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0 10:54최종 업데이트 24.03.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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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22대 국회가 방송3법의 부활 처리를 하길 바라는 유권자의 DM. ⓒ 박종현

 
저는 기자 출신입니다. 아니, 출신이 아니라 아직도 기자입니다. 회사 소속이든 아니든, 회사에 다니든 퇴직했든 기사를 쓰는 한 기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1986년부터 2017년까지 신문사 두 군데에서 30년 정도 일했습니다.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시절에 민주화운동을 취재하면서 시민의 격려를 받고 우쭐하기도 했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같은 한 건의 기사가 세상을 바꾸는 일도 경험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기자가 '기레기'라는 멸칭으로 불리는 참담한 광경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빛과 그림자를 두루 겪었습니다.


신문사를 떠나고 보니 회사 소속 기자, 신문사, 방송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낍니다. 회사 안에 있을 때도 중요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밖에 나가 보니 안에 있을 때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걸 절감합니다. 시민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기자를 '기레기' '기더기'라고 야유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비난과 조소의 말 속에 얼마간은 잘하라는 자극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밖에서 더욱 잘 보이는 미디어계의 문제들

신문사를 떠난 뒤 자유기고가로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미디어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관찰하게 됩니다. 6년가량 밖에서 바라본 우리나라 미디어는 제가 일할 때보다 훨씬 추락했습니다. 열화했습니다. 진보네 보수니 하는 매체의 성향을 떠나 더욱 정파적으로, 더욱 상업적으로, 더욱 선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지금의 '언론'과 '언론사'를, 언론과 언론사로 부르는 게 아주 못마땅합니다. 언론이란 단어에는 공적인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는데, 우리나라 기성 '언론'과 '언론사'에 그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그들을 그저 미디어, 미디어 회사로 부릅니다. 일본에서 보니, 일본은 일찍부터 신문과 방송, 신문사와 방송사를 언론이라고 부르지 않더군요. 신문과 방송은 매스컴 또는 미디어로 부르고, 더더구나 기자를 '언론인'이라고 부르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의회를 '언론의 부(府)'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선 오래전부터 상업성을 내장한 미디어가 국민의 대표 기관이 되기엔 턱없는 존재라고 본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 우리나라 미디어 상황은 더욱 추락하고 있습니다. 나빠지고 있습니다. 더는 떨어질 곳이 없는 줄 알았는데, 땅 밑에 깊은 지하가 있는 걸 몰랐습니다. 그중에서도 방송의 추락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땅바닥 뚫고 지하까지 추락한 공영방송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박장범 KBS 앵커와 대담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우리나라에는 두 개의 지상파 공영방송이 있습니다. 한국방송(KBS)와 문화방송(MBC)입니다. 케이블까지 고려하면 와이티엔(YTN)과 연합뉴스TV도 준공영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윤 정권이 이들 공영방송에서 공영성과 독립성을 제거하려고 난리를 치고 있고, 일부에서는 의도를 관철한 상태입니다.

먼저 한국방송을 봅시다. 정권을 잡자마자 한국방송 이사회를 공격해 사장을 쫓아내고, 윤 대통령의 술친구로 알려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출신 박민 전 <문화일보> 기자를 사장에 내리꽂았습니다. 9시 뉴스는 '땡윤 뉴스'로 바뀌었고, 세월호 1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는 총선 이후 방영할 예정이었는데도 총선에 영향을 끼친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연기됐습니다.

국내외를 달군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의 디올 명품 가방은, 이 방송국의 앵커의 연금술에 의해 '외국 회사의 조그만 가방' '파우치'로 둔갑했습니다. 이들 사례 말고도 공영방송을 '윤석열 방송(윤영방송)'으로 만들려는 무수한 악행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박민 사장이 아니라 '박멸 사장'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겠습니까.

문화방송은 법원이 제동하는 바람에 아직 버티고 있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한국방송처럼 '친윤 방송 만들기 작업'이 전개되겠죠. 이미 와이티엔은 정부 지분을, 유진그룹이라는 수상한 기업에 팔아넘긴 상황입니다.

공영방송의 '윤영방송 만들기' 첨병 노릇을 하는 기구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입니다. 선택적 몰아내기와 임명으로 친윤 전위대가 된 두 기구는 '정권에 대한 유불리'라는 오직 하나의 잣대로 방송의 지배구조와 방송 내용을 '친윤화'하고 있습니다. 합의제 운영 원칙도 무시하고, 법과 관행도 거들떠보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방심위는 위원장이 친·인척에게 민원을 사주하고 그걸 바탕으로 징계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버젓하게 자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방송지배 구조와 방송 내용의 친윤화가 어느 정도 달성됐는지는 모르나, 이 두 기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이로써 두 기구는 사실상 스스로 '사망 선고'를 받은 셈이 됐습니다.

방송3법 부활 처리하고, 방통위·방심위 전면 개편해야
 

방통위,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월 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YTN의 최대 주주를 유진이엔티(유진그룹)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 이정민

 
저는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탄생하는 제22대 국회에서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이 사영화-윤영화 한 공영방송을 다시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영방송마저 지금처럼 당파화 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공론을 담당하는 미디어는 소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신문도 방송의 영향을 받아, 더욱 편파적이고 당파적인 도구로 변질할 게 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21대 국회에서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3법의 부활 통과가 꼭 필요합니다. 방송3법의 주요 내용은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교육방송의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의 수를 크게 확대해 정치권의 입김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누가 정권을 잡든 공영방송을 친정권의 매체로 만들지 못하도록 하자는 얘기입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하지 않다가 국민의힘이 잡으니까 하자고 나서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민주당도 반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공영방송을 공영방송답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여야 정치권에 대한 언론계, 시민사회의 압력이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 정권의 별동대로 변질돼 수명을 다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전면 개편해야 합니다. 두 기구를 정치권의 입김을 최소화하고, 합의제와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방심위 역할을 하는 방송윤리위(BPO)는 구성도 방송계 자율로, 예산도 방송사 부담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방심위는 겉만 민간 독립기구이지 실상을 보면, 대통령이 위원을 임면하고 예산은 정부 예산을 받아 운영합니다. 이러니 독립·공정 심의가 될 턱이 있겠습니까.

가장 시급한 공영방송부터 국민의 품으로 돌려준 뒤, 의도적 편 가르기와 허위 정보로 여론을 호도하는 악의적인 미디어를 규제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허위 정보 뉴스를 가중 처벌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이 됐든, 아니면 다른 방안을 찾든, 언론 자유를 방패 삼아 언론 자유를 해치는 기자와 미디어의 폭주를 억제해야 할 것입니다.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은 전혀 새로운 과제가 아닙니다. 이미 2016년 촛불집회 때부터 집중적으로 제기돼 온 과제입니다. 검찰과 언론의 기득권 동맹이 이를 지연시키고 가로막은 것입니다. 22대 국회마저 이를 외면한다면 시작부터 그 존재 의의를 의심받게 될 것임을, 제22대 국회의원들은 꼭 명심하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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