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낯선 '혼합진료', 의료비 상승 주범

[참여연대사전] 혼합진료

등록 2024.04.04 11:05수정 2024.04.04 17:24
2
a

혼합진료. ⓒ 참여사회

 
1. 급여 진료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진료. 진료비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한다. 급여 항목의 가격(수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의약계가 협상으로 결정하고, 정해진 가격을 의료기관마다 동일하게 적용한다.

2. 비급여 진료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 진료와 약제비 전액을 개인이 부담한다. 치과 보철 치료, 시력교정술(라식/라섹), 도수 치료 등이 해당하며 비급여 항목의 가격은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병원마다 차이가 생길 수 있다.

3. 혼합진료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동시에 받는 진료 형태. 비급여 항목은 환자가 부담한다. 2020년 기준 혼합진료 비율이 높은 진료는 도수 치료 89.4%, 체외충격파 95.6%, 하지정맥류 96.7%, 백내장 수술 100% 등이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온열·전기치료 등 기본 물리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의사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도수 치료를 병행하는 게 빠른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하면 환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병원에서 흔하게 맞닥뜨리는 이런 상황은 '혼합진료'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혼합진료는 일본에서 유래된 용어다. 쉽게 말해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급여 범위와 그 범위 밖의 의료 행위, 약제 등을 섞어 진료하는 걸 말한다. 혼합진료의 유래는 일본이지만, 정작 일본은 건강보험 내 진료와 그 외 진료의 동시 제공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다수 병원이 혼합진료를 하고 있다. 건강보험 시작 당시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인해 급여 진료의 범위가 매우 협소했기 때문이다. 급여 진료나 약제가 적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급여 진료를 섞어 진료하는 것이 허용됐고, 그렇게 비급여 진료는 통제 불능 상태로 남게 됐다. 문제는 건강보험의 재정 규모가 커졌음에도 여전히 건강보험만으로 모든 진료가 안 된다는 점이다.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할수록 의사와 병원의 수익은 커진다. 급여 진료를 할 때 비급여 진료를 권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백내장 수술을 할 때 시력교정술을 함께 하자거나, 물리치료에 도수 치료를 병행하자고 하는 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은 100% 혼합진료로 이뤄진다.

의사가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제안하더라도 환자는 이를 판단하기 어렵다. 정보의 불균형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혼합진료를 계속 허용하면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가 성행하고 시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증가한다. 시민들은 의료비 부담을 덜고자 실손보험 같은 민간보험에 가입해 결국 비싼 의료비에 민간보험료까지 이중부담을 지게 된다. 실제로 한국의 가계 의료비 부담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9.7%(잠정)로 OECD 평균인 9.3%를 넘어섰고,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 범위가 커지면서 건강보험 보장률 역시 낮아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4.5%로 전년 대비 0.8% 감소하였고, 비급여 부담률은 15.6%로 전년 대비 0.4%가 증가했다. 게다가 혼합진료는 재정 여력에 따라 진료 방법을 선택하게 하는 차별과 불평등을 초래해 보편적 건강보장의 원리를 훼손한다. 소아과나 산부인과 같은 비급여 수요가 적은 진료과목의 인력 부족도 혼합진료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정부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 '혼합진료 금지' 등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의료쇼핑과 과잉진료 등을 방지하기 위해 비(非)중증 과잉 비급여(도수 치료, 백내장 등)의 혼합진료(비급여+급여 진료) 금지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부 항목에 한해 금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건강보험이 사회보장제도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혼합진료는 전면 금지되어야 한다. 그래야 과잉 진료, 의료비 부담과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줄어들고 실손보험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덧붙이는 글 글 박가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 활동가.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4년 4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혼합진료 #급여진료 #비급여진료 #건강보험 #실손보험
댓글2

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