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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팽나무'에 분통 터뜨린 조경전문가... 도대체 상태 어떻길래

겉흙 유실·황엽현상 등 나타나... "공익감사 청구할 것"... 창원시 '문제 없다'

등록 2023.10.24 11:59수정 2023.10.2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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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일부 황엽현상과 조기낙엽(원안) 현상이 발견된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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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가지 절단 후처리가 안된 상태다. ⓒ 윤성효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와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창원 북부리 팽나무(수령 500년 추정)의 생육 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장 확인 결과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에 있는 '우영우 팽나무'는 천연기념물 지정 1년만에 바닥 초본층 풀이 훼손되고 겉흙 유실이 심한 상태다. 또 일부 잎이 누렇거나 마른 가지가 발견되고 있다. 게다가 제법 굵은 가지를 자르고 상처보호제를 바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 "우영우 나온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1년 지났지만 상태 참담" )

팽나무를 관리하고 있는 창원시청 관계자는 "괜찮다"고 하지만 조경전문가 박정기 노거수를찾는사람들 대표활동가는 "생육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눈물이 나고 분통이 터진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정기 활동가는 지난 2021년 2월 문화재청에 이 팽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앞서 이 팽나무는 지난 2022년 10월 7일 천연기념물 제573호로 지정됐다. 창원시는 지난 7월 '팽나무 보존관리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천연기념물 지정 1년을 맞아 지난 17일 팽나무의 상태를 보도한 뒤, 창원시는 현장에 있던 '비지정 문화재', '보호수' 표석을 철거해 마을회관에 보관했다.

"가지까지 말라죽은 가지더미 최소 20개 이상 확인"

지난 23일 현장을 찾아 팽나무 상태를 살펴본 박정기 조경전문가는 생육과 관련해 여러 우려를 나타냈다. 먼저 생육 지반인 노거수 바닥에 초본층(풀)이 훼손되고 지표(겉흙) 유실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드라마 이후 계속된 답압으로 토양 경화와 함께 초본층이 훼손되고 지표가 유실됐다. 이로 인해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 가는 뿌리인 세근이 노출되어 말라 죽었다"라며 "팽나무 생육 영역이 초지에서 맨땅(나지)으로 바뀌어 복사열 발생은 물론, 호우 시 지표유실이 가속되면 뿌리가 정상적인 기능을 못한다. 이는 잎의 조기낙엽과 고사지(마른 가지) 발생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정기 조경전문가는 천연기념물 팽나무는 현재 '황엽 현상'과 '조기낙엽'으로 마른 가지가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기낙엽 현상이 나타난 가지는 이내 말라 죽게 되는데 뿌리 훼손으로 물과 양분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잎이 누렇게 변했거나 아예 떨어지고, 가지까지 말라죽은 가지더미를 최소 20개 이상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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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지표면에 가까운 낮은 줄기와 가지가 절단됐다. 땅 가까이 있던 처진 가지(위)를 절단(아래). ⓒ 윤성효

 
게다가 지표면과 가까운 낮은 줄기와 가지도 절단해 풍해 극복과 적정 습도 유지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정기 활동가는 "노거수 가지가 낮게 형성되거나 아예 땅에 붙을 정도로 처져 자라면 풍압(風壓)을 완화하고 지표 및 공중 습도를 유지하는 순기능이 있다"라며 "실제로 수령 300년 이상 노거수 대부분은 수고성장이 둔화되는 반면 줄기는 수평 이하로 처지고 가지를 땅 가까이 드리우는 수폭성장이 도드라진다. 수체(樹體)를 작게 가져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는 동시에 풍해(風害)를 극복하면서 적정습도를 유지하여 장기생장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평 이하로 처져 자라는 줄기와 가지를 모조리 잘라 버려 이러한 기능을 잃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부리 팽나무는 전체 수형이 앞(남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다. 특히 뒤(북쪽) 줄기와 가지는 최대한 낮게 유지해야 물리적 하중 분산과 함께 균형 있는 수형미를 가질 수 있는데, 이제 그러한 기능과 효용을 잃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부리 팽나무는 독뫼산 꼭대기에 홀로 서 있다. 강한 일조와 바람길에 노출돼 건조 피해 및 태풍으로 인한 줄기와 가지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라며 "한편 굵고 긴 가지는 태풍에 취약하지만 가는 가지, 특히 초리(가지 끝 가는 가지)는 탄성을 가져 풍압에 견디며 물과 양분의 견인에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박정기 조경전문가는 "골목길 가로수도 이렇게 자를 수는 없다. 줄기와 가지를 자를 때는 바짝 붙여 잘라야 하는데 툭 튀어나오게 잘라 가지터기를 남겨 부후(썩음)가  되게 하였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른 부위는 상처보호제를 도포하는 것이 상식(기본)인데 지켜지지 않아 이미 부후균(곰팡이)이 착생했다. 썩은 가지는 그냥 둔 채 멀쩡한 가지를 자르기도 했다"라며 "손목 굵기를 넘는 가지도 많이 잘랐는데 이는 대수선에 해당하는 수관정비 사업으로 문화재청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현 상태는 문제가 많은 가지치기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풀베기(예취) 작업 부산물과 콘크리터 더미가 계속 방치되는 것도 팽나무 생육에 지장을 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해충 방지를 위한 예취 작업이나 노거수 생육영역 안에서 이뤄지는 예취작업 등의 부산물은 즉시 수거하여 반출해야 한다. 그대로 둘 경우 해충잠복소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생육영역 내에 있는 넓은 면적의 오래된 콘크리트 더미는 장마철 혹은 겨울 휴면기에 철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면적과 체적이 비교적 작은 콘크리트 구체는 연중 철거할 수 있는데 천연기념물 지정 1년이 넘었는데도 그대로 둔 것은 직무유기다"라고 했다.

박정기 활동가는 "현장을 확인해 보니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문화재청에 항의를 하고 공익감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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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풀베기 작업 부산물이 방치돼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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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콘크리트 더미가 방치돼 있다. ⓒ 윤성효

 
창원시 "나뭇잎 변색, 계절적 원인" 


팽나무 관리를 하고 있는 창원시는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 관계자는 "콘크리트 더미는 오랫동안 나무와 있어 유착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바로 제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나무 상태를 확인하고서 조치를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가지치기와 관련해  "죽은 나뭇가지를 제거한 것이고, 후처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자른 상태로 뒀다"라면서 "(나뭇잎 변색은) 지금은 가을이고 계절적 시기에 변색이 시작된 것이다. 한 두 달 사이 서서히 잎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베어낸 풀을 두고는 "나무 생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라면서, 바닥으로 드러난 잔뿌리에 대해서도 "현재 상태에서는 흙이 절대로 적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고, 큰 뿌리가 밖으로 노출된 게 있기는 하나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성욱 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장은 팽나무의 생육 상태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나무와 관련한 설계용역을 실시한 후 문화재청 승인을 받아서 (관리)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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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노거수 바닥의 초본층 풀이 훼손되고 겉흙이 유실된 상태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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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일부 황엽현상과 조기낙엽.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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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낮은 줄기와 가지가 절단됐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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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가지 절단 후처리가 안된 상태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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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가지 절단 후처리가 안된 상태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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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풀베기 작업 부산물이 방치돼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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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노거수 바닥의 초본층 풀이 훼손되고 겉흙이 유실된 상태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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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노거수 바닥의 초본층 풀이 훼손되고 겉흙이 유실된 상태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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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노거수 바닥의 초본층 풀이 훼손되고 겉흙이 유실된 상태다. ⓒ 윤성효

#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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