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국난 극복이 취미... 계속되니 당연한 줄 안다

[取중眞담] '잼버리 만회' 국민에 부탁하려면 고개부터 숙여야

등록 2023.08.08 19:05수정 2023.08.08 21:00
3
원고료로 응원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a

전북 부안군 새만금 간척지에서 열리는 2023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이 주최측의 준비소홀과 태풍 ‘카눈’의 북상 등으로 인해 8일 야영지에서 전면 철수하는 가운데, 스위스 스카우트 대표단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글로벌센터에 마련된 숙소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일이 잘못되었다. 수습해야 하는데,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일이 왜 그 지경이 되었는지 설명 없이 그냥 도와달라고 하면? 기본이 안 된 것이다. 

안전과 위생 문제로 이미 파행을 겪은 상태에서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전원 퇴영한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은 서울과 경기·충청권으로 분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각국 참가자의 수송 및 숙박, 문화행사 등을 챙기고 있다. 

8일 오전 잼버리 비상대책반의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부탁했다.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모인 4만 5000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고국으로 돌아가면 모두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 한 분 한 분이 대한민국의 홍보대사라는 마음으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대해 달라"고 했다.  

'나도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도와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뭔가 빠진 느낌이다. 잼버리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국민에게 부탁을 할 때까지 정부는 뭘 했는지 얘기가 없다. 
 
a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책임 문제는 나중에 다룰 태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현재로서는 일단은 지금 진행 중인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정부로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탁하려면 고개는 숙여야 한다. 지금 대통령이 사태 수습에 앞장서는 건 정부와 지자체가 망친 행사를 대통령이 해결하고 있다는 모양새를 연출하지만, 지금까지 이 정부를 이끌어 온 건 윤석열 대통령이다. 더욱이 국민에게 부탁하는 처지라면 고개는 숙이면서 말을 하는 게 맞다. 

한국은 하계 올림픽, 동계 올림픽, 유니버시아드, 월드컵 등 세계적인 행사를 모두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른 나라다. 그런데 32년 전에도 열었던 잼버리가 갑자기 이 지경이 되는 것을 본 국민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실망이 크지만 '스카우트 대원들 잘 대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이 나라 국민들은 어떻게든 잘해주려고 할 것이다. 이번 사태와 비교할 순 없지만 IMF 구제금융,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코로나19 상황 등에서 이 나라 사람들의 취미는 '국난 극복'이라는 걸 이미 확인했다. 


국민 참여 국난 극복이 계속되니 당연하게 여기는 것인가. 국민에 부탁을 하면서 송구하다는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잼버리 #송구 #대통령 #국난극복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5. 5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