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03 07:08최종 업데이트 24.04.03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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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월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세제 지원 등으로 깎아주는 국세감면 비율이 2년 연속 법정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지난 3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4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보면 올해 국세감면액 전망치는 77조 1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1년 전 69조 5000억 원보다 10.9%나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규모 감세가 진행되지만 세법을 바꾼 감세는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어렵기 때문에 감면을 늘리는 방식으로 감세를 증가시키고 있다.


조세지출이란 비과세, 세액감면 등을 통해 세금을 면제해 주거나 줄여주는 제도이다. 예산지출은 예산을 지출하는 것이지만 조세지출은 걷을 조세를 줄여주어 재정지출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조세지출은 연초에 기본계획을 의결하고 다음 해 예산서를 제출할 때 계획서를 제출한다. 

이번 조세지출 기본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국세감면 법적한도를 초과하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2023년에 1.5% 초과해 가장 많이 초과했던 기록을 2024년도에 갱신했다. 지난해 9월에 제출한 조세지출 예산서에서는 2023년도 국세감면율이 13.9%로 국세감면한도 14.3%를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23년에 56조 원이라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국세감면한도는 1.5% 초과하게 된다. 여기에다 올해 계획은 이미 77조 1000원이 감면액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법정한도를 1.7% 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낙관적인 추정이다. 우선 조세수입의 감소 때문이다. 경기불황으로 500대 상장 중견기업 가운데 17%가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절반가량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3월 31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중견기업 489곳의 매출액이 1.0%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13.2% 감소했다. 작년 경기불황으로 대기업의 실적 부진이 고스란히 중견기업에 반영되었고 따라서 법인세도 감소한 상황이다. 작년실적은 올해 세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세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2024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의 눈속임

이번 정부 자료에는 예년과 다른 눈속임이 있다. 지난 2022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은 물론 2023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서도 항상 고소득층 및 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통계를 제공해 왔다. 조세감면이 저소득층에 더 도움이 되는 제도임을 강조하기 위해 20여 년 전부터 계속되어 온 관행이다.

그런데 이번 2024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는 이 표가 사라졌다. 아무 설명도 없다. 일부러 제외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계는 투명성을 상징한다. 진실의 창이다. 실제로 이 통계를 만들고 나서 대기업 감세보다 저소득이나 중소기업 감면 비중이 증가해 왔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추세가 반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저소득자 비중이 2021년 71.1%에서 2023년 68.8%로 줄었고, 고소득층은 28.9%에서 31.2%로 증가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중소기업은 2021년 70.9%에서 2023년 66.2%로 감소했다. 하지만 대기업인 상호출자제한기업은 2021년 10.9%에서 2023년 13.35%로 급증한다. 사실상 대기업에 가까운 중견기업도 같은 기간 3.3%에서 3.8%로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이 누구에게 유리한지 보여주는 정부 자료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통계자료를 없애 감추지 말고 솔직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작년 자료에도 상당한 왜곡이 있었다. 2022년 고소득자의 정의를 기존 평균소득 150%에서 200%로 높이는 기준 변경을 한 것이다. 통계청 기준으로 2022년 근로자 평균소득이 월평균 327만 원이므로 고소득자는 654만 원 이상을 말한다. 따라서 월 소득 600만 원도 중저소득에 포함되게 된다. 더구나 전체 근로소득자의 37.2%(2020년 기준)가 면세자이다. 이들은 한푼도 감세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중저소득자 조세지출 29.8조 원이 사실상 중상위 소득자의 면세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라살림연구소 등 전문가들은 이러한 통계 왜곡을 수정하여 현실을 정확히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통계를 더 정확히 하기는커녕 있던 통계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재정 현실 공개하고 국민들과 소통해야
 

지난 2월 23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월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를 한 적이 없다"며 "부자 감세가 아니라 내수 촉진 감세"라고 주장했다. 교묘한 말장난이다. 낙수 효과를 묻는 야당 의원 질문에는 "낙수 효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집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매년 있던 재정조기집행의 압박이 올해 유독 심하다고 한다.

지난 3월 재정동향을 보면 2월 말 지출 진도는 8.5%로 전년보다 0.5% 상승했다. 51조 원에서 55조 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경기 상황을 고려해 집행을 독려하고 있다고 하지만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집행을 3월까지 집중하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나 자산취득은 오히려 줄었지만 이전지출이 1.1% 증가하고 물건비도 0.9% 증가한 것으로 보아 보조금이나 기관 간 재정투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채시장부분도 조달금리가 내려간 것은 다행이지만 1~2월에 29.9조 원을 발행하여 연간 발행액의 18.9% 진도율을 보이고 있다. 매우 빠른 속도라고 할 수 있다. 선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여진다.

국유재산도 전월 대비 7.4조 원이 감소해 1367조 원이다. 재정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성격 규명이 필요하다. 국가채무는 윤석열 정부 들어 올해까지 2년 동안 133조 원이 늘었거나 늘어날 예정이다. 중앙정부만 보아도 작년 1년만 해도 11개월 동안 77조 원이나 늘었다.

재정적자를 늘리면서 재정건전성을 추구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다. 올해 예산 2.8% 증가로 역대 최소라고 주장하지만 수입이 2.2% 줄었다. 감세 때문이다. 따라서 수입보다 지출이 5%가 많다. 따라서 재정건전성 기준이라고 주장하는 3% 재정적자를 넘어 3.9%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이것도 경제성장률이 2.4%라고 하는 기준에서 그렇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당초 경제성장률을 2.4%로 잡았다가 1.4%로 내렸고 이마저도 결산통계가 나오면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한다. 참고로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추정하고 있다.

정책의 시작은 정확한 통계에서 시작된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지난해 엄청난 세수 오차도 의도인지 실수인지 알 수 없지만 기재부의 비공개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경제대국 대한민국을 소수의 엘리트가 독점적으로 통제하고 기획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오만이다.

솔직하게 재정 현실을 공개하고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것은 나쁜 포퓰리즘'이라는 가치관을 명확히 하고 토론해야 한다. 내수 촉진 감세라는 말장난으로 위기를 오도하는 것은 불길한 생각만 들게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전 재정경제원 관료들 모습이 자꾸 겹쳐 보이는 것은 괜한 기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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