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오토헤럴드
'곧' 열린다던 자율주행 시대, 왜 계속 미뤄질까
'허풍'이 새로운 기술과 함께 등장하는 것은 놀랍거나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최근의 기술 낙관론은 과거와 좀 다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업체들이 투자자를 확보하고 주가를 높이기 위해 비현실적 전망을 유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율주행은 복잡한 하드웨어뿐 아니라, 알고리즘 구조, 딥러닝, 패턴 인식 등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 없이는 기술에 대한 합리적 평가를 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언론매체는 기업의 홍보성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보도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학계 전문가들이 비판적 평가에 가장 적합하지만, 이런 역할은 전문성과 상관없이 언론에 얼굴 비추기 좋아하는 사람들 몫이 되곤 합니다. 이들은 허술한 지식으로 칼럼과 책을 쓰고, '4차 산업혁명'처럼 정치화한 기술담론을 홍보하며 공직에 나서거나 국가사업에 참여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반인이 합리적 지식을 얻기 어려운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주장 하나를 꼽자면 "교통사고의 90% 이상이 인간의 실수 때문에 발생한다"일 것입니다. 이는 매우 단순한 논리로 이어졌는데, 교통사고가 부주의나 실수로 일어난다면,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면 사고가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결론이었습니다. 기계는 한눈을 팔거나 졸지 않으니 '인간적 실수'도 범하지 않으리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이 논리는 절반이 비어 있습니다. 인간의 실수만 언급하고 있을 뿐, 사람들이 사고를 내지 않는 대부분의 운전 시간에 발휘하는 탁월한 역량은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역량을 넘어서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의 역량부터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실제로 얼마나 자주 치명적 사고를 낼까요?
미국 기준으로, 운전자는 평균적으로 주행 거리 1억 6천만 킬로미터마다 한 건의 치명적 사고를 일으킵니다. 한국의 경우, 2017년 기준으로 주행거리 1억 킬로미터당 1.55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해 올해는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교통사고 감소율을 고려하면 한국의 치명사고율은 미국 통계에 근접하게 됩니다.
운전자가 일년에 1만 5천킬로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만 년 넘어 한 번씩 치명적 사고를 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훌륭히 운전을 해내는 셈입니다. 인공지능 분야의 거장인 스튜어트 러셀 버클리대 교수는 자율주행의 성취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가혹한 기준'에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을 넘어서기는커녕, 사람 수준에 도달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