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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희생양 삼아 총선표 얻으려고"... 국힘 출신 의사의 직격

[현장]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첫 기자회견, 의대 증원 반발하며 정부 비판... 집단행동은 '아직'

등록 2024.02.14 20:28수정 2024.02.1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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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의사협회 비대위원장 기자회견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강당에서 김택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것은 (정부가) 의사들을 희생양 삼아 총선 전에 표를 얻으려는 정치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전신 정당(새누리당, 자유한국당)에서 국회의원까지 지낸 박인숙 전 의원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은 직후 내놓은 말이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하며 비대위 체제로 돌입한 대한의사협회는 14일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 목숨을 볼모로 대한민국을 망가뜨리는 건 정부"(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정부를 상대로 한 집단행동에는 아직 조심스런 입장을 내보였다. 

정부가 의료계 집단행동에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하는 등 논란이 큰 이슈인 만큼 현장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비대위가 준비한 발언은 약 5분 만에 마무리됐지만 이후 20여 개 질문이 쏟아지면서 회견은 100분 넘게 이어졌다. 비대위 측은 취재진을 향해 "우리 목소리를 잘 전달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100분 이어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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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의사협회 비대위원장 기자회견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강당에서 김택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비대위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불합리한 2000명 증원 추진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선임된 김택우 비대위원장(강원도의사회 회장)은 "정부는 우리나라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다는 이유로 '의사 부족'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의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의사가 부족하면 의료접근성이 떨어져야 하는데,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접근성이 좋은 나라 중 최상위권"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40개 의과 대학의 정원이 3058명인데 한 번에 2000명을 늘리는 것은 의대를 24개나 새로 만드는 것과 똑같다"며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대한민국의 모든 인재를 의대로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져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인숙 대외협력위원장도 "의사들은 매년 3058명씩 의료 시장에 나오고 있고, 지금도 그 수는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한국의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몇 년 안에 OECD 평균을 넘어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2000명을 증원하는 것은 의사들을 희생양 삼아 총선 전에 표를 얻으려는 정치적인 전략으로 보인다"며 "(의사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투쟁하는 것임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집단행동 조심 반응... 정부와 협상은 "겁박하는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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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의사협회 비대위원장 기자회견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강당에서 김택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이날 취재진의 질문은 '본격적인 집단행동 개시 시기'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참여 여부', '정부와의 협의 가능성' 등에 집중됐다.

비대위는 "17일에 열리는 제1차 비대위 회의에서 전반적인 로드맵을 완성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파업 도입 시기, 단체행동 등에 대해서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및 의대생협회 측과 밀접하게 (논의)하고 있고 젊은 의사들에게 닥칠 수 있는 법률적 불이익을 막고자 법률지원단을 통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또 오는 15일 열리는 전국 시도의사회 궐기대회 등 집회 계획을 공지하며 "(집회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을 먼저 생각하고, (집회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현재는 기본적으로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의 협의 가능성에 대해선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증원에 대해) 논의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협상은 상대방이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는데 2000명은 가능한 규모가 아니다. (정부가 의료계를) 겁박하고 짓누르겠다고 얘기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협상에 나설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취재진을 향해 "우리의 목표는 파업이 아니"라며 "그동안 의사들의 목소리가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잘 전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일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하며 2025학년도부터 입학 정원을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등 집행부가 총사퇴했고,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일 긴급 대의원 임시총회를 열어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비대위원장은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이 맡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6일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 규모를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확대하는 안을 발표하자 7일 긴급 대의원 임시총회를 열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비대위원장은 김택우 강원도의사회 회장이 맡았다.

비대위 산하엔 
투쟁위원회, 조직강화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언론홍보위원회 등 4개 분과를 뒀다. 투쟁위원장은 김택우 비대위원장이 겸하고, 다른 세 위원회는 각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박인숙 전 의원,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가 맡았다.

비대위는 오는 15일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전국 시도의사회 궐기대회'를 열고, 오는 17일 첫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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