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01 11:57최종 업데이트 23.08.0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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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된 한 분식집의 리뷰. 점주인 노부부가 남긴 댓글은 씁쓸함을 남겼다. ⓒ 배달의민족


"리뷰 정책 좀 바꿔 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척박한 환경에 지친 자영업자들이 악성 리뷰 스트레스로 정말 고통스러워합니다. 지난해(21년)에는 배달 앱에 입점한 사장이 목숨을 잃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아예 리뷰를 없애 버릴 수는 없나요? 자영업자들이 적잖은 돈을 내며 배민 같은 앱에 입점한 것은 광고해달라고 뜻이지 컨슈머 리포트를 해달라고 한 게 아닙니다."

"저희도 자영업자분들이 리뷰에 느끼는 부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들의 요청에 따른 악성 리뷰를 블라인드 처리하는 정책도 도입 시행 중이고요."



위의 대화는 지난해 '배달의민족(아래 배민)과 자영업자가 함께하는 상생협의체 회의' 중 자영업 대표단 일원으로 참여한 필자(전국가맹점주협의회 집행위원)와 배민 대표단이 나누었던 대화이다.

당시 배민이 주장한 리뷰 정책의 당위성은 '소비자의 알 권리'였다. 소비자는 앱에 입점한 음식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 권리가 있으므로 '리뷰'는 계속 유지할 것이며 작성 지침(허위, 욕설, 비속어 등)을 벗어나지 않는 한 리뷰는 저작권이 적용되므로 함부로 삭제할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가게 운영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리뷰에 대하여 음식점 사장이 삭제를 요청한다 해도 일정 기간 해당 리뷰를 가렸다가 다시 노출 시키는 '블라인드처리'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당시의 대화는 회의가 종료될 때까지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렸다.

노부부의 머리를 조아리게 만든 리뷰   

이처럼 배달 음식 플랫폼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인 리뷰와 별점 문제는 일명 '오이냉국수' 사건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건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배민에 입점한 어느 분식점에 "(오이냉국수를 주문했음에도) 오이 빼달라고 그랬는데... 제발 요청사항 좀 읽어달라"는 고객의 항의성 리뷰와 별점 1개가 달린 것이다.

이 항의에 해당 분식점 사장은 서툰 맞춤법으로 '죄송하다'와 '조심하겠다'라는 문구로 꽉 채운 사죄의 글을 올렸다. 이 댓글을 단 사장님은 70대 노인으로, 해당 가게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분식점이었다고 한다.

필자 또한 해당 기사를 접하고 꽤 오랜 시간 마음이 좋지 않았다. '편리한 기술'이라 지칭되는 그 모든 것들이 너무 버거운 사장님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자영업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배달 앱 리뷰 관련 피해 호소 ⓒ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이 애잔한 스토리는 다행히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듯하다. 이 사연에 정서적으로 동요된 사람들이 요즘 말로 '돈쭐' 내자며 가게를 방문하고 배달 앱에는 '선플'을 달아 노부부를 위로했다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부부 분식점의 '오이냉국수' 사건은 배달 플랫폼들의 '리뷰와 별점' 정책을 수면 위로 다시 부상시켰다. 이번 사건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어제도 오늘도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카페에는 하루에 수건씩, 한 달이면 백여 건 이상 리뷰와 관련하여 고통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본질에서 벗어나 변질된 리뷰

"배민 콜센터로 콜라가 빠졌다는 클레임이 접수됐는데, 우리 직원은 확실히 콜라 챙겼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콜라값이 아닌 음식값 전액을 환불(음식은 다 먹은 상태) 요청했더라고요. 못한다고 하니 배민에서는 절반이라도 환불하라 해서 할 수 없이 그렇게 했습니다. 이후 악플에 별점테러 당했고요. 한동안 멘탈이 나가서 이렇게 장사를 계속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만 들더군요"

서울에서 배달 음식 전문점을 하는 A씨는 필자와 한 인터뷰에서 바로 오늘 새벽 일이었다며 해당 사례로 리뷰와 별점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이미 주변 음식점 사이에 떠돌았던 터라 더욱 마음이 상했다고 했다. A씨는 배민 콜센터에 블랙컨슈머의 리뷰 삭제와 주문 차단을 요청했지만 배민 콜센터는 "그런 정책은 없다"라며 불가하다 했다고 전했다.
  

이런 댓글은 어떤 의도(악의)가 느껴진다고 한다. ⓒ 권성훈

 
광주광역시에서 유명 치킨 매장을 하는 B씨는 다음과 같이 관련 사례를 전했다.

"신메뉴가 출시되었는데 '시멘트 치킨'이냐는 악플과 별점테러를 당했죠. 그 제품이 '바삭함'을 강조한 제품인데 그걸 '딱딱하다'하다고 악플을 단 거예요. 리뷰 관리는 아내가 주로 해요. 전 스트레스 받아서... 리뷰 중 악의가 있어 보이는 건 배민 고객센터에 블라인드 처리해달라고도 하는데, 전화 연결도 쉽지 않아요. 몇십 분 대기 중에 그냥 끊어져요. 그래서 요즘은 리뷰 관리 잘 안 합니다."

서울에서 브랜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다음과 같이 대표 사례를 전했다.

"별점이 5점 만점이었는데 '소스가 덜 발라졌다'라며 별점 2점을 받아 최근 6개월 평점이 4.9가 되었어요. 이것을 블라인드 처리했는데 나중에 보니 손님이 자기 리뷰 살리라 해서 원상복구 되었더라고요. 속상하죠. 리뷰 관리는 매일 아침 습관처럼 합니다. 굉장히 힘들어요. 아침에 리뷰를 열어보는 심정이 흡사 합격자 발표 보는 기분이에요. 혹시 별 1개 2개 달린 거 있나, 항상 노심초사합니다."

그는 업계에서 고객 리뷰 관리를 잘하기로 소문난 사장이었다. 그의 인터뷰 중 아래 내용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코로나에 걸린 이후 고객 리뷰 답장을 안 올리고 있어요. 그렇게 한동안 리뷰 관리를 안 했더니 오히려 고객 리뷰가 더 좋아진 느낌이에요. 물론 개인적 느낌이죠. 내가 언제나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답을 하니까 오히려 고객들이 우월의식을 느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처럼 최근 리뷰는 일부라고 하더라도 음식점에 대한 갑질의 도구로 변질된 듯하다. 어떤 이가 상대방을 갑질을 하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분풀이거나 아니면 상대를 복종시키기 위함이다. 지금 리뷰에 달리는 악플에는 이 두 가지가 다 들어 있다.

어느 음식점의 음식이 맛이 없었다면 두 번 다시 먹지 않으면 된다. 이는 아주 전통적이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에 혹자는 리뷰와 별점을 참고하여 미연에 내 시간과 돈의 낭비를 방지 하고 싶다고 반박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리뷰와 별점 시스템은 오히려 고객을 기만하는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음이 다수의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관련 기사: '배달앱 리뷰' 보고 주문? 당신은 치밀하게 낚였다https://omn.kr/1sb4n) 그래서 '믿고 거르는 리뷰'라는 냉소적 표현까지 등장한 것이다. 물론 플랫폼 기업들은 이는 일부이며 적극적으로 부조리를 막는 시스템을 개발 유지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사실 '맛이 있다 없다' '서비스가 좋다 나쁘다'는 정성적 또는 정량적 평가가 매우 어렵다. 개인 취향이 막강하게 작용하는 대단히 주관적인 세계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대안은 있지만... 실행 의지에 의문

유튜브의 채널 평가정책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유튜브는 처음에는 점수(5점 만점)로 채널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다가 추천 비추천으로 단순화했다. 그리고 현재는 추천 숫자만 공개되고 비추천 숫자는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채널 운영자는 보려 한다면 볼 수 있으므로 채널 운영에 참고가 된다). 댓글과 관련해서는 해당 채널 운영자가 올라온 댓글에 대해 승인, 삭제가 가능하며 특정 사용자에 대해 차단도 가능하다. 더불어 아예 댓글 창을 닫을 수도 있다.

이처럼 유튜브가 평가 시스템을 변경한 이유는 어떤 의도에 의한 채널 평가의 왜곡이었다. 특히 신생 채널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이는 현재 배달 음식 플랫폼이 가진 문제와 동일하다.

채널 평가정책을 바꾼 후 고객이 이탈하고 유튜브가 망했을까? 아니었다. 가입자 이탈은커녕 오히려 더 크게 늘었다. 양질의 신생 채널은 고객의 선택을 받았고 좋은 유튜브 채널은 굳건히 자리잡았다. 이처럼 대안은 분명히 있다. 다만 우리 배달 음식 플랫폼 기업에 실행 의지가 없을 뿐이다.

사실 배민을 비롯한 배달 음식 플랫폼의 별점과 리뷰 정책에는 일종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본다. 그들은 자영업자를 시종 경쟁의 장으로 몰아넣고 싶은 것은 아닐까? 그 이유는 그래야 흥행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 배달 음식 플랫폼의 별점과 리뷰를 보다 보면, 원형 경기장의 검투사 혈투에 박수와 야유를 보내는 로마 시민들의 모습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열광의 뒤에서 미소 짓는 황제의 모습이 우리 음식 플랫폼 기업에서 보여 씁쓸하다.

필자와 인터뷰 한 외식업 사장들은 우연이었지만 모두 상위권 매출을 유지하는 사장들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음식 배달 플랫폼을 제법 잘 이용하는 사장들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 플랫폼의 리뷰와 별점 시스템만큼은 없어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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