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18 16:54최종 업데이트 24.04.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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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타임> 표지 ⓒ 타임

 
"당신은 어른들이 기후위기를 유발했고, 우리의 미래를 당신들이 빼앗아가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당신은 온실가스를 내뿜으며 산업화를 이루고 부를 축적했던 북반구 어른들 세대가 만들어낸 그 풍요를 온전히 '혜택'으로 받고 자란 북반구의 젊은 세대 아닌가. 이 질문을 지금의 기후위기의 책임과 그 어떠한 관계도 없는 남반구 사람들로부터 받는다면?" 

질문은 정중해야 한다. 얼마 전 취재와 인터뷰 글쓰기 교육을 받으며 귀에 담은 말이다. 교육 중 인터뷰 대상을 골라 가상으로 질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내가 고른 대상은 그레타 툰베리. 그 외에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이회성 의장나 사과 농부를 고를 수 있었으나,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질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툰베리를 골랐다.


지적과 공격은 배제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내 질문은 온통 송곳질과 훈계였다. 그러나 첫 질문은 예외였다.

"툰베리! 당신이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운동을 시작했을 당시에 비해 지금 기후 정책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하는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시급한 해결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연속된 질문은 지적질의 포화가 되었다.  

"남반구의 미래세대들은 미래만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북반구에 빼앗겨 왔고, 그래서 더 이상 빼앗길 미래조차 없다. 기후문제를 세대 간의 대립으로 구도화한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은 기후를 위해, 당신이 이야기하는 미래를 위해, 성장의 후광, 풍요를 포기해야 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암묵적 동의인 듯 잘 꺼내지 않는 이야기. 그러나 내심 불편했던 이야기들을 쏟아 보았다. 어차피 연습이란 핑계로, '기후 우울'이라는 신조어를 들으며 얹혀있던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우울하다는 그대들이 어렵지 않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에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굶고 떨며 일제시대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했던 이야기 하듯 꼰대 버릇이 이렇게 또 나온다.  

세대 간이 아니라 세대 내 불평등이 문제
 

2022년 9월 24일 기후위기 행진에 참여한 어린이들. 우리들의 미래를 지켜달라고 호소한다. ⓒ 924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


툰베리를 재물 삼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세대 간의 문제로 대립시키는 순간 기후위기를 유발한 문제의 핵심과 본질은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다. 기성과 관행에 대한 질타를, 어른과 기성세대 문제로 치환시키면 문제의 원인을 왜곡시키거나 착시를 일으키는 함정으로 유인하는 격이 아닐까?

물론 툰베리는 그렇게 소비된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굳이 세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기왕에 세대와 세대가 아니라 세대 내 불평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대 간의 책임과 피해가 고르지 않은 것보다, 세대 내 책임과 피해가 고르지 않다는 점, 책임이 있는 집단보다 책임 없는 집단의 피해가 더 크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이들은 따로 있다. 국가로 보더라도 1750년부터 2020년 사이 지금까지 배출된 온실가스의 약 24%는 미국의 책임이다. 중국 13.5%, 러시아 7%, 독일 5.5%, 영국 4.5%, 일본 3.7%, 그다음이 인도, 프랑스, 캐나다 순이며 이들 15개 나라가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가 포함된 주요 20개국(G20)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80%에 이른다. 중국과 인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것은 선진국의 온실가스 다배출 공장이 이곳으로 이전되어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또한 부유한 사람들은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생활의 질과 습관을 갖고 있지만, 오염의 원인자와 피해자가 불일치를 이루는 불합리함처럼, 이들은 기후재난의 피해에 상대적으로 적게 노출되어 있다. 기후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주거와 안정적인 직업으로 이탈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태풍이 불면 날아가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허술한 지붕이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강의 수위가 높아져 범람의 피해를 보는 것은 주변 농경지를 터전으로 사는 사람들이고 이들은 작물을 수확하지 못한다. 사막화와 해수면 상승, 폭염과 한파 피해에 노출되어 기후난민이 되고 일자리를 잃으며 기후재난의 직접적 피해를 입는 것은 가장 개발이 더디고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나라와 사람들이다. 

지금 당장 행동 촉구하고 기후를 위한 정치 요구해야

누구는 성장이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성장이 멈추면 큰일이 날 것처럼 생각되고 또 그렇게 이야기한다. 성장이 이 체제를 유지하는 동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량 생산과 폐기라는 순환을 전제로 하는 체제다.

많은 양의 자원을 채굴하고 에너지를 사용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되는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이 체제는 자본의 증식을 전제로 하는 체제의 다른 말이기도 해서, 누군가는 체제가 문제라는 말로 표현하고, 누군가는 성장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대량 생산과 소비, 폐기 시스템을 말하고, 누군가는 생태순환이 불가능한 사회로 언급한다.

문제는 기후위기와 재난을 야기한 이 시스템을 반복하고 유지하는 한 현재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그 피해는 세계 내에서, 국가 내에서, 세대 내에서 불평등하게 나타난다는 것이고, 이 문제는 누군가를 혹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해를 입을 우리를 구하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을 촉구하고 기후를 위한 정치를 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위기를 촉진해 온 기후불평등 사다리의 상위를 점하는 그룹은 산업 전략의 변화만을 이야기하며 기후위기라는 현상을 기회로 접근하고 기후위기 문제 해결과는 그 어떠한 상관도 없는 해결책만을 이야기한다.

또는 기후운동을 이야기하며 조용히 핵발전 확대와 공모하거나, 기후를 말하며 에너지산업 전환과 투자에만 골몰한다. 마치 실패할 권리가 스스로에게 부여된 것인 양 발언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툰베리는 성장하고 확장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스웨덴의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등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던 도중 현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레타 툰베리는 독일에서 대규모 탄광 개발 및 마을 철거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다 경찰에 잡혀가기도 하고, 스웨덴 말뫼 인근 도로에서 경찰 불복종 혐의로 벌금형도 선고받았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과 세금 감면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휴전을 촉구하며, 환경운동가로서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팔레스타인과 함께 하기를, 국제적인 연대 없이 기후정의도 없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순수한 환경운동, 기후운동이 아닌 발언처럼 폄훼하지만, 툰베리의 말은 지극히 맞는 말이다. 평화는 기후를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기후와 평화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전쟁이란 것이 생명을 파괴하는 학살 외에도 비가시적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녀는 매우 잘 아는 것 같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쟁이 왜 종식되어야 하는지, 무엇이 더 시급하게 종식되어야 하는지를 떠나, 이 두 가지 현상이 어떻게 맞물려 있고, 밀접한 것인지, 군사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위기에 어떻게 관계되어 있는지는 다음 리포트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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