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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오픈런 하고 브런치 먹는 엄마들? 바로 그 시선이 문제다

[주장] 우봉식 원장 칼럼 논란... 여성 차별 만연한 사회에서 저출산과 소아과 쇠락은 필연적

등록 2023.12.07 16:33수정 2023.12.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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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 원장 말대로 맘카페의 악의적 소문으로 소아과병원이 줄고 브런치를 즐기기 위한 젊은 엄마들 때문에 소아과에 환자들이 몰리는 걸까. 이는 잠시만 생각해도 어폐가 있는 주장이다. ⓒ 계간 <의료정책포럼>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의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우 원장은 지난 4일 발간한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계간지 <의료정책포럼>에서 "필수의료 위기와 의대정원"라는 제목의 시론을 썼다.

우 원장의 글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소아과병원에 진료를 보기 위해 개원 이전부터 줄을 서는 등 환자가 몰리는 이른바 '소아과 오픈런' 현상에 관해 쓴 부분이다.

소아과 오픈런에 대한 잘못된 진단 

우 원장은 '소아과 오픈런'에 대해 "최근 젊은 엄마들이 소아과 진료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맘카페 등에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면서 동네 소아과가 문을 닫는 경우도 늘어났고,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아침 시간에 환자가 집중되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 원장은 "더러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어서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지 '낮 시간에는 스톱'"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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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그렇다면 정말 우 원장 말대로 맘카페의 악의적 소문 때문에 소아과병원이 줄고, 브런치를 즐기기 위한 젊은 엄마들이 있어 소아과에 '오픈런' 환자들이 몰리는 걸까? 

먼저 '맘카페의 악의적인 소문으로' 문을 닫는 소아과병원들이 많다고 주장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일단 최근 5년간(2017년부터 2022년 8월) 폐업한 전국 소아과병원 662곳의 사례 중 이같은 사유로 인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의협 차원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근거 자료도 없이 '소아과 오픈런'의 원인이 맘카페에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보호자가 아침에 환아를 소아과에 데리고 가는 것은 조금이라도 빠르게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서다. 밤새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 채 울어대는 자식을 어르고 달래다가 최대한 빨리 병원에 데려가는 것은 세상 어느 부모라도 마찬가지일 테다.


그런데 우 원장은 이같은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아침 일찍 소아과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부모들을 '빨리 진료를 받고 브런치를 즐기기 위한 젊은 엄마들'로 표현했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바탕으로 한 성차별적인 서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브런치나 즐기는 젊은 엄마'... 그 낙인의 결과 

해당 글에서 우 원장은 "대한의사협회는 '소아과 오픈런'과 관련해서도 소아과 동네의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 30년째 고정된 소아과의 낮은 수가(진찰·수술비)를 인상해달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상하다. 수가를 인상하면 브런치를 즐기는 젊은 엄마가 사라지고 맘카페의 악의적 소문도 잦아드는 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지목한 '원인'이 틀렸다는 얘기를 우 원장 스스로 하고 있는 셈이다.

우 원장은 '소아과 오픈런'의 근본 원인으로 "저출산으로 소아인구가 감소하면서 소아과의원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을 꼽았다. 그렇다면 왜 한국 사회는 저출산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아침 일찍 아픈 자식을 병원에 줄 서가며 보내면서도 '아침에 병원에 갔다가 유치원에 아이 맡기고 브런치나 즐기는 젊은 엄마'로 낙인찍히는 현실 때문은 아닐까.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맘카페 #브런치 #소아과오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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