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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한 '한국적 극우' 현상

[주장] 민족주의 아닌 친미와 친일을 내세우고 있는 한국 극우

등록 2023.09.11 16:58수정 2023.09.2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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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뉴스를 매일 보는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가 축구와 정치다. 그런데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이 일본에 1대 4로 패배하자 즉시 국가대표 감독인 플릭을 해임했다. 국가대표 감독을 해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경기를 본 소감으로 독일이 엄청나게 못 하고 일본이 엄청나게 잘한 경기는 아니었다. 독일이 1대 2로 지고 있다가 경기 막판인 90분과 추가 시간이 적용된 92분에 2골을 연속으로 먹으며 1대 4라는 큰 점수 차이가 났다.

과거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독일은 경기 막판에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져서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지난 월드컵에서 일본에 질 때도 1대 0으로 게임을 이끌다가 후반 막판에 연속으로 두 골을 내주며 역전패당했다. 그래서 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이 미국과 세르비아를 연파하고 세계 챔피언이 되었지만 국민의 관심은 책임을 지고 물러난 국가대표 감독의 후임에 관한 논의다. 독일에서 축구는 종교보다 더 숭고한 것이다. 일요일에 교회는 안 가도 축구 경기장에는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든다. 특히 분데스리가의 라이벌 팀 간의 경기나 국제 경기가 열리면 나라 전체가 '광분'한다.

그런데 현재 독일에서는 스포츠만큼이나 사회를 들썩이게 하는 일이 생겼다. 여론조사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차기 총선에서 커다란 승리를 거두게 될 것으로 계속 예측되기 때문이다. 2023년 9월 4~8일에 12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최근의 INSA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장 총선이 실시되면 독일대안당이 무려 22%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연정을 통해 집권하고 있는 여당인 사민당(SPD)은 18%, 녹색당(Grünen)은 13%, 자민당(FDP)은 7%로 모두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에 뒤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현재 연정을 이루는 정당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과반수에 현저히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인 중도우파 보수당인 기민당·기사당 연합(CDU/CSU Union)은 27%로 여전히 집권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1949년 제1대 의회 선출 이후 2021년의 20차 총선 때까지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13차례나 집권에 성공한 관록이 있는 정당이다. 그런데 이제 극우 정당이 턱 밑까지 치고 올라온 것이다. 게다가 바이에른주를 대표하는 우파 정당인 기사당(CSU)이 심심하면 우경화 신호를 보내면서 더욱 독일 정치판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독일 정치 메인스트림에 진입한 극우세력

2021년 총선에서 정권을 잡은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 연정 정부가 산적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인기가 추락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전통적인 중도·보수 정당인 기민당이 이른바 죄경화하였다고 믿는 지지자들이 독일대안당으로 몰려가면서 이런 사달이 나고 있다. 게다가 기민당 당수인 메르츠가 지방 정부 차원에서 독일대안당과 연정도 가능하다는 발언을 하면서 독일 정치판이 더욱 난장판이 되고 있다. 물론 여론이 나빠지자 나중에 발언을 취소했지만 그 여파는 강하게 남아 있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남긴 상처와 그림자가 여전히 깊은 독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여론이 당황스러워하지만 일단 극우 세력이 독일 정치의 메인스트림에 진입한 것은 이제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 되었다.     
  
사실 극우 정치가 인기를 얻는 현상은 독일에만 한정되는 현상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 형제들'이 이끄는 우파 연합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우경화된 정부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이미 스웨덴에서도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연정에 참여하게 된 바가 있다. 또한 미국의 극우 정치가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고 차기 대선의 강력한 후보로 이야기되고 있다. 미국의 민주당이 그런 트럼프를 막으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지만, 그의 인기는 막강하다. 한국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극우 정치를 추구하는 것도 결국 이런 세계적인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판에 극우 세력이 등장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국민이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집권할 때 독일의 경제적 상황은 최악이었다. 1920년에 창당한 흔히 나치당으로 불리는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NSDAP)은 1919년 1월 5일 베르사유 조약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안톤 드렉슬러를 대표로 조직한 독일노동자당(DAP)에서 시작되었다.


히틀러는 1919년 가을 독일노동자당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고 뮌헨의 술집에서 벌어지는 당대회에 가서 연설을 하고 이 당의 위원이 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후 히틀러는 1920년 나치당 창건의 주역이 되고 1923년에는 극우 세력이 벌인 뮌헨 폭동에도 참여하여 다치기까지 하면서 본격적인 정치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나치당은 잠시 해산되었다가 재건한 다음 1926년 선거에서 마침내 12명의 후보가 당선되어 본격적인 정당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1932년 총선에서는 전체 의석의 3분의 1이나 되는 230명의 후보를 당선시켜 마침내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다. 이 무렵 전 세계는 1929년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대공황으로 경제적 혼란이 극에 달했다. 이를 기회로 삼아 히틀러는 독일 국민을 선동했고 국민은 그를 따랐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나치당은 히틀러가 수상이 되도록 만들었고 마침내 1933년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 치른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나치당은 그동안 연정을 이룬 독일국가인민당(DNVP)을 포함한 모든 정당을 해산시키고 바이마르 헌법도 폐지해 버렸다. 이후 에른스트 룀을 비롯한 당내의 반대파도 모두 제거한 히틀러는 마침내 독재자 총통이 되어 독일을 전쟁 준비로 몰고 갔다.    
  
독일 국민이 극우정당에 지지를 보내는 이유

제2차 세계대전의 치욕적인 경험을 한 다음 1949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독일 사회에서는 나치는 단순한 금칙어 이상의 의미를 지닌 범법행위와 관련된다. 그러나 아데나워 시절부터 나치의 흔적은 지속되었고 통일된 이후에는 오히려 구동독 지역에서 극우 세력의 준동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독일대안당도 구 서독이 아니라 구동독 지역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2013년 창당한 독일대안당은 처음에는 유럽연합을 반대하는 자유·우파 정당으로 시작하였다. 2013년 총선에는 4.7%의 득표율로 아슬아슬하게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이 당을 지지한 이들 대부분은 남자 노동자 계층 출신이었다. 그리고 이전에 자민당과 좌파당을 지지했던 이들이 게다가 정당의 정강보다는 사회적으로 열등한 상황에 분노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미국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이 백인 남자 노동자 층이고 사회에 분노한 이들이라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독일대안당은 2015년 당내의 경제자유주의 파벌이 떨어져 나가면서 더욱 우경화되었다. 그런데 독일대안당이 유럽연합을 극도록 혐오하면서도 2014년 유럽총선에 나서서 7.1%의 득표율로 마침내 유럽의회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원래 정당이 정강에서 주장하는 것과 현실 권력욕과는 다른 행태를 보이는 법이라는 원칙이 이 극우 정당에도 적용된 것이다. 그리고 이때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독일대안당은 여러 지역에서 정치 무대에 진출하게 된다. 특히 작센 주 지방선거에서는 무려 9.7%의 득표율로 지방의회에 14명의 의원을 당선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브란덴부르크와 튜링겐 시의회 선거에서는 각각 12.2%와 10.6%의 득표율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총선에서 독일대안당은 무려 94명을 연방의회에 진출시키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이는 '전통적인' 녹색당(67), 자민당(80), 좌파당(69)을 능가하는 놀라운 성적이었다.

2021년 총선에서는 의석수가 11석이 줄어든 83석에 그쳤지만, 여전히 좌파당(39)을 크게 압도하는 성적이었다. 그리고 2023년에 들어서서는 마침내 연정을 이룬 집권 여당의 각 정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로 총선을 치른다면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연정을 이루어 막강한 권력을 지닐 수 있다는 말이다. 독일 국민이 왜 이런 극우 정당에 이토록 큰 지지를 보내는 것일까? 이유는 앞에서 말한 대로 불만이다. 니치당이 등단하여 세력을 늘려가던 때와 똑같다. 먹고살기 힘들고 세상에 대한 불만이 늘어날수록 극우 정당에 대한 지지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극우세력 강화가 국가에 불러올 미래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실질적인 양당제와 강력한 대통령제를 운용하기 때문에 독일과 같이 색깔이 분명한 새로운 정당이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매우 넓은 스펙트럼으로 극우 세력까지 포섭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이 극좌 세력도 포섭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에 극좌세력은 이미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뿌리를 뽑혔기 때문에 민주당은 온건한 중도좌파에서 더 나빠질 능력 자체가 없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극우 세력은 제재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도우파를 표방하는 국민의힘에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극단 세력이 더 소란스럽고 가시적이다. 게다가 현재 윤석열 정부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극우 메시지를 보내는 상황이라면 극우 정치 구호가 더욱 요란하게 사회를 흔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정치적 이념 대립이 나라의 근간을 흔들 지경에 이르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 트럼프 추종자가 트럼프의 낙선을 받아들이지 않고 의회로 쳐들어가는 국가반역을 시도한 것이 좋은 사례다. 미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의 첨병인 나라도 극우 세력의 준동이 자유의 이름으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국가반역의 실질적 원인을 제공한 트럼프는 법의 심판을 받는 중인데도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가로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의 인기가 있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당연히 불만이다.

현재 바이든 정권과 민주당을 미국 국민은 불신한다.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의 경제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도 그 모양이다. 그리고 독일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가 만신창이가 되니 극우 세력이 준동한다. 경제가 어렵고 경제 발전이 이루어져도 분배의 정의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아 빈곤층이 늘어나고 미래가 불안하면 그 불안을 먹고 극우 세력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극우 세력의 강화는 궁극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파멸에 이르게 된다. 근대사에서 극우 세력이 권력을 잡거나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고도 나라가 잘 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도 세계 여러 곳에서 극우 세력이 판치고 있다. 근본적으로 먹고살기 힘든 사람은 어차피 이판사판의 심정이기 때문이다. 이리 망하나 저리 망하나 마찬가지라는 심정을 지닌 사람이 한 사회의 3분의 1만 되어도 나라가 충분히 뒤집힌다. 히틀러의 나치당을 지지한 독일 국민이 3분의 1에 이르자 독일이 패망의 길로 접어든 것에서 이러한 논리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히틀러의 나치당이 권력을 장악하고 결국 독일이 망할 때까지 무려 12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일은 문자 그대로 초토화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입은 피해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피해는 대부분 미국과 서방 연합국이 아니라 소련과의 전쟁에서 입었다. 공산주의를 극도로 싫어한 세계 극우 세력의 중심인 나치 히틀러를 무너뜨리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였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만약 그 당시 소련과 독일이 원래 맺은 조약을 그대로 준수했다면 서방 연합국은 히틀러를 무찌를 수 없었다. 그런데 히틀러가 공산주의 국가인 구 동유럽 지역과 소련을 적으로 삼으면서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다. 당시 소련을 포함한 연합국 군대 희생자 가운데 95%가 소련군이었다. 그리고 독일이 입은 피해의 4분의 3은 소련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에서 인용한 해스팅스의 저서 <Inferno: The World at War, 1939-1945>에 잘 설명이 되어 있다. 극우 세력이 빨갱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역사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 시민이나 중도 정당은 극우 세력을 물리칠 힘이 없다.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부터 독일 근현대사 증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현재 독일에서는 과거 공산당의 후예인 좌파당이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에 크게 밀리고 있다. 그래서 적어도 독일에서는 극우 세력을 막을 대립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도 공산주의는 이미 소멸한 것이나 마찬가지기에 극우 세력이 마음대로 활개를 칠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 한국도 그런 대열에 참여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 지지율은 30%대 초반이다. 다시 말해서 국민의 70% 정도는 적극적으로 지지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극우 정치 카드를 들고 나오고 있다. 여당 안에서도 당혹해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치고 나오는 윤석열 정부의 극우 프레임의 목적은 물론 내년 총선이다. 사실 한국에 진성 빨갱이가 없음에도 반대 세력을 모조리 빨갱이로 모는 것은 전형적인 극우 정치 프레임이다.

과거 히틀러나 무솔리니가 써먹은 방법을 이제 대한민국의 윤석열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근현대사는 한국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 영향을 받았다. 미국과 소련이 대표하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장이 하필 한반도에서 벌어졌었다. 그러나 앞에서도 본 대로 이미 제2차 세계대전은 극우 세력과 공산주의의 대결장이었다. 그리고 그 대결에서는 극우 세력이 대패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소련과 손을 잡고 극우 세력인 독일과 이탈리아와 일본을 친 미국이 전후에는 다시 독일과 이탈리아와 일본과 손을 잡고 공산 세력인 소련과 맞짱을 뜬 것이 바로 한국전쟁이었다. 물론 미국의 입장에서 두 전쟁에 모두 관여한 것은 당연히 미국의 국익 때문이었다. 그 당시 소련의 과학 기술력과 경제력은 미국을 능가하거나 맞먹는 수준에 있었다. 이를 두고 볼 수 없는 미국이 적국이었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과 손을 잡고 과거 연합국이었던 소련과 한반도에서 대리전쟁을 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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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으로 일부가 파괴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의 건물 앞을 9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제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다시 소련과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한국전쟁과 마찬가지로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장기전으로 흐르는 이 전쟁에서 승자는 결국 미국과 소련이고 패자는 우크라이나가 될 것이다. 이미 우크라이나의 사상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고 국토의 상당 부분이 초토화되었고 경제가 결딴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전쟁이 끝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서방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느라고 보낸 물자를 우크라이나 국방부에서 떼먹는 부조리가 판치고 있다. 과거 한국전쟁 때 연합국이 지원한 물자를 한국 국방부에서 떼먹은 것과 똑같은 프레임이다.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국민방위군 사건'이다. 1951년 1·4 후퇴 당시 국민방위군 고위 장교들이 돈과 물자를 착복하여 50만 명에 달하는 국민방위군 가운데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동상으로 죽은 이들이 거의 10만여 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동상으로 불구가 된 이들이 20만 명이 넘었다. 그런데도 이승만 정권은 이 사건을 축소하는 데 급급해하다가 결국 여론에 밀려 신성모를 잘라버리더니, 다시 지기 충복인 이기붕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해 버렸다. 그러나 결국 군부와 연대하여 돈을 받아먹은 정치가들과 최고 권력자의 처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것이 전쟁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민간인은 징집되어 전방에서 죽어가는 데 국방부에서는 돈과 물자를 빼돌리고 있다.  그러나 그에 연관된 다수의 정치가들은 빠져나가고 겨우 국방장관만 교체할 수 있을 뿐이다.   

더구나 그런 와중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나라들도 이미 전후 복수 사업의 수익을 계산하는 중이다. 보통 극우 세력은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법이다. 과거 나치 독일이나 현재 우크라이나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의 극우 세력은 매우 특이하게도 친미와 친일을 내세운다. 세계의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극우의 현상이다. 더구나 한국의 개신교는 툭하면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들고 시청 앞으로 달려 나간다. 미국에 충성하지 않으면 다 빨갱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일이다.

미국의 극우 세력도 늘 '미국 최고'(America first)를 내세운다. 나치도 '하나의 민족, 하나의 제국, 하나의 총통'(Ein Volk, ein Reich, ein Führer)이었다. 흔히 극우 세력은 사회적 소수자를 만만한 희생자로 삼는다. 그래서 히틀러는 유대인만이 아니라 장애인과 저능아, 동성애자, 집시, 공산주의자를 집단수용소에 가두어 말살해 버렸다. 명목은 사회 정화였다. 우수한 아리안족의 '보호'를 위해 저질스러운 인종과 인간을 말살하는 것이 민족을 위한 애국이라는 논리로 말이다.

미국의 극우 세력도 백인 이외의 '외국인'을 적으로 삼는다. 그런데 한국의 극우 세력만 친일과 친미가 애국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극우 세력이 일본과 미국을 상대할 때 국익을 더 앞세우자는 이들을 민족 반역자라고 한다. 잃어버린 나라를 위해 싸운 홍범도 장군은 빨갱이여서 그 동상도 없애고 그의 이름을 기린 거리도 없애야 한다고 날뛴다. 정말 극우 세력이 판치는 독일에서 오래 살았지만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기이한 '한국적 극우' 현상이다.

미국과 독일 하다못해 우크라이나까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국 세력에 배타적인데 우리나라만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대체 이런 현상을 어찌 이해해야 하나? 답은 둘 중 하나다. 먼저 한국의 극우는 사전에 나오는 극우가 아니다. 그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급조된 이데올로기 프레임이다. 아니면 대한민국에 '토착 왜구'와 더불어 '토착 양키'가 어느 사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는 말이다. 그 어느 것이 진실이든 참으로 슬픈 일이다. 애국가에 나오는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후렴구를 이제는 '대한 사람 친미·친일로 길이 보전하세'라고 바꾸어 불러야 할 판인가 보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세상이다.
#극우 #빨갱이 #독일 #히틀러 #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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