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08 18:47최종 업데이트 21.02.0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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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블랙(Men in Black)이라는 단체가 조직한 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코로나19 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2021.1.23 ⓒ 연합뉴스

 
"수백 명이 덴마크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제한과 디지털 백신 증명에 대한 계획에 항의하기 위해 토요일 밤 코펜하겐의 거리로 나왔다. '맨 인 블랙(Men in Black)'이라고 자칭하는 그룹에 의해 조직된 이번 시위에는 600여 명이 매서운 추위 속에서 국회 앞에 모여 덴마크 정부의 부분적 봉쇄를 '독재'라며 항의했다."

디지털 뉴스 플랫폼 <로컬>(The Local)의 덴마크 판 2월 7일 기사다. 이번 시위는 덴마크 정부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게 디지털 증명서를 발급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에 반대하는 내용이다. 덴마크에서 이 같은 시위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그간 '맨 인 블랙'은 코펜하겐과 올보르그 등에서 수차례 시위를 조직해왔다. "덴마크에 자유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수위 높은 방역을 '독재'로 규정하던 이들의 시위는 결국 폭동으로 번졌고, 시위대 일부가 체포되면서 끝났다.

덴마크의 이유 있는 준봉쇄

겨울에 들어서면서 덴마크에도 다른 나라처럼 감염 폭발이 일어났다. 덴마크 정부는 준봉쇄를 선언하고 수위 높은 방역으로 대응했다. 덕분에 2020년 12월 18일 확진자 수 최고치인 4508명을 기록한 후 꾸준히 수치가 줄었다. 지난 6일 신규 확진자수는 413명이었다.


그러나 수치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덴마크 정부는 준봉쇄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학교는 모두 휴교 상태이고, 필수 업종이 아닌 점포들과 술집, 음식점들은 문을 열지 못하고 있으며, 이 같은 조치는 2월 28일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초등학교만 2월 8일부터 다시 문을 열게 된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경제나 교육 문제를 비롯해 모든 분야가 간단치 않은 상황이지만 덴마크 정부가 이렇게 방역에 치중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코로나19의 '영국형 변이(B.1.1.7)' 때문이다. 12월 중순 이후부터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꾸준히 줄어든 모양새지만, 그중 영국형 변이만 들여다보면 일일 확진자수가 꺾이기 시작하던 무렵부터 매주 100명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줄어들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익히 경험한 이전의 코로나19였고, 영국형 변이는 덴마크에서 감지된 이후로 지금까지 8주 동안 빠르게 번지면서 지난 일주일간 누적 600명에 가까운 확진자수를 기록하고 있다. 1월 초부터 2배씩 증가해온 것이다.

주목할 것은, 덴마크가 두 달째 준봉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이 같은 확산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Statens Serum Institut)의 전염병 모델링 그룹 책임자 카밀라 홀튼 묄러(Camilla Holten Møller)는 2월 5일 자 <사이언스>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물론, (현재) 수치는 좋아 보이죠. 그런데 우리 분석모델을 보면, 폭풍전야예요"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덴마크의 연구자들은 영국형 변이가 이전에 비해 1.55배 빠른 전염성을 갖는다고 계산한다. 그러니 계속해서 코로나19 전파를 통제하려면, 지금 수준의 준봉쇄를 유지하거나 봉쇄 수위를 더 높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덴마크에는 봉쇄를 풀라는 압박이 거세다. 이미 두 달간 봉쇄가 이어져온 만큼 피로도가 팽창한 상태이고, 이 같은 상황이 더 장기화되면 지불해야 하는 다른 사회적 비용도 커진다. 때문에, 취약 계층과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이 모두 백신 접종을 마치면 봉쇄를 푸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지만, 봉쇄가 풀리면 지금 영국이 경험한 것과 같은 파도가 새로 들이닥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백신 접종 후에도 영국형 변이 집단감염
 

스웨덴 국경 경찰이 스웨덴 말뫼에 있는 힐리 역의 국경 통제 지점에서 덴마크에서 온 여행자들을 검문하고 있다. 2020.12.22 ⓒ 연합뉴스

 
이것은 덴마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덴마크는 전 지역을 대상으로 확진자들의 바이러스를 채취한 뒤 유전체 서열을 분석해 코로나19 변이의 추이를 꾸준히 분석하고 추적해온 세계의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올해에도 코로나19 환자들 절반 이상으로부터 바이러스를 취해 유전체 서열을 분석했다. 그런 만큼 덴마크에서 현재 분석하고 있는 영국형 변이의 추이는 다른 나라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영국형 변이는 이미 30개 이상의 나라로 퍼진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봉쇄 수준을 유지한 덴마크에서 계속 2배로 증가해온 것에 비춰볼 때, 엄격하게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더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주 영국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총리는 예비 분석에 기초한 의견을 바탕으로, 영국형 변이가 전염력이 높을 뿐 아니라 치사율도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는 노년층에서 치사율을 특히 높인다고 해석하고, 일부는 모든 연령층에서 치사율이 높아진다고도 한다. 또 일부는 아직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 이 같은 해석을 하기엔 이르다고 말한다. 이번 변이가 감염력이 높고 영국의 감염 확산세가 거세서 의료 체계 마비로 인해 치료 가능했던 사람들이 사망했기 때문에 사망자수가 증가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이번 변이가 크게 유행하게 되면 사회에 미치는 타격은 대단할 것이다. 

최근 화이자와 모더나, 노바백스 등의 코로나19 백신들이 영국형 변이에 대해서도 효과를 갖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편 위안이 됐지만, 2월 7일 자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 기사를 보면 안심할 상황만도 아니다. 독일 북부에 위치한 오스나브뤼크의 한 요양원에서 영국형 변이 집단 감염이 보고된 것이다. 이곳의 거주자 전원은 지난 1월 25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모두 마친 상황이었다.

이들 중 14명이 영국형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현재까지 대부분이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증상만을 보였다고 한다. 오스나브뤼크 당국은 이것이 감염이 되었을 때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게 하는 백신의 효과인 것으로 본다고 발표했다. 물론, 백신이 중증으로의 발전을 막는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도 바이러스 전이를 시킬 수 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감염병학자 크리스티안 안데르센(Kristian Andersen)이 지적하듯이, 감염이 많아질수록 바이러스는 진화한다. 새로운 돌연변이가 계속 축적될 것이고, 그 영향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한편, 에든버러 대학의 세계 보건전문가 데비 스리드하(Devi Sridhar)는 코로나19 감염이 남기는 후유증에 대해 경고한다. 중증으로까지 발전하지 않는 환자들 중에도 더러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장기간 건강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될수록, 비교적 가볍게 앓은 후에 남는 건강 문제로 오래도록 고통 받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최근 보고된 코로나19 변이들이 한 꺼풀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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