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18 13:49최종 업데이트 22.01.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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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둘째 주 런던 발 파티게이트가 터졌다. 2020년 5월 20일 다우닝가 10번지(총리 사무실 및 관저) 뒤 정원에서 벌어진 파티로, 보리스 존슨 총리 비서는 100여 명에게 "자기 마실 것은 알아서 가져오라"고 이메일로 제안했고 40여 명이 참가했다. 

파티가 있던 날, 영국은 두 달째 제1차 봉쇄(lock down) 중이었다. 봉쇄의 원칙은 "사람들은 집을 떠날 수 없다"였다. 자택 근무가 불가능한 업종, 하루 한번 운동, 장보기 등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외출이 허가된 상황이었다. 가족이라도 따로 거주할 경우 예외 없이 적용되는 규칙이라 장례식 참석도 어려웠다. 그 와중에 총리 관저 정원에 40여 명이 모였다.  


이 사건의 파장은 현재 보수당이 총리 불신임안을 공개적으로 거론할 만큼 심상치 않다. 분노의 본질을 국가 지도자의 도덕성 문제로만 국한시켜 이해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보리스 존슨의 변덕, 가벼움, 신의 뒤집기는 수차례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그에게 도덕적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덕목이 사임론으로까지 번진 이유가 뭘까.  

이번 스캔들에는 코로나가 제기한 문제, "사회가 있는가?"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섞여 있다. 2021년은 신자유주의의 세 속성, 자유시장경제, 세계화, 개인주의의가 전환 국면에 봉착했음을 보여준 한 해였다(관련기사 "아직도 사람을 믿나"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http://omn.kr/1wi15).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며 전환기를 주도하고자 했으나, 보리스 존슨은 스스로 모순을 드러냈다.
 

영국 런던 의회 앞에서 시위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기간에 파티를 연 보리스 존슨 총리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존슨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응답(PMQ)에 출석해 코로나19 봉쇄 기간인 2020년 5월 총리실 뒷마당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2.1.13 ⓒ 연합뉴스

   
파티 게이트 전말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총리에 대한 질의 시간(PMQ)'은 영국 민주주의의 백미다. 질의 시간이란 총리가 매주 수요일 하원에서 혼자 힘으로 수 백 명의 여야 의원에 둘러싸여 즉석에서 질문을 받고 답하는 오랜 전통이다. 2미터 남짓한 테이블 하나를 두고 야당 대표와 벌이는 설전은 편집되지 않고 전국에 그대로 생방송된다. 영국 총리는 숨을 곳이 없고, 누군가가 만들어준 이미지에 의존할 수도 없고, 시간 끌기 전략도 한계가 있다.

2년 전 파티는 당시 총리 비서가 보냈던 이메일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알려졌다. 이메일에는 "좋은 날씨를 최대로 즐기자" "오후 6시에 자기가 마실 것을 가지고 와라"고 적혀 있었다.

스캔들이 발생하고 이틀이 지난 1월 12일, 수요일 질의 시간의 주제는 당연히 파티 스캔들이었다. 보리스 존슨은 어느 때보다 자세를 낮추며 "업무의 연장선"으로 기획했지만 경솔했다고 거듭 사과했다.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는 "그런 모임이 파티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단 말이냐?"라며 "어처구니없다"고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이제 영국 사회가 그를 쫒아내는가, 그의 정당(보수당)이 그를 쫓아내는가, 아니면 품격 있는 사임인가만 남았다"고 했다.

언론도 일제히 총리를 비판했다. 다우닝가에 대한 전면적 감사가 시작되었다. 스코틀랜드 보수당은 올해 전당대회에 총리를 초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보수당 하원 의원들이 불신임안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뉴스도 나왔다.

5월 20일 파티 외에도 두 번의 직원 송별 파티가 있었음이 외부로 알려졌다. 그 중 하나는 여왕의 남편 에든버러 공작 장례식 전날 이루어졌다. 2021년 4월, 마스크를 쓰고 텅 빈 교회의 의자 끝에 홀로 앉아 있는 여왕은 코로나 시기의 상징으로 각인되어 있다. 
  
1987년 마가렛 대처 "사회 같은 건 없다"

1987년 대처 총리는 "사회 같은 것은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society)"고 발언했다. 개인의 문제를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하며 노동당이 세웠던 전후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는 "개인으로서 남자와 여자가 있"고 그리고 "가족이 있다"고 했다. 자유시장 경쟁에 참가하는 주체는 개인이고, 개인의 문제는 사회에 전가하지 말고 스스로 혹은 가족이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철저한 순수 개인주의였다.

대처 총리에게 사회는 없었지만 국가는 있었다. 자신이 주창했던 신자유주의가 EU 결성과 유로 화폐 통합으로 진행되자, 그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게 화폐 주권을 맡겨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EU 회의론을 표방, 유로화에 반대했다. 유로화는 막았지만 신자유주의에 충실했던 보수당 내 세력에 밀려 1990년 총리직에서 물러났고 영국은 EU에 가입했다.
  

1976년 4월 30일 영국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대표가 노스 런던 핀츨리에서 연설하는 동안 5개의 1파운드 지폐를 들고 있다. 그는 "5파운드를 쓸 때마다 정부는 해외 채권자들에게 1파운드를 빚지고 있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2016년 브렉시트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사회적 회의감의 표시였다. 당시 세계화와 자유 무역이 갖는 강점에 주안점을 두던 보수-노동 양당의 주류 정치인들이 예측하지도 납득하지도 못했던 흐름이었다. 정치학자 크리스 비커튼(Chris Bickerton)에 의하면 당시 탈퇴 지지자들은 무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하기보다 영국이라는 전통적 사회 공간속에서 안정감을 갖기를 원했다고 분석한다.

이것을 정확히 읽어 정치적 자산으로 삼은 이가 보리스 존슨이었다. 당시 보수당 내 소수였던 그는 당 내분을 정리하며 보수당 대표가 되었다. 명확한 노선을 정하지 못했던 노동당을 상대로 2019년 12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2020년 3월 보리스 존슨 "사회는 있다"

보리스 존슨은 대처의 명제를 30여년 만에 뒤집는다. 영국이 1차 봉쇄로 들어가는 2020년 3월, 그는 단어 하나만 교체하며 "사회 같은 게 정말 있다(there really is such a thing as society)"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를 "치명적인 적"으로 설정, 2차 대전 이후 유례없는 상황으로 명시했다. "전쟁기 정부와 같이 행동해야 하고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해야"한다며 "전쟁에 버금가는 위기를 다 함께 극복할 것"을 호소했다.

2차 대전 윈스턴 처칠을 상기시키는 존슨의 언설은 사회적 보수주의(One-nation conservatism)의 귀환이었다. 사회적 보수주의란 자유주의와 함께 영국 보수당을 떠받치는 양대 이데올로기로, 대처 식 자유주의 계열과는 달리 사회는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사회의 유기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의 개입을 인정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게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엘리트층의 책무를 강조하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대표적 예다.

사회적 유대감을 다시 세울 때 가장 수월한 수단은 문화다. 애국주의는 그 하나로, 보리스 존슨은 모든 공공 기관에 매일 유니언 잭을 걸도록 했다. 영국은 국기에 잠재된 애국주의에 대한 우려로 관공서나 학교는 지정된 날에만 국기를 게양하도록 되어 있었다. 기존 정책을 수정한 주무 장관 로버트 젠릭(Robert Jenrick)은 "우리 국기는 자유, 통일, 시민적 자부심이 담겨있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존슨 내각이 다음으로 꺼내든 것은 도량형 복귀다. EU 가입 이전까지 영국은 메트릭 시스템이 아닌 임페리얼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킬로그램 대신 파운드와 스톤, 킬로미터 대신 인치와 마일, 리터 대신 파인트와 갤런(gallon)을 사용했다. 하지만 EU 가입 이후 메트릭 시스템 병기가 의무화되었고, 위반 시에는 벌금이 부과되었다. EU 탈퇴 후인 지난 12월 말, 메트릭 시스템 병기 의무를 없애며 보리스 존슨은 왕관이 찍힌 파인트(약 470ml) 맥주잔을 들어 올렸다. 왕관으로 1 파인트 맥주잔을 표시하는 것은 300년 이상 된 영국 전통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 10번지를 나서고 있다. 2020. 5.22 ⓒ 연합뉴스=AP


보리스 존슨 식 사회 복구의 허상

자국 문화와 애국주의를 통한 사회적 연대 복구 전략은 세계화의 상승 국면에서는 고루한 개념이지만, 하강 국면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역사적으로도 애국주의(혹 민족주의)는 어떤 정치 이념보다 막강한 집단적 힘을 형성했다. 보리스 존슨의 전략은 정확하게 성공했다. 갑작스러운 애국주의 등장에 노동당은 당황했고 노동당이 고전하는 사이 보수당은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는 사회적 보수주의가 특히 중시하는 덕목, 엘리트층의 사회적 책무를 잊었다. 총리 말대로 "2차 대전"과 같은 시기였다. 전 사회가 경제적 정신적 "희생"을 감수하는 기간에 존슨이 자신을 예외로 한 것은 단순 법규 위반이 아니다. 당내 사회적 보수주의 계열에게는 당의 가치를 회복하기 어려울 만치 훼손시킨 행위다.

영국 사회로서는 코로나 이후 복구될 영국 사회와 존슨 총리가 복구하겠다고 제시한 사회적 연대에 대한 허상을 경험한 셈이다. 즉각적 반응으로 보수당은 2019년 총선 이래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졌고 노동당에도 10%포인트 뒤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약하나 정치적으로는 강한" 인물이라는 소리를 듣는 존슨 총리가 돌파구를 찾아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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