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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변희수 3주기 "군대에 뼈 묻으려 했던 애국자"

32개 단체 공동대책위원회, 추모 기자회견... 27일 '변희수재단' 준비위 발족

등록 2024.02.26 13:17수정 2024.02.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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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등 32개 인권·시민단체가 연대한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 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한 국방부의 사과와 순직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성소수자 부모는 자식 군대 보내기가 너무 두렵습니다. 정당하지 못한 군대를 못 믿겠어요." - 하늘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트랜스젠더 군인 고 변희수 하사의 3주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성소수자 아들을 둔 하늘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는 기자와 만나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군대를 안 가려고 애를 쓰는데, 변 하사는 군대에서 뼈를 묻고 싶다고 했던 사람이고 애국자"라며 "성소수자를 자식으로 둔 부모들은 내 자식이 군대에서 (변 하사가 겪은 것과 비슷한) 불이익을 당할까 두렵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권고에 국방부 묵묵부답... "조속한 순직 인정을"
 

인권·시민단체 "국방부는 변희수 하사 순직 조속히 인정하라" ⓒ 유성호

 

군인권센터 등 32개 인권·시민단체가 연대한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 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변 하사의 3주기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변 하사를 추모하고 '변희수재단' 출범 계획을 발표했다.

공대위는 "2021년 10월 7일 법원은 육군의 (변 하사에 대한) 강제 전역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고, 2023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도 순직 재심사를 권고했으나 국방부는 아무런 절차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방부는 (변 하사의) 순직을 조속히 인정하라"고 강조했다.

2019년 성전환 수술을 받은 다음 해 강제 전역 처분된 변 하사는 이를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첫 변론을 앞둔 2021년 3월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해 10월 대전지방법원은 '강제 전역 취소' 판결로 변 하사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따라 그는 군인 신분으로 숨진 것이 인정됐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부당한 전역 처분이 변 하사 사망의 주원인이었다고 보고 국방부에 순직 결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육군은 그의 죽음과 공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고 2022년 12월 일반 사망으로 분류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2월 국방부장관에게 변 하사에 대한 재심사를 권고한 상태다.

"'트랜스젠더 군인은 군인'이라는 당연한 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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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등 32개 인권·시민단체가 연대한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 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 유성호

 
"국방부와 육군은 변 하사를 전우로 생각한 적이 있긴 한 겁니까?"

그동안 변 하사의 활동을 지원해 왔던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국방부를 향해 "조속히 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고 변 하사의 순직을 인정하라"며 "지난해 인권위가 국방부에 순직 재심사를 권고했고, 그에 따른 사망 구분 재심사는 강제조항이다. 국방부는 법령상 심사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 하사가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성소수자부모모임을 찾아온 것을 기억한다"는 하늘 활동가는 "한 사람의 정체성을 트집 잡아 (군인이라는) 공적인 지위를 빼앗고 전역 처분하며 아까운 목숨이 희생된 것에 대해 육군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변 하사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순직을 인정하라"고 주문했다.

정성광 트랜스해방전선 활동가는 "지난 3년간 변 하사를 떠올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그의 용기에 우리는 큰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으며, 우리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군이 사람을 죽여놓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요지부동한 것은 군이 전혀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꿀 의지가 없다는 증거"라면서 "'트랜스젠더 군인은 군인이다'라는 당연한 명제에 답할 기한이 너무나도 늦었다"고 순직 인정을 촉구했다.

빌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변 하사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자기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이는 전형적인 노동 차별 사건"이라며 "다행스럽게도 변 하사의 복직은 쟁취할 수 있었으나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에 분개한다. 두 발 후퇴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지만, 그럼에도 공대위는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동료 시민들에게 알렸다. 이런 공감대가 켜켜이 쌓여 다음 단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했다.

공대위는 이날 회견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하고 '변희수재단'의 출범을 예고했다. 이들은 "내일(27일)이 변 하사의 3주기"라며 "일상에서 잠깐이나마 그를 생각해 주시고, 내일 저녁에 개최하는 추모제와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 발족식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변희수 하사 3주기 추모제 및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 발족식은 27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오펠리스 서소문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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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15일,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촬영한 고 변 하사의 일러스트. ⓒ 유성호

 
#변희수 #변희수하사 #트랜스젠더 #성소수자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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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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