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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의 눈물 "평생 억울하게 살아"

경남유족회, 4일 함안 백운고비제단 '7회 합동추모제' 열어 ... 조근제 함안군수 등 참석

등록 2023.11.04 16:29수정 2023.11.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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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함안 삼정동산 백운고비제단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3주기 경남 합동추모제". ⓒ 윤성효

 
백발의 어르신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억울하다"고 연거푸 말했다. 4일 경남 함안 삼정동산 내 백운고비제단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3주기 경남합동추모제'에 함께 한 유족들의 모습이다. 

진주에서 왔다고 한 전아무개(79), 정아무개(80) 할머니는 "어떻게 오셨느냐"고 묻는 기자의 소매깃을 잡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동안 쉽게 드러내지 않았던 이야기를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니 더 그랬던 것 같다.

1949년에 태어났다고 한 전 할머니는 "두 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어떤 아버지셨는지 모른다. 가족들한테 전해 들은 말로는, 전쟁이 나자 면사무소에 나오라는 말을 듣고 가신 뒤 돌아오지 않으셨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전 할머니는 "당시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면사무소에 가지 말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친구들도 갔으니 별일 없을 것이라며 가셨다고 한다"라고 했다. 

전 할머니는 "형제들을 비롯해 친인척들이 직장을 얻기도 쉽지 않았다. 바로 연좌제 피해를 입었다. 평생 힘들게 산 거 생각하면 지금도 억울하다는 생각 뿐이다"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옆에 앉아 있던 정 할머니가 말을 이었다. 할머니는 "당시 아버지는 어찌어찌 하여 살아오셨는데 큰아버지께서 희생을 당하셨다"라며 "그동안 힘들었던 거 생각하면 말도 다 못한다. 과거를 떠올리면 눈물만 난다"라고 말했다.

삼촌을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로 잃었다고 한 이아무개(69)씨는 "삼촌은 총각이셨는데, 민간인으로 국군에 의해 희생을 당했다"라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인정을 받아 국가 상대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 정부로부터 받은 금액이 얼마 되지 않지만 인정을 받았다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전통제례 뒤에 국화를 한 송이씩 들고 헌화한 뒤 큰절을 올렸다.

"국가공권력에 의해 희생되신 지 너무나 긴 세월이 흘러"

경남유족회의 합동추모제는 일곱 번째다. 그동안 대부분 창원마산에서 합동추모제를 열어 오다가 올해부터 시군 지역을 돌아가면서 열기로 했고, 2018년 민간인 희생자 위령비가 세워진 함안 '백운고비'에서 이날 행사가 열렸다.

합동추모제는 함안유림단의 전통제례, 진혼무(우희연), 추모 노래(김연옥), 추모시 낭송(김두자)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춘근 경남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전쟁 발발로 죄 없는 우리 아버지, 국가공권력에 의해 희생되신 지 너무나 긴 세월이 흘렀다. 인생의 한 세대를 30년이라고 한다면 이미 3세대가 지나가고 있다"라며 "정부, 국회, 심지어 유족 2~3세들에게도 우리 아버지들의 죽음이 관심 밖의 일이 되고 말았다"라고 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박영규 경남도 노인복지과장이 대신 읽은 추모사를 통해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무고한 지역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희생을 당하는 비극을 겪었다"라며 "아픔을 함께 하고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조근제 함안군수는 "함안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 미공군 지상군 관련, 국민보도연맹,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 등 많은 민간인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다"라며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예우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만이 억울하게 희생된 넋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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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함안 삼정동산 백운고비제단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3주기 경남 합동추모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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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함안 삼정동산 백운고비제단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3주기 경남 합동추모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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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함안 삼정동산 백운고비제단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3주기 경남 합동추모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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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함안 삼정동산 백운고비제단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3주기 경남 합동추모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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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함안 삼정동산 백운고비제단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3주기 경남 합동추모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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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삼정동산 백운고비제단.". ⓒ 윤성효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경남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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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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