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확산됐던 당시 이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목사는 지난 2월 15일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벌금 450만 원이 부과됐다.
연합뉴스
사실 전광훈은 한국교회 내에서도 소위 '주류' 배경이 아니었다. 그의 출신 교단 자체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대신이라는 군소 교단이며, 교회 역시 규모나 역사성 면에서도 주목받을 요소가 없었다. 그러나 타고난 정치적 감각과 집중력을 가지고 문제를 불사하면서까지 개신교 안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예장 대신 총회장 당시 훨씬 교세가 큰 예장 백석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되면서 논란을 더 키우기도 했다. 그리고 2004년부터 시작된 기독당 운동마다 적극 뛰어들어 인지도를 더 높여갔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가장 전면에 나서 반문재인, 반진보 노선을 내세우며 기독교 안팎의 보수 세력들에게 확실한 명성을 얻었다.
전광훈씨 최대의 무기는 보수와 진보를 선과 악, 아군과 적으로 확연하게 나누어 밀어붙이는 직선적 행보다. 그 성향이 너무 강해 비슷한 정치·사회적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조차도 그의 이런 특징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공개적인 지지는 숨기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주류보수의 심정을 가장 시원하게 대변해 주는 인물로 전광훈 만한 사람이 없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동성애, 낙태로 대변되는 소위 '기독교적 가치'를 지켜내고 한국교회의 입장을 사회적으로 대변하기 위해서라도 그를 지지해야 한다는 목사들도 적지 않다.
조용기 목사를 뒤이어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이자 한교총 대표회장으로 활동하며 비교적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이영훈 목사가 전광훈 지지에 나선 것 역시 그런 배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영훈 목사는 자유통일당 당사 개소식 참석으로 논란이 되자 21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를 통해 "마음에 불편을 느꼈을 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자유통일당을 지지하거나 어떤 정치적인 활동하는 것으로 절대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 편집자 말)
'개독교' 벗어나는 첫걸음은 전광훈 단절
한국교회는 실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교세의 저하보다(통계상 개신교인 숫자는 다른 종교에 비해 나름 선방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복음의 능력 상실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타자를 악마화하고 물리력으로 없앰으로써 정의와 평화를 달성하겠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원수 맺음과 보복이 아닌 화해와 평화를 위한 십자가를 당연한 듯 대신 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길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와 교회는 원천적으로 정치단체나 이익집단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전광훈씨를 통해 표방되는 운동은 예수를 빙자하지만 예수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 부활주일(4월 9일)에도 시청 앞 광장에서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이태원 참사 가족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공동준비위원장이던 나도 그날 시간에 맞춰 지하철을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입구부터 들려오는 엄청난 괴성의 마이크 소리가 요란했다. 지상에 올라가 살펴보니 그 유명한 전광훈 집회였다.
그들 역시 예수 사랑의 가장 큰 절정인 부활절을 맞아 기독교 집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내용인즉 그저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극단적인 미움과 증오의 욕설만 가득했다. 세종로가 떠나가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종북 좌파들은 죽여야 한다"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 사이사이 "윤석열 대통령 만세" "전광훈 목사님 만세"를 부르더니, 어울리지도 않게 "할렐루야" "아멘" "부활절" "주님의 사랑"을 외치는 거였다.
참담한 심정으로 우리 역시 부활 예배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참석한 유가족은 물론 거리 행인과 심지어 안전을 위해 배치된 경찰에게도 같은 기독교인으로 불리는 사람으로서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었다.
그는 과거 예배 자리에서도 참석 여성도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성적 왜곡 발언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하나님을 부르며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신성모독도 서슴지 않았다. 오죽하면 자기 출신 교단에서도 제명되고 목사 직위까지 박탈되었다. 그래서 전광훈씨는 지금 목사가 아니다. 심지어 2022년 12월 한기총 이단대책위원회 실행위에서는 이단으로 결의된 상태이기도 하다.
그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에는 과도한 보상금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전광훈씨와 그의 종교현상은 최근 세간에 큰 충격을 준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아직도 '전광훈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통탄스러울 뿐이다.
한국교회는 교세와 상관없이 믿음의 뿌리인 예수 그리스도에 충실할 때 복음은 힘을 얻고 세상으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어느새 획득한 돈과 권력, 명예를 앞세워 겸손을 버리고 사회적 소통을 포기할 때 '개독교'라는 참혹한 별칭을 듣게 되었다.
지금 한국교회는 어느 때보다 하나님과 시대 앞에 바른 선택을 해야 할 중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극우적 막장 행보로 사회분열에 앞장서는 전광훈 정치에 요행을 기대하는 행보를 멈추고 영성, 도덕성, 공공성(시민성)에 기반한 소통하는 모습으로 상생의 새길을 열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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