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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강력범죄자냐" 날 세운 의사협회

[현장] 정부 "강제수사" 발표 직전 비대위 정례브리핑... "의사 한 명 탄압, 의사 1000명 포기"

등록 2024.02.21 17:51수정 2024.02.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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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호 의대정원 증원 지지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의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한 명의 의사가 탄압받으면 1000명의 의사가 포기할 것이고 결국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이 의사 되기를 포기할 것이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2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법무부, 행정안전부, 대검찰청, 경찰청이 모여 "강제수사"를 공식화한 합동브리핑이 1시간 후로 예고된 가운데 "의사들의 직업 선택 자유"를 주장하면서 날선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이날 브리핑은 주 위원장 주재로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주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권이 당연히 소중하지만 의사들의 직업 선택 자유 역시 국민의 기본권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부는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해괴한 명령들을 생산하며 의사들의 의견은 들으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마치 의사들이 환자들을 버렸기 때문에 법정 최고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부는 14만 의사들을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고 버린 것"이라며 "한 명의 의사가 탄압받으면 1000명의 의사가 포기할 것이고 그 수가 늘어나면 결국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이 의사 되기를 포기할 것이다. 의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20일 보건복지부가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성금 모금을 중단하라며 보낸 공문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이렇게 무리한 정부의 요구는 의료법 제30조에 따른 국민 보건 향상에 관한 협조가 전혀 아니므로 협조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병무청이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보낸 국외여행 유의사항 공문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주 위원장은 "해당 공문에서 이미 병원을 사직한 전공의는 병원 소속이 아님에도 병원장의 허락이 있어야 해외 출국이 가능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이는 중범죄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발령되는 출국 금지 명령과 다를 바 없다"며 "정부가 사실상 전공의들을 강력 범죄자와 동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 수 부족하다는 진단 틀렸다... 정부, 생방송 TV토론 하자"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의대 증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을 둘러싼 질문들이 이어졌다. 주 위원장은 의대 증원 방침에 거듭 반대 입장을 밝히며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허위 선동과 가짜뉴스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고 답했다.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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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리는 증원안을 발표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로비에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을 규탄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유성호

 
-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의협 입장은 무엇인가.

"그나마 남아 있는 필수의료 의사들을 필수의료 시장 바깥으로 몰아내는 정책이라고 확신한다. 정부도 의사들도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음을 안다. 그러나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필수의료 종사자가 적다고 보고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한다. 이렇게 진단이 틀린 상황에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현재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은 그동안 잘못된 의료제도로 누적된 문제점이 한꺼번에 폭발했기 때문이다."
 

- 의대 증원과 잘못된 의료제도 개선이 함께 진행되면 안 되나.

"의사 수 부족이 문제가 아니다. 소아청소년과에 해당하는 15세 미만 국민의 숫자가 2000년도 990만 명에서 2023년도 590만 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2000년도 3300명에서 2023년도 6200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소아청소년과를 포기하고 다른 진료를 하는 의사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의대 증원이 아니라 의사들이 다시 소아청소년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
 

- 정부의 의대 증원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나.

"의사가 부족하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 대한민국 의사 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이나 부족하지 않다. 응급실 뺑뺑이 같은 경우는 실제 응급실에 가야 하는 중증환자가 아님에도 응급실을 찾아가는 분들 때문에 일어난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가 생방송 일대일 토론에 응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 다수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은 의협과 달리 의대 증원을 찬성한다.

"의사들이 생각하는 현재 의료계의 문제와 해법을 국민들께 말씀드리고자 부단히 노력했으나 언론이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얘기를 들어달라고 의사들이 뭉쳤다. 우리는 대한민국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허위 선동과 가짜뉴스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다."
 

- 전공의 집단 사직과 진료 중단으로 타 직종 의료 종사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태가 오기 전에 정부와 적극적으로 뭘 하든지 해서 국민들이 불편한 상황이 생기지 않았어야 했는데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해서 현 사태를 야기한 건 현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모든 정부라는 게 의사들의 생각이다."
 

- 오는 23일 TV 토론 일정은 정해졌나.

"KBS와 얘기가 돼서 오는 23일 오후 3시 의협 비대위원장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토론회가 90분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복지부로부터 연락을 받진 못했으나 KBS에서 확인한 사실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김택우 의협 비상위원장과 박명하 조직위원장에게 '단체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어 "14만 의사회원과 2만 의대생들의 자발적이고 정당한 의사 표현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법률상 근거도 없는 무리한 겁박을 감행하고 있다"며 "정부의 부당한 처분으로부터 후배와 동료 의사를 적극 보호하고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끝까지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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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리는 증원안을 발표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로비에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을 규탄하는 피켓이 놓여 있다. ⓒ 유성호

#의협 #대한의사협회 #의대증원 #필수의료 #집단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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