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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어닝쇼크가 남긴 것... 15년전 이익으로 돌아가다

[분석] 지난해 반도체 적자만 15조 육박... D램 4분기만에 흑자, 불황 끝? "미래가 더 걱정"

등록 2024.02.01 10:10수정 2024.02.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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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 연합뉴스

 
기대는 빗나갔고, 예상보다 더 나빴다. 이익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로 되돌아갔다. 반도체 쪽 적자만 15조 원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어닝쇼크(실적 충격)로 주가도 2% 넘게 떨어졌다. 1월 31일 발표된 작년 삼성전자 실적 이야기다. 물론 위안 거리도 있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D램 쪽에서 1년 만에 흑자로 바뀐 것, 올해 새로운 휴대전화 갤럭시 S24를 출시한 것 등이다. 한 마디로 지난해보다는 올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조심스럽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고금리가 지속되고, 전반적인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더디기 때문이다. 또 D램 반도체 감산에 따른 가격 상승 이외 정작 고부가가치 반도체나 파운드리 분야에선 경쟁업체들과의 간격이 여전하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와 휴대폰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기대와 전망이 언제나 현실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삼성전자 성적표가 그대로 보여준다.

22년 43조3천억대 이익이 작년 6조5천억으로 쪼그라 들어...금융위기 이후 15년만

삼성전자가 지난 1월 31일 내놓은 2023년 4분기 및 연간실적을 보면,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좋지 않다. 

우선 작년 한 해 동안 올린 영업이익은 모두 6조5670억 원, 매출액은 258조9355억 원이다. 22년 영업이익은 43조3800억 원이었다. 이에 비하면 무려 84.86%나 줄었다. 매출은 22년 302조2300억 원, 매출 규모만 따지면 지난해에 14.33% 줄었지만, 이익이 훨씬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순이익도 15조4871억 원(72.17%)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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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진이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하면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삼성전자

 
이처럼 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반도체 적자 때문이다. 반도체 쪽은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 원, 2분기 4조3600억 원, 3분기 3조7500억 원, 4분기 2조18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를 더하면 한해동안 무려 15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이 6조 원대에 그친 것.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회사 영업이익이 6조319억 원이었다. 15년 전 이익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사실 이날 삼성전자의 실적은 당초 시장의 전망치보다 좋지 않았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최소 3조 원 이상은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지난해 4월부터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 자체를 줄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 반도체 공급 물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D램 등 가격 자체가 올랐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를 보면, PC 용 D램 범용제품의 작년 12월 가격이 1.65달러로 전월대비 6.45% 올랐다. 작년 10월부터 가격이 3개월 연속 오른 것.

D램 가격의 상승은 삼성전자 반도체쪽 손실을 줄였고, 실제로 3분기 이후 손실 규모도 줄어 들었다. 4분기에는 D램쪽 분야는 흑자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영업이익은 예상보다 적었다. 3조 원 이상의 이익 기대치는 2조8247억 원으로 줄었다. 시장에선 어닝쇼크(실적 충격)로 받아들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전날보다 2.15%p 떨어진 7만2700원으로 마감했다.


D램 가격 상승, '반도체의 봄' 올까?

이제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가 올해 어떻게 시장을 대응할 것인가로 쏠렸다. 삼성 주변과 증권가에선 적어도 지난해보다는 실적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감산을 계속 유지하면서, 메모리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D램뿐 아니라 낸드플레시 제품 값도 오르는 추세다. 이들 메모리 분야는 삼성전자가 나름의 강점을 갖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이날 오후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재고 정상화 목표와 이를 위한 생산량 조정 기조는 변함없다"고 했다. 삼성 내부적으로 일정 수준의 가격수준까지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줄이겠다는 것. 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서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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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캠퍼스 전경. 정부가 조성하는 국가산단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만 팹을 짓게 될 예정입니다. ⓒ 삼성전자

 
이를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반도체 제품 확대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매 분기마다 hbm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작년 4분기에도 전기대비 40%이상, 전년 동기대비 3.5배 규모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AI 기반의 스마트폰 갤럭시 S24와 같이 첨단 전략제품 판매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는 메모리쪽의 업황도 개선되고, 스마트폰과 PC 등의 IT 수요 회복도 예상된다"면서 "AI 관련 고부가가치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미래 기술 경쟁력도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래 메모리는 SK하이닉스에, 파운드리는 대만 TSMC 밀리고...

삼성 주변에선 반도체 불황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이 지난해보다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선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규모를 34조 원대로 예상하기도 했다. 올 1분기에만 5조 3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작년 4분기에 비하면 2배 이상이다. 일종의 기저효과인 셈이다.

하지만 반도체 IT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스러운 반응도 많다. 실적 자체로만 따지면 지난해보다 나아질수 있지만, 향후 미래 고부가가치 제품 기술에서 경쟁업체들과의 간격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것. 

차세대 메모리로 꼽히는 hbm 사업은 SK하이닉스가 기술과 제품면에서 이미 삼성을 앞서있고,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만 TSMC와의 간격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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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4'에서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4를 선보이고 있다. ⓒ 삼성전자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AI 시대에 맞춰 고성능 컴퓨팅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이에 따라 hbm 반도체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SK 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위치에 누릴 정도로 제품경쟁력이 뛰어나다"면서 "올 상반기 엔비디아의 신제품에도 하이닉스 메모리가 적용된다. 향후 시장 경쟁을 위해 삼성 hbm 제품도 들어올 수 있지만 (하이닉스만큼) 안정성이나 품질을 유지할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근 내놓은 갤럭시 S24 시리즈의 성공 여부도 중요하다. 지난 사전 예약은 기대치를 웃돌았다. 1월 31일부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에 빼앗긴 스마트폰 판매 1위 자리를 되찾겠다고 했다. 여전히 높은 물가와 금리,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은 걸림돌이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당장 개선될 여지도 적다. 

15년 전으로 돌아간 삼성전자가 2024년에 어떻게 되돌아 올 것인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실적 #메모리 #TSMC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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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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