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노동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주 최대 60시간 미만'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는데, 지난 16일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통해 지시한 것과 같은 내용입니다. 대통령이 며칠 새 거듭해서 같은 지시를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그 배경에는 윤 대통령부터 중심을 못잡고 오락가락한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69시간안'을 둘러싼 일주일 간의 중구난방의 시작은 14일 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였습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입법예고 열흘이 지나 뒤늦게 수습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시는 불과 3시간 뒤 한덕수 총리에 의해 뒤집혔습니다. 한 총리는 법안 수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 "제가 윤 대통령과 방금도 통화했지만 전혀 엇박자는 없다"고까지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와 '보완'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인 15일 김은혜 홍보수석은 예정에도 없던 브리핑을 통해 수정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원안을 지킬 것'이라는 한 총리의 발언은 하루 만에 무색해졌습니다. 이어 다음날 안 수석이 보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이 '주 최대 60시간 미만'이 돼야 한다는 상한선을 제시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당일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차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졌습니다. 사전 협의 과정이 전혀 없었던 주무 부처인 노동부는 혼돈에 빠졌습니다. 기본 주 40시간제에 연장근로 포함 주 최대 52시간까지 가능한 현행 노동시간 제도에서 60시간은 어떻게 등장한 개념인지 알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정부와 여당에선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4시간으로 하자는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0일 "윤 대통령의 지시는 개인적 생각에서 말씀하신 것"이라고까지 했습니다.
이런 방향은 하루만에 다시 뒤집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귀국 후 참모들로부터 자신의 지시 사항과 다른 안이 논의되는 것을 보고받고 직접 나선 겁니다. 대통령과 참모진 생각이 다르고 대통령실 내에서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참모가 대통령의 지시를 '개인 의견'이라고 말한 건 충격적인 일입니다.
혼란이 가중되면서 정부 내에서 책임론이 제기됩니다. 일차적으론 가장 약한 고리인 노동부가 타깃입니다. MZ세대 의견 청취를 왜 제대로 하지 않았느냐는 겁니다. 노동부는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대통령실이 시키는대로 했을 뿐인데 왜 우리에게 책임을 떠넘기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온다고 합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건 전적으로 윤 대통령 책임입니다. 개편안은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노동개혁 1호 정책입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이미 주 69시간으로 방향을 설정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윤 대통령도 정부안 발표에 앞서 직접 결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혼란의 본질은 광범위한 의견 수렴도 없이 섣불리 개편안을 내놨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윤 대통령 스스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겁니다. 노동과 노동시간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윤 대통령부터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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