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영
좀 더 노골적으로 조건을 추가해 물었다. "'남북통일'과 '남한의 경제적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무게추가 경제로 확 기울었다.
"남북통일" 선택은 24.7%에 그쳤고, "남한의 경제적 발전" 응답은 68.5%에 달했다(잘 모르겠다 6.8%). 아무 조건을 달지 않고 '통일'과 '분단 유지'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 앞선 질문에서 통일을 선택했던 이들 중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4.5%가 이 질문에서는 "남북통일"을 포기하고 "남한의 경제적 발전"을 골랐다.
보다 깊숙히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여러 지역 출신 대학생과 직장인 등 2000년생 14명을 만나 정치·사회·문화 등 여러 주제에 관한 스무살의 생각을 물어봤다(아래 등장하는 심층 인터뷰 대상자 상세 프로필은 기사 하단 덧붙이는 글 참고).
[부정론 또는 회의론] "체제보장 원하는데 통일이 돼?"... "개성공단도 남한 돈으로 지은 것"
"통일은 사실 불가능하지 않을까요?"라고 A(여)씨는 반문했다. 그는 "통일의 장점이 뭔지 모르겠다"라며 "갈등요소만 많아 보인다, 통일 과정에 얼마나 많은 대립과 불만이 있을 것이며 사회문제는 또 얼마나 많이 일어나겠느냐"라고 우려했다. 통일이 불가능해 보이는 이유는 "북한의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체제보장이고, 그대로라면 남북이 하나의 체제가 되는 통일은 하지 않겠다는 애긴데, 우리만 통일을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B(여)씨도 "몇 십년 간 다르게 살아온 체제를 하나로 맞추는 게 쉽겠는가, 언어도 많이 달라졌다, 수도는 어디로 할 것인가 등 풀기 어려운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라면서 "통일보다는 평화공존이 현실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남한의 경제력이 북한에 투입되는 걸 꺼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E(남)씨는 "실질적인 남북 경제협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남북의 경제력 차이가 너무 커서 실제 이득이 되는 경제협력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개성공단의 예를 들자 그는 "정치적인 카드이고 상징성만 있지, 북한에 인프라도 깔아줘야 하고 개성공단도 결국 남한 돈으로 만든 게 아니냐"라고 반론했다.
스무 살들은 통일이 자신의 삶에 득보다는 실로 작용할 거라는 쪽이 우세해 보인다. D(남)씨는 "주변 친구들 얘기도 통일 뒤에도 남북간 불신이 커서 문제가 많이 생길 거라고,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겠냐고들 한다"라며 "그런 생각의 근거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남북한이 통일을 해야 나라다울 수 있는 국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그에게 통일은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긍정론 또는 적극론] "북한도 민주사회로 갈 수 있게"... "퍼주는 게 아니라 투자"
반면 '당연히 해야 하는 통일'을 주장하는 스무 살들도 있다. C, F, L씨는 '갈라진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 역사적인 의미'를 통일의 당위성으로 꼽았다. F(여)씨는 "제주 4·3 사건 등 분단 구도에서 적대감으로 일어난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이런 적대감을 청산하는 게 통일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김정은 체제도 '이제 좀 먹고 살게 해달라'는 손짓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열어야 한다"라며 "그래서 결국은 기본권이 없는 북한 사람들도 민주사회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은 남한 경제에 부담을 주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라는 시각도 있었다. C(남)씨는 "통일로 인한 경제성장 잠재력이 굉장히 클 것이다, 통일을 통해 새로운 경제발전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이들 우려하는 독일식 통일 말고 다른 방식으로도 부작용을 줄이면서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남)씨는 "남북의 경제 격차가 크지만, 사실 북한에 퍼주는 게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며 "장기적으로는 북한에 투자를 많이 하면 나중에 더 크게 돌아올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북한·중국보다 더 멀게 느끼는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