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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며 깨달은 이것, 글쓰기에 적용해봤습니다

원하는 걸 가능하게 하는 마법의 실체

등록 2023.08.10 11:31수정 2023.08.1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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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 70년대생 동년배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씁니다.[편집자말]
최근 일주일에 세 번 필라테스를 한다. 하루 8시간 책상 앞에서 모니터 속으로 빨려들어갈 듯한 자세로 일을 하고 그 일을 주 5회, 10여 년 간 반복하다보니 거북목, 일자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지금은 회사에서 일한 지 20년차다. 10년 넘게 고질적인 어깨굳음과 뻐근한 목으로 자주 담에 걸리면서 힘들게 지내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라고 변명을 하며 버티다가, 목디스크 전조증상이라는 팔저림까지 오자 결국 미루고 미루던 대응을 시작했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살려고' 운동을 시작했다. 좋지 않은 자세는 생각하지 않아도 숨쉬듯 자연스럽게 계속 하는데, 그 굳은 몸을 움직이기 위한 운동은 '주 2회, 한 시간' 정도였으니 아마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운동 중 경험한 말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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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를 닫으세요. 옆구리를 꼬집으세요. (사진출처 Unsplash) ⓒ lgnwvr

 
그러다 운동을 주 3회로 횟수를 늘리자 등이 굳어서 숨을 끝까지 들이마시기도 힘들었던 증상이 나아졌다. 가만히 있어도 목이 뻐근하고 피로해서 연신 목을 이리저리 비틀어 스트레칭을 하는 버릇도 사라졌다.

목에 매달려있던 쇳덩어리가 떨어져나간 것 같았다. 등이 두께 2센티미터짜리 철판으로 이루어진 듯, 이전에 등 전체를 무겁게 덮고 있던 느낌도 개운해졌다. 운동의 효과가 나타나는 게 보이니 더 빠지지 않고 운동을 했다. 그랬더니 그 전엔 그저 따라하기에만도 바쁘던 선생님의 말이, 새롭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배꼽을 이마까지 끌어올리세요.
팔이 아니라 정수리로 누른다는 느낌으로 페달을 누르세요.
갈비뼈를 닫으세요. 옆구리를 꼬집으세요.
지퍼를 채우듯이 아랫배를 쏙 집어넣으세요."


생각해보면 말이 잘 안 되는 말인데, 이 말이 연상시키는 동작을 말의 느낌대로 해보려고 했더니 안 되던 동작이 조금씩 되기도 하고 아프던 곳이 안 아프기 시작했다.

최근엔 집에 턱걸이를 할 수 있는 운동 기구를 들였다. 액션 영화를 좋아해서 아이들과 즐겨본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풍해라'라는 속담과 비슷한 대사를 아이들에게 꼭 날리곤 한다.


"봐봐, 저기서 너끈히 몸을 끌어올려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으니까 살았잖아. 어디서든 니 몸을 끌어올릴 수 있는 팔 힘을 길러야 해."

그런 말을 하는 나는 그럴 팔 힘이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래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제 바담풍은 그만하고 '바람풍'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턱걸이를 할 때 목 주위의 승모근을 쓰려고 하지 말고 등의 광배근을 당겨서 끌어올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철봉에 매단 탄력밴드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목을 철봉 위로 끌어올릴 때, 어깨가 아니라 등 근육의 힘으로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며 당겼다.

턱걸이를 팔이 아니라 등으로 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해보니 목과 어깨와 팔로 용을 쓸 때보다 훨씬 좋은 자세로 턱걸이를 할 수 있었다. 운동을 하면서 말이 몸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되네?'

원하는 바를 말하고 행한다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렇다면 글을 잘 쓰고 싶은 나에게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에 이르렀다. 어떤 말을 해야 그 불가능한 것을 해보려고 용을 쓰다가 글쓰기가 늘까? 하는 데까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라고 생각하세요. 100쇄를 찍은 작가라고 생각하세요.'

무턱대고 이런 말이 떠올랐다. 불가능한 것, 말이 안 될 것 같은 것을 떠올려 봤지만 떠올린다고 그냥 글이 늘 것 같지는 않았다. 답이 안 나오니 잊고 있다가도, 운동하러 가서 '배꼽을 턱밑까지 끌어올리라'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동작을 하다보면 또 기억이 났다.

글쓰기에서는 이런 게 안 통하나? 슬슬 답답해져 '마법의 주문 찾아 헤매기'를 포기해버릴까 싶을 때쯤이었다. 무슨 수업인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책쓰기 수업을 듣게 됐다는 친구의 하소연을 들었다. '글을 쓰는 게 익숙하지 않다, 뭘 써야할지 모르겠다'는 친구의 말을 듣던 내가 나도 모르게 이런 대답을 하고 있었다.

'매일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다보니 혼자 있어도 오늘은 뭘 써볼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더라. 그 생각이 마치 필터처럼 나에게 항상 켜져 있다보니 정말로 매일 뭐라도 쓰고 있더라'라고. 그러니 '일단 매일 써야지'라는 생각을 해보라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매일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고 오늘은 뭘 쓰지?라는 생각을 계속 하다보니 진짜로 매일 뭐라도 쓰게 되었고, 쓰다보니 누가 읽을까, 언제 읽을까를 생각하며 쓰게 되었다. 어두운 밤바다에서 만난 등대 불빛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생각들을 마음에 품은 채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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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 픽사베이

 
내가 뭔가 대단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이미 필라테스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내 몸이 건강해지고 하루 하루를 가뿐하고 개운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이미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처럼, 별로 대단한 글은 아닐지라도 매일 글을 쓰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고 사유가 깊어지니, 글쓰기에서도 나를 계속 쓰게 하는 마법의 주문은 사실 이미 있었던 것이다.

이건 어쩌면 '원하는 것을 매일 쓰는 비밀번호로 삼으라'는 어느 자기계발서 속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얘기 아닐까 싶어졌다. 그렇다. 나는 비밀번호 요법을 자주 쓴다. 꼭 가고 싶은 콘서트가 있으면 매일 로그인해야 하는 회사 PC의 암호에 콘서트 관련 단어를 넣었고 남편이 외국 대학 교수 채용 과정에 있을 때는 그 학교 이름을 암호에 넣었다.

결과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가고 싶은 콘서트는 어떻게든 갔고, 남편은 외국 대학에 교수로 채용되었다. 아마도 뭔가를 향하는 마음을 구체적인 모양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말, 그 마음을 잊지 않게 계속 되새기는 행위. 이 두 가지가 변화를 이끌어내는 마법의 실체인지도 모른다.

내일도 나는 배꼽을 이마까지 끌어올리라는 불가능한 주문을 들으며 땀을 흘릴 것이다. 배가 쏘옥 들어가고 11자 복근이 생기는 마법을 꿈꾸며. 
덧붙이는 글 저의 블로그나 브런치에 게재될 수 있습니다.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 70년대생 동년배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글쓰기 #마법의주문 #턱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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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만드는 삶을 지향합니다. https://brunch.co.kr/@sword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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