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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는 송갑석의 변 "저는 자기증명을 거부합니다"

친명계 극언, 강성 지지자들 '부결 인증' 요구에 "비루하고 야만적... 국민 기대 날려버릴 것"

등록 2023.09.25 10:43수정 2023.09.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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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의 변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비이재명계' 지명직 최고위원이던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의 책임을 다시 한번 사과하면서도, 이번 일은 "모두의 실패"라며 "성찰과 책임을 통한 수습과 모색은 처음부터 없었"던 당의 현 주소를 통탄했다.

송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최고위원직을 내려놓는다"며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은 의심의 여지없이 분명하고 무겁기에, 사퇴는 저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2월 27일 1차 체포동의안 부결 후 이 대표가 '탕평책'의 일환으로 임명한 최고위원이었으나 2차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다음날인 22일 사의를 표명했다.

송 의원은 "다시 한번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과 관련해 "재판부에 마지막으로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어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2년 넘게 이어져온 검찰 수사의 정치성, 부당성을 사법부 판단과정을 통해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그 매듭을 끊으려는 뜻이 포함된 결과이지, 결코 구속영장 발부 자체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저는 이해한다"며 "사법부도 결코 오해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기나긴 시간에는 검찰의 일방적 독주만 있었습니다. 이제 이재명 대표에게도 그에 상응하게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향후 재판 결과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그리고 형사법의 기본 룰인 불구속 수사의 원칙, 무기 대등의 원칙 준수라는 관점에서도, 이재명 대표에게 불구속으로 재판받을 기회가 반드시 보장되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수습과 모색 없고 분노와 증오만... 모두의 실패" 

송 의원은 이번 표결 결과를 두고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의원들이 그 20시간의 마지막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며 "메말라버린 신뢰, 실종된 리더십, 빈약한 정치적 상상력 등 우리 당의 현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평했다. 그는 "저의 실패였고, 지도부의 실패였으면 168명 민주당 국회의원 모두의 실패였다"면서 체포동의안 가결 후 분열로 치닫고 있는 당내 상황을 두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모두가 실패한 자리에 성찰과 책임을 통한 수습과 모색은 처음부터 없었고 분노와 증오의 거친 말들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우리 당 국회의원들은 가결이냐 부결이냐를 고백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습니다. 증명하지 않는 자, 증명하지 못한 자, 증명이 불충분한 자의 정치생명을 끊는다고 합니다. 


저는 자기증명을 거부합니다. 비루하고 야만적인 고백과 심판은 그나마 국민들에게 한 줌의 씨종자처럼 남아있는 우리 당에 대한 기대와 믿음마저 날려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기증명을 거부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제 정치생명을 스스로 끊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차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민주당의 심장 호남의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과 당원,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습니다."


송 의원은 "지금 민주당은 미증유의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지만, 우리가 그 위기를 지혜롭게 이겨낸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결국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68년 민주당 역사가 그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다시 민심의 바다에서, 극단의 정치로부터 소외된 국민의 고단함과 불신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민주당을 다시 세우는 길에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의 말미 정청래 최고위원은 "모두를 사랑하는 것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며 "모두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말과 똑같은 말"이라고 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도 사태 수습을 위해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이재명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 당원들과 함께 민주당의 깃발을 높이 들고 전진하겠다'라고 공개선언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당 지도부는 강경 지지자들의 '색출' 작업을 두고도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송갑석 #민주당 #이재명 #체포동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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