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17 11:52최종 업데이트 24.04.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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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심판론으로 시종했던 총선, 즉 여당은 586 심판론과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그리고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내걸었던 이번 총선의 결과는 결국 정권심판론의 승리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61석을 확보하는 한편 비례대표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14석을 획득함으로써 전체 175석을 얻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구에서 90석, 비례대표에서 국민의미래를 통해 18석을 확보함으로써 전체 108석만을 얻었다. 선거 과정에서 급부상한 조국혁신당은 12석의 비례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파란을 일으켰다.

22대 총선의 몇 가지 특징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2대총선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발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번 22대 총선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호남권 이외에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도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즉 민주당은 호남권 전체 28석을 획득한 데 더해, 수도권 122석 중 102석과 충청권 28석 중 21석을 얻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영남권 65석 중 59석을 획득했지만 다른 권역에서는 미미한 성과를 거뒀다. 요컨대 국민의힘 의석 획득은 영남권으로 축소된 반면, 민주당의 의석 획득은 호남권을 넘어 영남권 외의 모든 권역으로 확대되었다.

둘째, 22대 총선 결과는 4년 전인 21대 총선의 결과와 상당히 유사하다. 2020년 당시 민주당은 호남권에서 27석, 수도권에서 103석, 그리고 충청권에서 20석을 얻었는데, 이는 22대 총선 결과와 거의 비슷하다. 양 총선의 중간 시점이었던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은 민주당이 압승했던 4년 전 21대 총선 결과를 다시금 보여줬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과 국민의힘 승리에 일정 정도 기여했던 2030세대 표심의 상당 부분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되돌아왔다는 점이다. 방송 3사(KBS MBC SBS)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 지역구 투표에서 20대 이하는 더불어민주당에 59.3%의 지지를, 30대는 52.8%의 지지를 보여줬다.

셋째는 소수정당들의 재편이다. 조국혁신당의 급부상과 녹색정의당의 급락이 이번 총선의 또 다른 특징이었다. 사실 선거전이 시작될 무렵 제3당이 얼마나 부상할 것인지는 세간의 주요 관심사였다. 주요 양당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당으로부터 이탈한 소수 정당들이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 결과는 의외로 윤석열 정권 심판의 선명한 기치를 내건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킨 반면, 전통적인 제3당이었던 녹색정의당은 1석도 건지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왜 참패했나?  

22대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왜 참패했나?

이와 관련하여 새삼 우리가 상기해야 할 것은 출범 당시부터 윤석열 정부가 강력한 정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48.56%를 획득했는데, 47.83%를 얻은 이재명 후보보다 겨우 0.73%p 앞섰을 뿐이다. 이처럼 박빙의 차이로 승리한 정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이 보여준 국정운영의 모습은 무소불위 또는 막무가내의 그것이었다.

우선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시종일관 야당의 주요 인사들을 범죄인 취급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정치를 무시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총선 캠페인 과정에서 이·조 심판론을 내세워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사실상 범죄인 취급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정치는 사실 '검사정치'라 할 수 있겠다. 그것도 자신들의 혐의는 은폐 축소하고 상대방의 혐의는 과장하고 부풀리면서 말이다.

다음으로 윤석열 정부의 무능한 국정운영이다. 윤석열 정부의 집권 시기는 코로나19와 인플레의 위기 속에서 경제와 민생을 되살려야 하는 시기이자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전환기의 시대적 과제들을 대비해 나가야 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집권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윤석열 정부가 이룩한 성과는 잡히는 것이 없다. 아니, 정부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도 잘 파악되지 않는다. 그런 탓인지 민생을 비롯한 모든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부자 감세와 이로 인한 세수 펑크 이외에 우리의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어쩌면 총선 캠페인 과정에서 발생한 '대파 파동'은 그러한 현실에서 불거진 민심의 분출이었을 것이다.

국민은 정부가 모든 일을 다 잘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민은 적어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는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보고 싶어 한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미 국민은 세월호 사건 때 보여준 정부의 무책임에 대해 깊은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 회피와 '런종섭'과 같은 채상병 사건에 대한 대응은 국민의 분노를 야기시켰다.

다른 한편 대외정책에서도 많은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민족적, 역사적 정의와 자존심이 걸려 있는 한일관계의 문제, 그리고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남북문제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국익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극히 예민하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오로지 자유만을 외치며 일방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남북 대결을 강화하고 있어 국민들은 많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홍익표 원내대표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손을 잡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2대 총선의 정권 심판은 달리 말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라는 국민의 요구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우선 대국회 관계, 대야당 관계에서 태도를 바꿔야 할 것이다. 법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겁박하고 야당 인사들을 범죄자로 간주하는 '검사 정치'는 일종의 유사 권위주의 또는 준권위주의 통치이다. 또한 그것은 법치의 이름으로 정치 혐오의 반정치적 심리를 동원하여 정당 정치를 훼손하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이기도 하다. 나아가 경쟁이 정치의 기본 속성이기는 하지만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동체 문제의 해결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정부·여당과 야당은 현재 우리 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현재는 국내외적으로 우리 경제와 민생이 쉽지 않은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의 국정은 포용적이면서도 민생에 매우 민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가 재정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은 매우 거칠고 자의적이었으며, 국고는 '부자 퍼주기'로 인해 비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그 국정운영과 재정 운용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상의 문제들이 당면 과제라 한다면, 우리 앞에는 대전환기의 미래 과제들 또한 놓여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지역 균형발전, 저출생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대비, 디지털과 그린 전환, 그리고 급변하는 국제정세 대응 등이 그것이다. 이상과 같은 대전환기의 주요 과제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선진국 달성의 정상을 바로 앞두고 멈춰서거나 되돌아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우리 정치는 이러한 중장기적 과제들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강력한 경고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4.4 [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원래 총선은 국회를 구성하는 국민 대표를 뽑는 행사이다. 하지만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총선의 또 다른 기능은 집권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총선은 후자의 성격, 즉 중간평가의 성격이 두드러졌던 선거였고, 그 결과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강력한 경고였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강한 정부가 아니었다. 이후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여론조사에서 긍정적인 여론이 35% 안팎이었고 부정적인 여론이 60%를 넘나들었다는 사실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100% 권력을 위임받은 것처럼 행동했다. 야당이 반드시 잘했던 것이 아님에도, 이번 총선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통한 국민의 경고에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 반응의 방향은 다음 두 가지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나는 반성의 모양새는 취하겠지만, 여전히 과거와 같은 길을 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의 경고를 제대로 수용하여 국정운영을 대폭 변화시키는 길이다. 대통령실 개편과 내각 개편 그리고 여당 개편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의 요구에 대해 보다 세심하게 반응하고 보다 겸손하게 그 요구를 국정에 반영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총선을 통해 탄핵이니 임기 단축이니 하는 거친 말들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처럼 과거 그러한 사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은 확대되었고, 그것은 이후 국민들 사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 결과를 감안하여 부디 윤석열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의 경고에 제대로 부응해 줬으면 한다. 주권자인 국민은 권력을 줄 수도 있지만, 그것을 다시 회수할 수도 있다.
 

정해구 / 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 ⓒ 정해구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정해구는 전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정치학 전공 교수로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과 국무총리 소속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로서 한국 정치 및 대전환기 미래 정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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