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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사회는 무엇으로 가능한가? 그 답을 찾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를 심층취재했습니다. 이 연재는 2014년 9월 초 단행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핸릭 칼슨 교장선생님. “100명의 지원자 중에 제가 혁신 아이디어를 많이 내서 초대교장으로 선발됐습니다”
 핸릭 칼슨 교장선생님. "100명의 지원자 중에 제가 혁신 아이디어를 많이 내서 초대교장으로 선발됐습니다."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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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가 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일 거라는 생각을 못했으니까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아마 지역에 있는 우어스태드 혁신 학교 교무실을  찾아갔을 때 그는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값싼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선생님 자리 하나가 나면 250명이 지원을 한다는, 이 인기 있는 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이었습니다.

핸릭 칼슨 교장. 올해 49세인 그는 34세부터 교장을 했는데 이번이 세 번째 학교라고 합니다. 그는 우리를 한 미팅룸으로 안내했습니다.

"왜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지수가 높은지 그 이유를 찾아서 왔습니다.  그것이 교육 시스템과 연관이 있다고 보나요?"
"그렇다고 봅니다. 덴마크 교육은 학생들을 어떤 틀에 가두지 않습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 점에서 높은 행복지수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요?"



여기가 교장 선생님 집무실이라니

칼슨 교장은 이 학교가 코펜하겐에서 가장 최근에 문을 연 학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최고학년이 4학년입니다. 8층짜리 최신식 학교에는 1~4학년 450명이 다니고 있습니다. 한 반 학생 수는 법정 제한선인 28명을 꽉 채웠다고 하네요.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것인데 이 학교는 공립학교지만 디지털 교육과 미학 교육으로 특성화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칼슨 교장으로부터 약 40분 동안 기본 브리핑을 듣고 이제 본격적으로 학교를 둘러볼 차례가 되었습니다.

카페에 놓여 있을 법한 평범한 4각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 일어나면서 물었습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 집무실은 어디인가요?"
"여기가 내 방입니다."
"아, 그래요?"

다시 한 번 당황했습니다. 4면이 거의 모두 유리로 노출된, 작은 회의실 같은 공간이 그의 집무실이랍니다. 권위를 보여주는 큰 테이블, 등받이 의자도 없고, 몸을 푸욱 담을 만한 소파도 없습니다.

"일부러 벽면을 거의 전부 유리로 했습니다. 오가는 학생들이 누구나 저를 볼 수 있고, 저도 그들을 볼 수 있어 좋으니까요."
"그래서 지나가던 아이들이 교장 선생님 방에 들어오기도 하나요?"
"이거 보세요. 내 방 유리벽이 낙서 투성이 아닙니까. 이게 다 내 방에 들어온 아이들이 그려 놓고 간 겁니다."

 교장과 학생이 친구처럼 지낸다. 학생들이 교장선생님 집무실 유리창벽에 그려놓은 낙서들.
 교장과 학생이 친구처럼 지낸다. 학생들이 교장선생님 집무실 유리창벽에 그려놓은 낙서들.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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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의 집무실은 4면 유리벽이고, 학생들은 언제나 교장 선생님 방에 들어가 놀 수 있고, 교장 선생님 방 벽에 낙서를 해도 야단맞지 않는 학교. 이런 곳에서 크는 아이들은 칼슨 교장의 말마따나 "어떤 틀에 가두어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칼슨 교장을 따라 약 1시간 동안 학교 구석구석을 둘러보면서 우리는 왜 이 학교가 인기 있는 공립학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지 그 비결을 알 수 있었습니다.

① 혁신의 리더, 공모로 교장 최적임자 뽑다  

이 우어스태드 학교는 공립이지만 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개교 프로젝트를 총괄할 교장을 공모를 통해 뽑은 것이 그 출발선이었지요. 칼슨 교장은 100여 명의 초대교장 지원자 중에 선택되었습니다. 누가 그를 인터뷰했을까요? 이 학교의 선생님을 포함한 교직원들, 학부모들, 그리고 관할 구청의 교육담당 위원 등이 공동으로 면접을 했다고 하네요. 선생님과 학부모에게 교장 면접권이 있는 공립학교, 우리와는 많이 다르지요?

② 교실 책상은 사각형? 노! 삼각형일 수도 있다
  
 교실책상은 사각형? NO! 삼각형일 수도 있다. 교장선생님이 특별히 주문제작한 삼각형 책상.
 교실책상은 사각형? 노! 삼각형일 수도 있다. 교장선생님이 특별히 주문제작한 삼각형 책상.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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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 교실을 둘러보면서 신기했던 것이 책상이 직삼각형이라는 점입니다. 왜 일까요? 이 책상 모양새는 칼슨 교장이 특별히 신경써서 주문 제작했다고 합니다. 우선 교실의 학생 책상은 1인용 직사각형이어야 한다는 공식을 깨고 싶었다고 하네요. 직삼각형 책상엔 세 명의 학생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요, 책상 하나를 더 보태면 직사각형 책상으로 변신해서 많게는 여덟 명의 학생들이 함께 토론수업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수업에 따라 이런 팀 저런 팀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학생들 스스로 어떤 책상 모양새를 만들면 좋을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강조해 가르치냐는 질문에 칼슨 교장은 이렇게 답합니다.

"우선 국영수 등 기본이 되는 학습에 충실해야겠지요. 그리고 학생들이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뭔가를 새롭게 창조하는 데 기여하길 바랍니다. 또 자기가 사는 동네에 보탬이 되어야겠지요. 물론 그 과정이 미학적으로 아름다우면 더욱 좋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칼슨 교장은 책상 배치 방법을 예로 들면서 이렇게 말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그 길을 가는 방법을 선생님들이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물론 가이드 라인은 주지만 답은 그들이 찾습니다. 학생들에게 맡깁니다.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게 하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되는 거지요."

③ 한 반에 두 개 학년이 함께 있다

칼슨 교장은 덴마크 어떤 다른 학교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학급편성의 전통을 파괴한 것이죠. 이 학교에선 한 학급에 두 학년이 공부합니다. 예를 들어 한 학급이 28명인데 1학년이 14명, 2학년이 14명입니다. 그래서 한 학생의 입장에서는 이번 해는 선배랑 공부하고 다음 해에는 후배랑 공부합니다.

"교장 재량으로 제가 그렇게 반 편성을 했습니다. 선배 경험, 후배 경험을 해보면서 더불어 배우게 한 거지요."
"참 신선한 시도입니다. 학교장의 재량이 상당하군요."
"물론 이런 파격적 시도를 하기 전에 교육부에 저의 계획을 사전 보고했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일반 회사에서는 한 팀에 여러 연령대가 함께 하잖아요. 학교에서는 왜 그러면 안되나요? 나이가 다르면 서로 배울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그런 실험을 해보고 있는 겁니다."

 교실에 모여 함께 비디오를 보는 학생들. 누워있기도 하고 자유롭다.
 교실에 모여 함께 비디오를 보는 학생들. 누워있기도 하고 자유롭다.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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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슨 교장은 덴마크가 다른 유럽나라들의 학교에 비해 학교장과 교사의 자율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국가가 제시하는 기본 커리큘럼이 있지만 그 범위 안에서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선생님들이 창의적인 교육방법을 제시하면 저는 교장으로서 그것이 국가에서 제시하는 기본 커리큘럼의 취지에 맞는가를 확인합니다. 대체로 거의 허락해줍니다."

④ 디지털 스크린에서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다

이 학교는 디지털 교육 특성화 학교답게 교실 각 층 입구에 디지털 스크린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 스크린에는 여러 장의 학생들 사진이 모자이크돼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3~4초마다 한 명의 학생이 선택되어 스크린에 가장 크게 등장하네요. 칼슨 교장은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한 사랑을 쏟겠다는 정신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성적이 좋다고 개별 학생을 특별히 칭찬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더불어 함께 하는데 좋지 않기 때문이지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떤 점에서는 뛰어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골고루 칭찬을 해줍니다. 물론 어느 방면에서든 다른 학생들보다 뛰어난 '모델'이 있기 마련이죠. 우리는 그 학생에게 '네가 최고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저 학생을 좀 도와주렴' 하는 거지요."

"그럼 모든 학생이 모두에게 기여를 하는 셈이네요."
"그렇죠. 어떤 학생은 스포츠를 잘하고, 어떤 학생은 수학을 잘하고, 어떤 학생은 노래를 잘하고. 그래서 우리는 그 점을 북돋아줘서 단 한 명의 학생도 '난 아무것도 못해' 하는 일이 없게 노력합니다."

⑤ 좋은 전망에서 봐야 좋은 생각이 나온다

  “좋은 전망에서 좋은 생각이 나온다” 우어스태드(Ørestad) 혁신 공립학교의 건물. 큰 유리창이 많다.
 "좋은 전망에서 좋은 생각이 나온다" 우어스태드 혁신 공립학교의 건물. 큰 유리창이 많다.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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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는 유일하게 8층짜리 학교라는 이 건물의 디자인은 매우 독특합니다. 미학을 강조하는 학교답습니다. 황갈색 건물은 멀리서 보면 마치 벌집 같아요. 그만큼 유리창이 유별나게 크고 많습니다. 특히 유리창은 마치 베란다처럼 학생들이 걸터앉아 놀 수 있게 돌출돼 있습니다. 칼슨 교장은 이것이 의도된 디자인이라고 하네요

"좋은 전망에서 봐야 좋은 생각이 나옵니다." 

⑥ 복도도 교실이다, 몸으로 공부한다

칼슨 교장은 "공부하는 곳은 교실만이 아니다. 모든 공간이 다 배우는 곳이다"라고 강조합니다. 또 "교실에서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가면서 놀이를 통해 공부를 하면 효과가 좋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학교의 복도는 그림놀이의 공간입니다. 문어 다리에 구구단 숫자들이 넣어져 있고, 컴퓨터 자판이 그려져 있고, 덴마크 지도와 덴마크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 120자가 그려진 곳도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공연하는 공간, 뜨개질하는 공간도 넉넉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⑦ 교장이 학부모, 평교사와 주 1회 토론한다

칼슨 교장은 "어떤 혁신도 교장 혼자서 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선생님, 학부모와 격의 없는 대화를 한다고 하네요. 평교사들과는 주1회 '터놓고 말하기' 시간을 갖습니다. 학부모들과는 매주 금요일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교무실 입구 공간에서 이른바 '스탠딩 미팅'을 합니다. 그러니까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리고 와서 교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 칼슨 교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거지요. 매주 약 20~30명의 학부모가 참여한다고 하네요. 아빠와 엄마가 반반이랍니다. 등교 시간에 보니 정말 아빠와 함께 오는 학생이 절반쯤 되더군요.

 교장선생님은 학부모와 주 1회 모임을 갖는다. 등교때 아이를 데리고 오는 학부모 중 절반 가량은 아빠다.
 교장선생님은 학부모와 주 1회 모임을 갖는다. 등교때 아이를 데리고 오는 학부모 중 절반 가량은 아빠다.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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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년에 두 차례, 모든 학부모들이 담임 선생님과 30분씩 학생에 대해 심층대화를 나눈다고 합니다. 사실 이 학교의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 멤버가 7명인데 모두 학부모입니다. 그러니 학부모와 교장의 대화는 여러 채널을 통해 막힘없이 이뤄질 수 있는 거지요. 이런 정기적, 공식적 모임 말고도 학부모가 학교에 불쑥 나타나도 환영한답니다. 학부모는 교무실 옆에 마련된 디지털 스크린에서 자기 아이 사진을 검색해서 터치하면 그 아이가 지금 어느 공간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를 자동으로 안내받는다고 합니다.

학교를 둘러보고 나서 칼슨 교장과 그의 소박한 집무실에서 다시 마주 앉았습니다. 핸드볼 선수 출신인 그의 고향은 이 학교에서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무려' 5명의 아이를 둔 아빠인 그는 왜 '공립 혁신학교 만들기' 도전을 즐기고 있는 것일까요? 공립학교이니까 교육부가 정한 가이드 라인을 따르면서 적당히 할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칼슨 교장은 덴마크 교육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좋다고는 하지만 혁신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답합니다.

"지난 100년간 같은 방법으로 해오지 않았습니까? 똑같이 하면 진보할 수 없지요. 그래서 제가 도전해 보는 겁니다. 10년 후 정도 되면 제가 바른 선택을 했는지, 무리한 선택을 했는지 평가받을 수 있겠죠."

그는 덧붙입니다.

"미래는 어디에서 옵니까? 결국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진 학생들이 만들어 냅니다."

많이 당황했습니다

행복지수 1위의 나라는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이렇게 미래지수 1위를 위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덴마크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리의 미래지수는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희망적 요소를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답답한 저는 서울에 돌아와 '뜬금없는' 개인적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2 아이의 학교를 찾아가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이후 단 한 번도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등교해본 적이 없는 저였거든요. 물론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도 일절 없었지요. 저의 계획을 말했더니 아이가 '참 느닷없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했습니다.

"아빠, 왜 그러세요, 뭐 잘못 드셨어요?"

많이 당황했습니다.

 오연호 대표 기자가 연재했던 <'행복사회의 리더십'-'행복지수 1위 덴마크 비결을 찾아서'>가 2014년 9월1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오연호 대표 기자가 연재했던 <'행복사회의 리더십'-'행복지수 1위 덴마크 비결을 찾아서'>가 2014년 9월1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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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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