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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문재인 정부가 잘못했지만..."

[스팟 인터뷰] 7시간여 회의에도 결론 못낸 아시아나 이사회... '전면 재검토' 주장하는 이용우

등록 2023.11.01 10:58수정 2023.11.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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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 이사회가 예정된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소속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의 분수령으로 꼽히던 10월 30일 아시아나 이사회가 빈손으로 끝났다. 당초 이사회는 유럽연합(EU)의 결합심사 결과에 따라 화물 사업 매각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를 하루 앞두고 그간 매각에 반대해온 사내이사 1명이 돌연 사임했고, 남은 이사들은 7시간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2020년 11월 16일 홍남기 당시 기획재정부장관이 주재한 산업경쟁력강화회의에서 양대 항공사의 통합이 결정됐다. KDB산업은행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8000억 원을 투입,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2조5000억 원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총 1조8000억 원을 들여 아시아나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된다는 계획이었다. 이듬해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 14개국에 결합심사를 요청했고 현재 11개국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9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에 합병시 독점 우려가 있다며 ▲한국~유럽 4개 여객 노선 운수권을 티웨이 항공에 넘기고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분리매각하라는 등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화물사업은 아시아나 매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자칫 배임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아시아나 조종사 노동조합도 "산은은 인수합병을 핑계로 대한항공 독점체제를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라며 공식 반대를 천명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잘못했다"며 "이 사안은 전면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년 전에도 같은 당 의원들과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관련 기사 :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에 여당서도 "혈세로 재벌 돕나" https://omn.kr/1qkcu ). 이용우 의원은 한 번 결론을 미룬 아시아나 이사회가 11월 2일 무리하게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하면 "세상에 안 드러나겠나"라고 말했다.

지난 3년, 대한항공-아시아나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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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20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산업은행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추진’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기형, 이정문, 민형배, 이용우 의원. ⓒ 공동취재사진

 
- 전날(10월 30일)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사업 분리매각을 두고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끝났다. 사안 자체가 복잡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도 많은데, 어떻게 진행돼 왔는가.

"3년 전 (정부는 경영난을 겪던) 아시아나가 살아날 수 없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합병해야 시너지가 난다고 했다. 그런데 기업의 이익은 수익-비용 아닌가. 거기서 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구조조정은 안 한다고 했기 때문에 노동비용 절감은 없었다. 두 번째, 대한항공은 자체 정비 능력이 있지만 아시아나는 부족하다. 그래서 합병시 정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는데 잘못된 주장이었다. 보통 항공기를 도입할 때는 리스(장기할부) 계약을 하는데 이때 정비를 어디서 한다는 내용까지 넣는다. 아시아나도 마찬가지라 통합해도 정비비용 쪽 시너지도 없었다. 

게다가 경쟁당국이 기업 결합에 의해 독점도가 높아지는지를 심사하는데 영국의 경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하면 슬롯(특정시간대 이착륙 권리) 7개를 타항공사에 넘기라고 했다. 그러면 수익이 그만큼 줄어든다.


또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기 운송의 독점도에 주목하지 않았는데 EU는 달랐다. '요즘 화물기 운송량이 엄청나게 많은데, 두 회사가 합치면 독점도가 높으니 매각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따라서 아시아나가 화물사업 매각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쪽이 전체 매출에서 40% 정도 차지한다."

- 아시아나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는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인데.

"그렇다 보니까 어제 2시에 이사회를 하기 전에 6명의 이사진 중 사내이사 한 명이 사임했다. 대표이사도 아니라 부담스러운데다 자칫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배임 가능성도 있어서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머지 5명이 이사회를 열었는데... 표결하면 부결될 것 같아서 결론을 못 낸 것 같다. 2일에 다시 이사회가 열린다."

- 페이스북에 5명의 이사가 결정을 해도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보통 이사회 결의는 과반수 찬성을 요구한다. 이사진이 여섯일 때 과반수는 4명, 다섯이면 3명이다. 그런데 사외이사 중 한 명이 김앤장 소속 변호사다. 이번 합병과 관련해 대한항공 자문을 해주는 로펌이 김앤장이다. 이해상충으로 사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가 들어가서 화물사업 매각에 찬성하면 그 자체가 (이사회 결정)무효소송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법적 효력, 사업성 등 곳곳에 문제... "왜 무리수 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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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및 아시아나항공 노조 조합원들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슬롯 반납 및 화물사업 분리매각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한항공이 유럽, 미국, 일본의 기업결합심사를 위해 화물사업 분리매각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와 인력을 줄이고, 아시아나항공의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한항공과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국익이나 국민의 편의,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합병의 목표는 결국 아시아나항공 해체"라고 규탄했다. 2023.10.24 ⓒ 연합뉴스

 
- '외압'도 의심하고 있는데.

"산은에서 '채권단으로서 수익 보전을 위해서 좋은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건 '매각하라'는 소리 아닌가. 공식적으로야 말 안 하지만, 정무위원회 답변 등을 보면 어쨌든 (아시아나에게는) 압력이다. 1980년 신군부가 중화학공업투자조정을 하면서 자동차는 전부 대우에, 중공업과 발전사업은 현대에 넘기는 구상을 하면서 현대양행을 정부에 넘기라고 했다. 이때 현대그룹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강박에 의한 이사회 결정은 무효'라며 승소했다. 비슷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에 화물부문 매각과 관련해 논의했던 이메일 등 자료를 전부 삭제하지 말라고 했다. 두 회사가 실제로는 담합하는데 경쟁하는 것처럼 꾸미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즉 편법이라고 보고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미국 소송 체계에선 이런 자료들을 지우지 말라고 했는데 지우면 (자료를 삭제한 쪽이) 패소할 수 있다."

- 여러모로 합리성이 떨어지는 합병이란 얘기로 들린다.

"금융의 논리만이 아니라 산업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예전에 한진해운 파산시킨 것처럼 하면 안 된다. 대안도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할 때 자회사로 소유한 저가항공사,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제주를 떼어내서 티웨이, 이스타 등 다른 저가항공사들과 합종연횡해 한두 개의 큰 항공사를 만들고 노선도 합리적으로 배분하면 된다.

이것을 국토부와 조율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나. 이 사안은 문재인 정부가 명확하게 잘못했다. '반드시 합병해야 한다, 안 하면 큰일 난다'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2일 이사회에서도 억지로 하면 세상에 안 드러나겠나."
#대한항공 #아시아나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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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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