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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첩보 삭제 지시? 받지도 않고 하지도 않았다"

검찰 출석 박지원 전 국정원장, 혐의 부인... "국정원, 정치로 끌어들이지 않기를"

등록 2022.12.14 11:34수정 2022.12.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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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해서 14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나는) 국정원을 개혁하러 왔지 삭제하러 오지 않았다. 오늘 저를 조사함으로써 개혁된 국정원을 정치로 끌어들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검찰에 출석하며 '국정원을 정치로 끌어들이지 말라'고 윤석열 정권을 향해 발언을 내놓았다. 

14일 오전 9시 50분께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청사 앞에 선 박 전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서훈 (국가안보) 실장으로부터 어떠한 삭제 지시도 받지 않았다"며 "제가 국정원장으로서 우리 국정원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라고 자신을 향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박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의 본연 임무는 첩보,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는 업무를 해 대통령께 보고하고 정책 부서인 안보실이나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에 지원하는 것이지, 정책 결정 부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전 원장은 '당시 정보 분석이 완벽하지 않아 이씨의 자진 월북 단정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러한 분석관의 분석을 저는 절대적으로 신임한다"며 "국정원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했다고 판단한다"라고 답했다. 

또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이 이씨의 피격 사망 사실을 공개했을 때 파장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걸 이야기하는 건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밝히면서도 "국정원 직원들의 애국심과 헌신하는 자세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분석을 100% 신뢰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보안 유지' 지침 하달과 관련해 박 전 원장은 "보안은 모든 세계 정보기관의 제1업무"라고 일축하며 "검찰에서 이야기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이날 박 전 원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북한군에게 피살됐을 당시 사건에 대한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으로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로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이후 검찰은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박 전 원장은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관련 국정원 첩보 보고서 46건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관계장관회의에서 서훈 전 실장이 보안 유지를 명목으로 관계기관에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청와대 행정관이 서 전 실장의 '보안 유지' 지침을 국정원 실무진에게 전달했고 국정원에서 피살 관련 첩보가 삭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을 상대로 관계장관회의 당시 논의 내용과 첩보 삭제 관여 여부를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서 9일 서 전 실장을 서해 피격 사건 관계기관의 업무를 총괄한 책임자로 지목하고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아래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박지원 "국정원 개혁하러 왔지 삭제하러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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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해서 14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출석 심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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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안 그래도 소란스러운데 '국민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쳤지 않나'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 특히 가장 추운 날씨에 '기자 여러분들 수고하신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오늘 저를 조사함으로써 개혁된 국정원, 그 이상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국정원을 개혁하러 왔지 삭제하러 오지 않았다. 과거 국정원의 병폐를 가장 피부로 느끼고 감사해야할 곳은 검찰이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서훈 실장으로부터 어떠한 삭제 지시도 받지 않았고, 또 제가 원장으로서 우리 국정원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 우리 국정원 직원들의 본연의 임무는 첩보 정보를 수집해서 분석하는 업무를 해서 대통령께 보고하고, 정책부서인 안보실이나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에 지원하는 것이지 정책 결정 부서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 검찰에서 묻는 말에 성실히 답하겠다. 추운 날씨에 감사하다."

정보 분석이 주 업무라고 했는데 정보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진 월북으로 단정한 것은 좀 이른 게 아닌가.

"그러한 분석관의 분석을 저는 절대적으로 신임하고 우리 국정원의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했다고 저는 판단한다. 저는 (분석을) 신뢰한다."

국정원이 사건을 공개했을 때 어떤 파장이 있을지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고서 취지는.

"그러한 것을 이야기하면 국정원법 위반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정원 직원들의 애국심과 헌신을 갖고 일하는 자세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분석에 대해서는 100프로 신뢰를 한다. 구체적 내용은 검찰에서 말하겠다."

삭제 지시는 없다고 했지만 보안 유지나 보안 교육은 실제로 했는데.

"검찰에서 이야기할 텐데. 보안은 모든 세계 정보기관의 제일 업무다. 자 그만할까요?" 

청와대 실무자가 국정원 직원에게 보안지침 전달했다고 하던데.

(박지원 전 원장, 취재진 향해 손인사하며 청사 입장)
#박지원 #문재인 #서훈 #소환 #손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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