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11 05:57최종 업데이트 22.05.1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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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발생 후 산림을 복구한다며 온 산을 파헤쳐 놓은 모습 ⓒ 최병성

 
외계인이라도 다녀간 것일까.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에 누군가 낙서를 한 듯 시뻘건 길이 사방으로 파헤쳐 있다.

이곳은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산불 피해 현장이다. 지난 2019년 4월 4일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동해시 망상해수욕장까지 달려가서야 멈추었다. 약 250ha의 막대한 산불 피해 다음날인 4월 5일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되었고, 4월 6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산림 복원이라는 미명 아래 산림은 싹쓸이 벌목으로 초토화 되었고, 마구잡이로 길을 만들었다. ⓒ 최병성

 
산림이 흉물스럽게 파헤쳐진 것은 산불 피해 지역을 복원한다며 바로 싹쓸이 벌목을 했기 때문이다. 중장비들이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벌목한 나무들을 끌고 내려왔다. 산불 발생 후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산림은 벌레가 나무 잎사귀를 파먹은 것처럼 상처투성이다.

싹쓸이 벌목 후 중장비들로 인해 산림 토양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토사 유출량이 급격히 늘어 산사태 위험이 증가되자, 산사태를 방지한다며 곳곳에 석축과 사방댐을 쌓았다. 그렇다고 토사 유출이 멈추거나 산사태 위험이 낮아진 것도 아니다. 여전히 비만 오면 시뻘건 토사가 쏟아져 내려온다.
  

산을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은 후 산사태를 방지한다며 석축과 사방댐을 쌓았다. ⓒ 최병성

 
산림청의 믿기 어려운 산불 피해지 복원 정책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동해안 산불은 발생만 하면 대형 산불이 된다. 지난 <전문가도 놀란 동해안 산불 현장... 국민 모두 속았다>(http://omn.kr/1ynir) 기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동해안 대형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불에 잘 타는 소나무가 많다는 것 때문이다. 그런데 산림청은 옥계 산불 피해지를 싹쓸이 벌목한 후 소나무를 심었다. 불에 잘 타지 않는 활엽수 조림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소나무 때문에 대형 산불이 되었는데, 싹쓸이 벌목 후에 또 소나무를 심었다. 산을 파헤친 후 사방댐을 쌓고, 그 주변에 심은 소나무들이 보인다. ⓒ 최병성

 
산림청은 2000년 강원도 고성 산불 현장을 자연복원과 인공조림지로 나눠 비교 조사해오고 있다. 때문에 산불 피해지를 그냥 두어도 산불에 강한 참나무가 스스로 잘 자란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산불만 발생하면 산림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또 다시 소나무를 심어 산불에 잘 타는 숲을 조성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강원도 옥계 산불 피해 현장 중 불에 탄 소나무들을 베지 않고 그대로 존치한 곳이 있다. 극히 작은 면적에 불과하지만, 자연복원과 인공조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싹쓸이 벌목 후 소나무를 심은 곳은 여전히 헐벗은 상태다. 반면 불타 죽은 나무를 그대로 존치한 곳에는 참나무와 벚나무 등의 활엽수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싹쓸이 벌목하고 소나무를 심은 현장에 일부 남겨진 불탄 나무들이 있었다. 놀랍게도 남겨진 나무 밑은 인공조림지와 비교될만큼 참나무와 활엽수가 무성하다. ⓒ 최병성

 

인공조림한다며 파헤치고 소나무를 심은 앞부분과 존치된 죽은 나무 아래 울창한 활엽수들. ⓒ 최병성

  
죽은 나무들이 남겨진 곳으로 들어갔다. 놀랍게도 내 키보다 더 큰 참나무와 벚나무 등의 활엽수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었다.
  

벌목하지 않고 일부 남겨진 죽은 나무 밑에 들어서자 참나무와 벚나무 등의 활엽수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었다. ⓒ 최병성

  
산불로 불탄 재와 죽은 나무는 그곳에 자랄 나무 새싹들에게 귀중한 거름이 되어 준다. 불탄 숲의 나무들이 자라는 속도가 빠른 이유다. 최근 일부 농부들이 나무를 태운 재를 토양 개량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뉴스도 나왔을 정도다.
  

나무를 태운 숯으로 토양을 개선한다며 숯의 효능을 강조하는 뉴스 ⓒ ytn 뉴스

  
살아 있는 나무 벌목... 참혹한 현장

2022년 3월 5일 강릉시 옥계면에 또 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곳 주민들은 3년 전 발생한 산불로 인해 헐벗은 산을 바라보며 살던 중이었다. 그런데 3년 만에 또 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맞은편에 남아 있던 산림마저 피해를 입었다.

지난 5월 6일 옥계 산불 현장을 찾았다. 골짜기마다 나무 자르는 엔진톱 소리로 가득했다. 그런데 불타 죽은 나무를 자르는 것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나무들이었다.
  

옥계 산불 피해지에 벌목 작업이 한창이었다. ⓒ 최병성

 
이번 강릉 옥계 산불은 나뭇가지 끝까지 불에 타는 '수관화'가 적고, 불이 바닥으로 지나가는 '지표화'가 더 많다. 지표화의 경우 살아남는 나무가 많다. 서둘러 긴급벌채를 할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옥계 산불 피해 현장에서는 '산불 피해목'이라며 살아 있는 나무들을 마구 베어내고 있었다. 잘린 소나무 아랫부분을 살펴보았다. 산불 피해가 거의 없었다. 잘려 누워 있는 소나무의 초록 잎사귀가 그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심지어 소나무 가지 끝마다 모두 새순을 달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차별 벌목이 진행 중이었다.
  

산불 피해가 거의 없는 데도 살아있는 나무들을 무참히 잘라낸 현장 모습 ⓒ 최병성

 

벌목되어 누워 있는 소나무 잎사귀들이 모두 초록으로 싱싱하다. 심지어 소나무 잎사귀 끝마다 5월의 새순이 달려 있다. 산불 피해목이 아니라 건강하다는 증거다. ⓒ 최병성

 
지난 4월 27일 강원도 삼척 검봉산 산불 현장 조사 당시 2000년 산불에서 살아남은 소나무들을 만났다. 2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나무 기둥엔 시커먼 산불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뜨거운 불을 이기고 살아남아 지금까지 검봉산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옥계는 검봉산보다 약한 산불이 스치고 지나간 곳이다. 나무에 산불 흔적조차 희미한데 싹쓸이 벌목되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산불에 강한 내화림을 만들기 위해 참나무 등의 활엽수림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옥계 현장에서는 산불에 강하고 불에 타지도 않은 참나무와 벚나무 등의 활엽수까지 모조리 벌목했다.

그루터기만 남은 굴참나무를 살펴보았다. 산불이 스쳐지나간 검댕이 살짝 묻어 있을 뿐이었지만, 산불 피해목이라며 잘라냈다. 처참하게 잘려 뒹굴고 있는 참나무 기둥마다 초록 잎을 달고 있었다. 살아 있는 나무라는 증거였다.
 

잘린 참나무 기둥에서 새순이 피어올랐다. ⓒ 최병성

  
벌목한 소나무들을 수집 상차하는 현장을 만났다. 관계자는 산불 피해목이라고 했다. 그러나 쌓여 있는 나무 중 산불의 흔적을 가진 소나무는 찾기 어려웠다.
  

벌목한 나무 중 소나무만 모아 상차 중인 현장. 관계자는 산불 피해목이라고 설명했지만, 산불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 최병성

 
잘못된 벌목이 반복되는 이유

산림청은 동해안 산불 복구 비 4170억 원 중 긴급벌채 비용으로 532억 원을 책정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긴급벌채 비용이 아직 산불피해지에 내려가지 않았고, 벌목이 진행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반면, 벌목상들은 내게 한 달 전부터 벌목을 하고 있다고 말을 했다. 아직 긴급벌채비도 지원하지 않았는데, 산림청도 모르는 산불 피해지의 벌목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옥계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의 제보에 따르면, 벌목상들이 정부 보상금 운운하며 산주를 꼬여 벌어지는 일이었다. 산주들은 벌목상으로부터 ha당 100만 원가량을 받고 자기 소유의 산림을 넘겨준다. 이렇게 벌목하더라도 정부가 산불 피해지를 복구한다며 나무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에 얼마 안 되는 나무 값이라도 벌자는 것이다.
 

산불 피해를 입지 않은 거대한 활엽수 마저 산불 피해목이라며 싹쓸이 벌목했다. ⓒ 최병성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개인 산주들이 빨리 벌목해 달라고 한다며 내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무책임한 핑계일 뿐이다.

지난 자연복원 관련 보도 후에 제보 메일이 들어왔다. 마을 산을 지켜달라는 애절한 내용이었다.
 
지난  3월 4일 발생한 옥계면 산불 피해 지역 주민입니다.
요즘 저희 지역에 벌채 업자가 찾아와서 개인 산 벌채 허락 받았다며, 어차피 정부에서 다 벌채를 할 거고 협력하지 않으면 보상도 없다고 압력성 말을 합니다.

산불이 나고 오늘도 산길을 따라 올라가 보면 기자님께서 하신 말씀에 너무나 공감이 갑니다.
저희 마을 불날 때 바람이 심하지 않아서 불이 바닥만 타고 지나갔는데, 소나무들은 밑둥이 그을렸지만 활엽수들은 지금 녹색으로 온 동네가 꽉 차 있습니다. 이렇게 울창한 푸른 활엽수 나무들을 소나무 때문에 몽땅 베어내야 한다니 장마철이나 폭우가 오면 산사태가 걱정입니다.


2019년에 양간지풍이 엄청 불어 동해 망상까지 다 타버리고 그동안 벌채와 묘목(소나무)심기를 마친 벌거벗은 민둥산을 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동네는 다행히 불이 훑고 지나지 않은 관계로 활엽수들이 다 살아 있습니다.

벌목 업자들 배만 불리고, 마구 산허리를 깎아 길을 낼 텐데 폭우라도 오면 걱정이 태산입니다. 벌써 아랫마을 뒷산은 벌목 중에 있습니다. 이대로 그냥 두고 시간이 흐르면 복원이 저절로 될 텐데, 그 수많은 예산을 들여서 누구 좋은 일 하려는지 힘없는 촌사람들 가슴만 답답합니다.
 
산림청 관계자에게 벌목을 중단시키는 간단한 해결책을 알려주었다. 산림청과 협의 없이 진행되는 산불 피해목 벌채의 경우, 조림 비용을 일체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면 멈출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14일 산림청 고시에 따르면, 1ha 조림비용이 2021년 907만원에서 2022년 983만원으로 인상되었다. 산주들이 벌목상에게 받는 나무 값은 1ha에 약 1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나무 값으로 고작 100만원 받고, 983만원을 들여 나무를 심을 어리석은 산주는 대한민국에 없다. 정부가 나무 심는 비용을 지불해 주니 산불 피해목이라며 불법적인 벌목이 자행되는 것이다.
  

2022년 1ha 조림비용을 983만원으로 고시한 산림청 고시문 ⓒ 산림청

 
산림청의 거짓말... 결국 누가 돈을 버나

산림청은 산불 피해지를 자연복원에 맡기면 경제성 있는 나무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인공조림를 해야 경제림이 된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년에 펴낸 <산림경영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에 인공조림의 경제성이 상세히 나와 있다.
 

산림청은 경제림이라 주장하지만, 국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전혀 경제성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 한국농어촌공사

 
요즘 대한민국 산림에서 가장 경제성 있는 나무가 낙엽송이다. 그 외의 나무들은 펄프와 합판과 펠릿용으로 값싸게 팔린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30년 키운 낙엽송 1ha에 1848만원이다. 그러나 1848만원의 나무 값이 모두 산주의 수익이 되지 못한다. 벌목상들의 벌목 작업비로 1397만원이 소요된다. 남는 이익이 451만원이다. 여기에서 벌목상들도 이윤을 남겨야 하니 산주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1ha에 100만원에 불과하다.

또, 벌목 후엔 조림을 해야 한다. 이 보고서에는 조림비가 2017년 기준 606만원인데, 2022년 산림청이 983만원으로 인상 고시했다. 조림 후 30년 동안 풀베기+어린나무 가꾸기+가지치기+속아 베기+산물 수집(베어낸 잔가지와 나무 정리) 등의 육림비용으로 약 750만원이 투입된다. 이 보고서는 조림비뿐 아니라 육림비까지 포함하면 더 경제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강릉 옥계면에서 만난 자연복원지. 죽은 소나무 아래에 활엽수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연복원을 하면 산림청이 할 일이 없어진다. ⓒ 최병성

 
산주 입장에서 보면 30년 동안 가장 경제성이 있다는 낙엽송을 키워도 1ha당 100만원밖에 받지 못했는데, 조림비 983만원과 가꾸는 비용 750만원 등 총 1733만원을 투입해야 한다. 1ha에 1633만원의 적자다. 산주들에겐 아무리 값이 잘 나가는 나무라 할지라도 전혀 경제성이 없다. 그런데 산림청은 왜 계속 경제림 조성이란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일까?

결국 산림청이 말하는 '경제성'이란 '나무를 팔아 발생하는 이익'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산불 피해지를 자연복원에 맡기면 산림청은 물론 산림조합과 벌목상과 묘목상 등이 할 일이 없다. 자연 스스로 복원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산불을 이용해 돈을 벌려면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산불이 발생한 산림을 싹쓸이 벌목하고 나무를 심는 인공조림을 해야 한다.

산림청의 주장처럼 산불 피해지에 경제림을 조성한다며 싹쓸이 벌목하면 산사태 위험이 높아진다. 그 뒤 산림청은 산사태를 막는다며 아무도 다니지 않는 산속에 임도를 건설하고 석축과 사방댐을 쌓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다. 이 사업 역시 산림조합과 관련 기관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준다.
 

산불 피해지를 싹쓸이 벌목하고, 인공조림을 하고, 산사태가 발생한다며 사방댐 공사를 하면 산림조합과 벌목상과 묘목상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 최병성

 
인공 조림 비용과 30년간 투입되는 육림 비용, 임도와 사방댐 건설 예산까지 다 포함하면 산림청의 경제림 조성 주장은 더더욱 타당성이 없다. 이는 국민을 속이는 행위다. 산림청은 산불 피해지 경제림 조성이라는 미사여구를 사용하지만, 결과는 국고 손실에 불과하다.

이제 산림청이 그동안 숲을 이용해 벌여 온 사업들의 진실을 국민이 알 때가 되었다. 긴급벌채와 사방댐 건설 등의 산불 피해 복구비 4170억 원의 타당성은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산불 피해지 복원뿐 아니라 그동안 산림청이 진행해온 벌목과 숲가꾸기 사업의 타당성에 관한 기사가 계속 이어집니다.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cbs5012@hanmail.net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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