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2 12:08최종 업데이트 24.03.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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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2022.8.22. ⓒ 연합뉴스

 
지난해 7월부터 치솟기 시작한 물가가 올해도 여전히 진정될 기미가 없다. 더욱이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농산물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수준은 과거 어느 때보다 커 보이는 듯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신선식품 지수는 전월 대비 6.1%, 전년 동월 대비 20.0% 상승했다. 특히 신선과실과 신선채소는 전년 동월 대비 41.2%, 12.3% 각각 상승했다.

이 같은 신선식품 가격 상승은 외식 물가 상승이라는 연쇄 반응을 초래했다. 이러한 상황을 증명하듯, 최근엔 '밥 먹으러 갔다가 도로 나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까지 등장했다. 이미 경기 침체로 매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가격을 인상하면 손님이 줄어들고, 반대로 가격을 유지하면 수익성이 악화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다 보니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조회 수 높은 게시글 다수가 매출 부진에 관한 한탄이었다. 심지어 "장사 안 된다고 문 닫고 집 가는 사장들이 부럽다"라는 자조적 제목의 글을 통해, 매출 하락도 힘든데 본사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프랜차이즈 점주의 신세를 개탄하는 이도 있었다. 이처럼 보릿고개를 방불케 하는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외식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자영업 커뮤니티에는 매일 매출부진과 수익감소를 한탄하는 글이 올라온다. ⓒ 자영업 커뮤니티

 
자영업자는 앞으로가 더 두렵다  

"제가 배달 전문 음식점을 운영 중인데, 채소류 특히, 요즘 대파 가격은 농담으로 '선물거래'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많이 올랐죠. 수익은 한 달 기준 최소 20~30만 원 감소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적은 돈이겠지만, 한 달에 수입이 200~300만 원 정도인 작은 가게에는 수익이 10%나 감소 된 거죠. 제가 주말에는 투잡으로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도 직원 한 명을 정리했어요. 그렇다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손님 주머니 사정도 뻔하니 음식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도 없고요." - 한식 배달 음식 전문점 점주 A씨


"제 카페는 디저트로는 딸기 케이크가 잘 나가는 데, 딸기 가격이 작년 대비 두 배 올랐어요. 그나마 주재료인 원두와 유제품은 본사가 대량 계약하기 때문에 시중가보다는 싸죠. 문제는 손님들 주머니가 가벼워지니 저가 커피 선호 현상이 보이고, 예전에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던 쿠폰 적립도 열에 아홉은 합니다. 이제는 할인 같은 메리트가 없으면 안 사 먹어요. 그러다 보니 본사가 할인을 많이 하죠. 이러면 물류비가 비슷해도 가맹점 수익은 줄어듭니다. 또 이런 경쟁에 치여서인지 자본이 취약한 개인 카페 폐점률이 최근 굉장히 높아졌다고 합니다." - 대형 브랜드 카페 가맹점주 B 씨

"우리 가게 메뉴는 저렴한 국수라 경기를 거의 안 타는 서민 음식인데도 작년 대비 매출이 확실히 줄었고, 재료비도 대략 30% 정도 오른 것 같아요. 우리가 애호박, 멸치, 밀가루와 소면이 주재료인데 애호박의 경우 하나가 3천 원이 넘습니다.

대략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멸치는 박스당(1.5kg) 8000~9000원 하던 게 현재 1만 6천 원으로 올랐고, 소면은 박스당(13.5kg) 1만 8000원 하던 게 3만 1000원까지 오른 후 요지부동이고요. 밀가루는 고급 제면용 밀가루(20kg)를 쓰는데 1만 9000원 하던 게 2만 8000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겨우 1000~2000원 떨어졌어요. 그런데 메뉴 가격은 제일 저렴한 잔치국수 기준 3500원에서 500원 올린 4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이러니 매출은 같아도 수입이 줄어드는 거죠.

제가 봤을 때는 현재 저도 그렇고 자영업자들이 '제 살 파먹기'하는 겁니다. 음식 가격을 올리자니 그나마 오는 현재 손님들마저 빠질까 봐 함부로 못 움직이는 거죠. 실제 부득이 1500원 올린 메뉴가 있는데 그거 먹던 손님 중 안 오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경기나 물가나 이런 게 사이클이 있잖아요. 그래서 과거에도 힘들었던 적이 있었지만, 다시 회복했고요. 그런데 현재 상황은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아요. 뭔가 상황이 나아진다는 희망이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이게 제일 두려워요"- 서울 관악구 국수 전문점 사장 C 씨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2월 채소류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2.2% 올랐다. 지난해 3월(13.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파(50.1%)와 토마토(56.3%)를 비롯해 배추 물가도 1년 전보다 21.0%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 연합뉴스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악재 중 악재가 무엇이냐 물으면 아마 대부분 '경기 하락'을 지목할 것이다. 매출이 하락하면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무서운 악재에 더불어 현재 600만 자영업자 어깨 위에는 인건비 부담, 고금리 그리고 물가 인상이라는 삼중고가 올려져 있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국가의 정책은 정말 소극적이고 생색내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그동안 정부가 이자 경감, 전기요금 지원, 정책자금 대출 등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전기요금 지원 기준만 보더라도 자영업자 대부분은 연 매출 3천만 원 이하라는 기준에 황당해했다. 연 매출 3천만 원 이하면 월 매출로는 250만 원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폐점 직전' 가게 또는 '취미로' 장사하는 사람들이나 대상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저신용 자영업자를 위한 최근 대출정책 역시 환영받지 못했다. 대출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져 '작년에는 신청해도 접수 마감이더니 이번에는 아예 조건조차 안 된다'라며 자영업자들은 작은 기대마저 사라진 현실에 좌절과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

자영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하소연성 글을 일명 '징징'이라 한다. 어린아이처럼 '징징댄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자조적 은어다. 이렇게 자기 비하를 감내하면서까지 처지를 알리는 이유는 이들의 상황이 너무 절박하기 때문이다. 이런 하소연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알지만, 그나마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자 하는 시도인 셈이다.

부동산만큼 자영업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폭등은 민심을 흔들었다. 그리고 이것이 표심으로 연결되었음은 이제 누구나 아는 주지의 사실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값이 서민에게는 박탈감을, 소위 '영끌 대열'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과도한 빚'이라는 경제적 부담을 안겼기 때문이다.

이후 국민의 원성을 샀던 부동산 가격이 미국발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하락 국면으로 돌아서자, 현 정부는 부동산의 급격한 위축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며 투기과열지구 해제, 종합부동산세 완화, 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 등 연착륙을 유도하는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그 결과, 하락 국면이던 부동산 가격이 한때 다시 오르는 기현상까지 벌어졌었다.

현재 자영업계가 직면한 위기는 '자영업의 종말'이라는 표현이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띠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처럼, 자영업의 위기 역시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고 실질적인 대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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