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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불법파견' 판단... 근거는?

"원청이 외주사업체와 영업소 근무자들 관리감독"... 노조, 정규직 전환 및 사과 요구

등록 2023.04.14 09:31수정 2023.04.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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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조 신대구부산톨게이트지회는 대법원 승소 판결 뒤인 13일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대법원은 어떤 이유로 민자고속도로 위탁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 소속이라고 판단했을까. 14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대법원의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 관련 '고용의사표시' 상고심 판결문을 보면 그 근거가 담겨 있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위탁업체 소속인 요금수납원, 보수원을 비롯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조 신대구부산톨게이트지회(지회장 양우주)가 2018년에 원청을 상대로 냈던 '고용의사표시' 소송에서 1심과 항소심에 이어 13일 대법원이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관련 기사: 대법원, 민자고속도로 비정규직 첫 '정규직' 판결 https://omn.kr/23i5b

소송을 냈던 126명 가운데 사망 1명과 파기환송 1명을 제외한 124명 모두 원청 소속이라고 대법원이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은 상고 비용을 모두 원청인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가 부담하도록 했다.

원심판결을 언급한 대법원은 "통행료 수납업무 등의 특성상 외주사업체 소속의 영업소 근무자(원고)들과 피고(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직원들은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었다"며 "실제로 영업소 근무자들은 피고의 영업규정이나 지침 등을 통해 피고로부터 업무수행 자체에 관하여 지시를 받은 것과 다를 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피고는 영업소의 업무 전반에 대한 운영 실태 점검을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영업심사, 야간점검 등을 시행하였고, 연간 운영평가를 실시하여 피고 영업소의 운영실태를 확인한 후 그 결과를 각 영업소에 통보하였으며, 피고의 대표이사가 직접 영업소를 순회점검하기도 하였다"며 "이같은 방법으로 외주사업체와 영업소 근무자들을 관리·감독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외주업체가 근무자들에게 행한 업무지시는 대부분 원청이 결정한 사항을 전달하거나 기존의 업무방침을 반복․강조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외주업체와 영업소 근무자들은 용역업무 수행에 있어서 원청이 결정한 업무방침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외주업체는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독자적인 결정 권한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영업소 근무자들이 원청이 지정한 복장과 원청의 로고가 새겨진 안전조끼와 명찰을 착용하고 피고 명의로 발행된 근무자 카드를 소지한 상태에서 피고가 제시한 각종 규정 등을 준수하며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소 근무자들과 피고의 직원들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피고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 영업소 근무자들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외주업체는 용역계약에 따른 업무수행을 위한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원청에 상당히 의존하는 형태였다는 것이다.

'실효의 원칙 적용'에 대해, 대법원은 "고용의무발생 원고 중 일부는 소를 제기할 때까지 약 10년 동안 피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할 권리가 있었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였다"며 "하지만 고용의무발생 원고들이 피고에게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을 전제로 말이나 행동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용의무발생 원고들에게 권리가 있다는 점은 고용의무발생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법적 공방을 거쳐 법원의 판결을 통해 비로소 확인되었다"며 "법률전문가가 아닌 고용의무발생 원고들이 권리 발생일로부터 오랜 기간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권리가 더 이상 행사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피고가 정당한 신뢰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고 가운데 1명은 사망으로 종료되었고, 다른 1명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여 원심에 환송한다"며 "나머지 상고는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가 모두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이다"라고 판결했다.

일반노조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에 대해 비정규직들을 즉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처우개선하며, 그동안 법적 대응해 왔던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민자고속도로 #불법파견 #정규직 #민주일반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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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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