눈물과 함께 연신 묘비에 쌓인 먼지를 닦아냈다.

지호씨는 스타일리스트를 꿈꾼 열정 넘치는 대학생이었다. 어릴 적부터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분명히 알고,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다하던 아이"였던 지호씨는 패션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그는 학창시절 예체능계 소속이 아님에도 열심히 노력해 서울 소재 대학의 의류학과에 들어갔고 막 졸업 작품을 준비하던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