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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김범수 가족회사의 중대 법 위반... 고발은 피했다

공정위, KCH의 카카오 주식 의결권 행사에 시정명령·법인고발

등록 2022.12.15 12:02수정 2022.12.1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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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카카오 총수'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가족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KCH)가 카카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시정명령과 법인고발을 결정했다.

이른바 '금산분리' 위반이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옛 공정거래법 제11조(금융회사 또는 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에 따라 KCH는 금융회사로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KCH가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검찰에 고발하는 대상을 KCH 법인으로 한정했고, 김범수 센터장을 비롯한 KCH 관련자를 고발하지 않았다. KCH는 김범수 센터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는 회사로서, KCH의 의결권 행사에 김범수 센터장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심증만 있고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상황에서 김범수 센터장 등을 고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KCH, 중대한 법 위반"

공정위는 15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카카오 소속 금융·보험사인 KCH는 자신이 보유한 계열회사 ㈜카카오, ㈜카카오게임즈의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규정을 위반하여 2020년과 2021년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자신의 보유주식 전부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라고 밝혔다.

2021년 기준 KCH는 카카오 지분 11.54%, 카카오게임즈 지분 1.0%를 소유했다. KCH는 2년간 카카오 주주총회에서 모두 14개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카카오게임즈 주주총회에서는 2년간 모두 11차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의결권 제한 규정은 금융·보험사가 금융이나 보험사업운용을 통해 축적된 자금을 계열회사에 출자함으로써 총수의 경영권 승계나 지배력 유지·강화에 이용할 유인이 있어 이를 억제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KCH가 금융회사인지 여부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KCH는 2020~2021년 전체 수익 중 금융수익이 95%를 상회해,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에 해당한다. 또한 KCH는 의결권 제한 예외 조항 적용 대상도 아니다. 따라서 금융회사 등의 의결권 제한을 규정한 옛 공정거래법 11조에 위반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시정명령(향후 금지명령)뿐만 아니라 법인 고발 조치까지 나아갔다. 이는 KCH의 의결권 행사로 인해 의결 결과가 뒤바뀐 안건이 존재한 탓이다. 공정위를 이를 두고 "법 위반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2020년 카카오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소집 기간 단축을 내용으로 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 통과됐다. 당시 국민연금공단이나 일부 소액주주가 반대했는데, KCH가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가결됐다.

공정위가 김범수 센터장을 고발하지 않은 이유

김범수 센터장 고발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15일 브리핑에서 "총수나 임원 등이 의결권 행사에 관여한 것이 입증되면 고발할 수 있는데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김범수 센터장 등) 개인 고발은 하지 못했고, 법인 고발만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범수 센터장이 KCH의 의결권 행사에 관여했다는) 심증은 있는데, 김범수 센터장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또 대표이사는 다른 사람"이라면서 "누구를 고발해야 할지 (문제가 있고) 직접적인 증거 하나 없이 고발하는 케이스는 잘 못 봤다"라고 말했다.

한편, KCH는 여러 논란에 휩싸인 회사다. 김범수 센터장이 카카오 지배력 확대와 자녀 승계를 위해 KCH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예전부터 나왔다.

2021년 국회 공정거래위원회의 국정감사 때 KCH의 금산분리 위반 논란이 일었고, 국정감사장에 출석했던 김범수 센터장은 "논란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가족 형태의 회사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로서의 전환작업을 계속 준비하고 있고 현재로서 그 일정을 좀 더 앞당겨서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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