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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껏 풍자하라, 당신들 권리'... 윤 대통령 SNL 200만 영상은 뭔가"

[현장] '가상연설 영상 압수수색' 서울경찰청 비판 기자회견... 시민단체들 "독재국가인가"

등록 2024.02.27 13:49수정 2024.02.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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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는 도와주는 게 아니라 권리" 2021년 SNL <주기자가 간다>에 출연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때의 윤석열 대통령 모습. ⓒ SNL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기 전인 2021년 SNL이라는 풍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잘 알려진 출연자 주현영씨가 '대통령 되시고 마음껏 풍자해도 되냐'라고 물었더니 윤석열 후보가 뭐라고 했나? 풍자는 내가 허락하고 말고가 아니라 당신들의 권리라고 자기 입으로 이야기했다.

이 영상 조회수가 200만 회가 넘었고 유튜브에 그대로 남아있다. 당신이 권리라고 말해놓고, 왜 '권리'를 행사한 시민을 협박하나? 계약서 써놓고 지키지 않으면 사기꾼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기꾼이다. 오늘 대놓고 윤석열 대통령 비판하겠다. 나도 고발하라. 압수수색하라."


27일 오전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위원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이날 "수사 대상은 '대통령 풍자 영상'을 올린 시민이 아니라 서울경찰청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023년 11월 23일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윤석열 대통령) 양심 고백 연설' 영상이 틱톡에 올라왔는데, 지난 21일 서울경찰청은 방송통신심위위원회(방심위)에 해당 영상의 삭제와 차단을 요구했다. 이어 방심위는 23일 긴급 통신심사소위원회에서 "사회적 혼란"을 이유로 접속 차단을 결정했다(관련기사: 석달 된 윤 대통령 가상연설 영상, 긴급차단... "북한공작" 언급까지 https://omn.kr/27jgt).
 
    
"오프라인에서도 입 틀어막더니... 웃음조차 처벌"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입틀막' 심기 경호가 온라인에서도 이어진다'며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와 서울경찰청을 비판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서울경찰청장은 경찰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영상을 삭제하는 행위를 통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영상에 이렇게 (경찰과 방심위가 나서서) 오두방정을 떠는 이유가 국민들이 '대통령이 저렇게라도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풍자도 처벌하는 나라! 웃음마저 통제하려나!'라는 손피켓을 들고 나온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활동가는 "오프라인에서 대통령 경호처를 동원해 비판적인 말 한 마디만 해도 입을 틀어막는 정권이 온라인 공간에서 웃음조차 처벌하려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여당이 제기한 명예훼손 주장에 대해서는 "보통 명예훼손은 당사자가 제기하지만 대통령이 제기하기에는 창피했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사단법인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경찰은 마치 중대 범죄라도 저지른양 압수수색이라는 기본권 침해 정도가 가장 중한 수사 방식을 사용해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의사 표현을 한 시민을 탄압한다. 이것이 공안국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 변호사는 "스스로 가상임을 밝힌 풍자적 표현물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볼 여지가 없다. 국가 최고 권력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명예훼손으로 금지하는 시도 자체가 독재 국가에서나 행해질 법한 심각한 반민주적인 행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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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경찰청앞에서 언론노조, 블랙리스트 이후, 정보공개센터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대통령 풍자에 압수수색 위협하는 경찰을 규탄한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딥페이크도 아닌데... 국가 검열이 더 문제"

해당 영상은 딥페이크나 가짜뉴스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김조은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권력 비판을 두고 딥페이크나 가짜뉴스 등 정보 생태계를 위해 고민이 필요한 사안을 부적절하고 교묘하게 끌어온다면 앞으로 어떻게 공론장의 혐오와 허위 정보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겠나"라고 언급하며,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드는 영상을 가짜뉴스로 지명하는 건 비판 여론을 탄압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국제 사회는 가짜뉴스와 딥페이크의 위험에 맞선 대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오히려 가짜뉴스와 딥페이크를 앞세운 국가의 자의적인 검열과 언론에 대한 공격이 갖는 사회적 해악이 더 크고 위험하다고 경고한다"라며 "대통령을 풍자하는 시민을 색출하고 영상을 왜 만들었느냐고 신문하는 나라가 어딨나"라고 비판했다. 

문제의 영상은? 제목에 '가상' 달고 대선연설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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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가상연설 영상 ⓒ sns

 
지난 2023년 11월 23일 틱톡에는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윤석열 대통령) 양심 고백 연설'이라는 이름 아래 44초 가량의 영상이 올라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제20대 대선 후보 방송 연설을 잘라다가 편집한 영상으로, 윤 대통령이 "저 윤석열, 국민을 괴롭히는 법을 집행해온 사람입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부는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습니다"라고 편집됐다. 

이를 테면 "저 윤석열의 사전에 민생은 있어도 정치 보복은 없습니다"라고 말한 대목을 편집해 "정치 보복은 있어도 민생은 없습니다"라고 편집한 식이다. '가상으로 꾸며본'이라는 제목이 명시돼있는 영상을 두고 대통령실은 '풍자 영상'이 아닌 '허위 조작 영상'으로 규정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6일 기자회견에서 해당 영상에 대해 2월 초 국민의힘으로부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고발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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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경찰청앞에서 언론노조, 블랙리스트 이후, 정보공개센터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대통령 풍자에 압수수색 위협하는 경찰을 규탄한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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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경찰청앞에서 언론노조, 블랙리스트 이후, 정보공개센터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대통령 풍자에 압수수색 위협하는 경찰을 규탄한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서울경찰청 #대통령풍자영상 #틱톡 #입수수색 #윤석열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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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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