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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말라' 안내대로 전자레인지 돌렸는데... "뻥!"

[제보취재] 고메 함박스테이크 조리하다 화상 사고... CJ제일제당 "이전 사례 없어"

등록 2022.10.20 21:23수정 2022.10.2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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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고메 함박스테이크. ⓒ 안홍기

 
즉석식품을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으려다가 나는 폭발사고는 대부분 비닐포장을 뜯지 않고 밀폐된 상태로 데웠을 경우 고열로 내부 공기가 팽창해 발생한다. 대다수 즉석식품이 전자레인지 조리시 포장을 뜯으라고 안내하고 있어 이제는 조리 전 포장 뜯기가 상식이 돼 있다.

부산에 사는 한 60대 남성은 지난 2일 즉석식품 포장을 뜯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으려다 포장이 폭발하는 바람에 왼쪽 허벅지에 2~3도 화상을 입었다. 가로세로 5cm 정도의 화상으로, 병원에선 치료에 4주 가량 걸릴 걸로 예상했다.

포장을 뜯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돌린 정씨의 잘못일까? 아니다. 이 남성이 데워 먹으려던 CJ제일제당 고메 함박스테이크 포장에는 큰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개봉하지 않고 전자레인지로 OK"

제조사가 포장을 뜯지 말라고 안내한 것이다. 이유는? 전자레인지 조리시 자동으로 포장에 구멍이 생겨 증기가 배출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이 맛의 비결이라고 자랑하는 증기배출 파우치다.

CJ그룹홍보 사이트인 CJ뉴스룸에 따르면 전자레인지 조리시 함박스테이크의 표면과 소스가 마르지 않도록 이같은 포장을 도입했다. 조리시 포장 내부 온도가 올라가 발생한 증기로 압력이 올라가서 일정 정도에 이르면 포장 옆면에 미세하게 형성된 통로로 증기가 배출된다. 뜯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폭발하지 않는 원리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이 남성이 당한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이 남성은 "전자레인지 문을 왼손으로 열고 오른손으로 봉지를 끄집어내는 찰나에 봉지가 빵 하고 터졌고, 뜨거운 소스가 왼쪽 허벅지에 튀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증기배출이 되지 않고 고온 고압 상태가 유지되다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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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이 설명하는 고메 함박스테이크의 스팀포장 파우치의 원리. ⓒ CJ뉴스룸

 
"뻥" 소리 나고 포장 뜯겨... "구멍을 내용물이 막으면..."


기자도 CJ제일제당 고메 함박스테이크를 1개 산 뒤 포장에 적힌 대로 전자레인지에 2분 조리해봤다. 기자의 함박스테이크는 폭발하진 않고 무사히 데워졌지만 조리하는 와중에 전자레인지 안에서 "뻥" 하는 소리가 났고 조리 뒤에 꺼내 보니 포장 상단 부분이 뜯겨 있었다.

다시 제품 1개를 더 사서 조리해봤다. 이번에는 조리 시작 1분을 지나면서 "쉬익"하는 소리가 났다. 고온의 증기가 배출구로 빠져나가는 소리로 생각된다. "뻥" 소리는 나지 않았다. 조리가 끝난 직후 봉지는 부풀어 있었지만 이내 쪼그라들었고, 포장 어느 곳에도 뜯어진 부분은 없었다. 제조사가 본래 의도한 조리과정이 이와 같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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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고메 함박스테이크. 전자레인지로 조리한 뒤 포장의 윗부분이 뜯겨 있다. ⓒ 안홍기

 
기자는 두 번만 조리해봤지만, 결과는 증기배출구의 작동이 원활한 경우도 있었고 반면에 증기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포장 상단이 뜯겨진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증기배출이 원활하지 않다고 해서 사고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증기배출 파우치의 작동에 편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남성 피해자가 당한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조리시 증기배출 파우치의 작동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은 CJ제일제당도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폭발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고객센터에 사고를 접수한 뒤인 4일 피해자를 만난 CJ제일제당 부산지사 직원은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회사가 가입한 제조물책임보험을 통해 치료비를 포함한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직원은 "스팀(증기) 구멍을 내용물 같은 것이 막으면, 그런 부분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지만, 그런 부분(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사에서) 얘길 한다"며 "그래서 보험처리를 해서 고객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자체의 결함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CJ제일제당도 이미 알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 자체의 결함이라면 같은 제품을 사서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는 다른 소비자에게도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보험사를 통해 보상 합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제품 안전성에 대한 점검 등 다른 사고를 예방하는 조치는 하지 않는 걸로 보인다.

CJ제일제당 "비슷한 사례 없어... 포장 납품 때마다 샘플 테스트 실시"

CJ제일제당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례 이전에 비슷한 일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며 "만약 이전에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면 당연히 원인을 찾고 제품개선을 하는 등의 조치를 했을 것이다.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제품을 계속 판매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증기배출 파우치에 대해선 정기적인 안전성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메 함박스테이크 포장을 한달에 두 번 납품을 받는데, 그때마다 완제품 상태로 100~1000개씩 증기배출구가 잘 작동하는지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샘플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같은 포장을 사용하는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똑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7년 9월 증기배출 파우치를 적용한 전자레인지 전용 냉장 간편식으로 고메 함박스테이크를 출시했고, 현재 같은 증기배출 파우치를 적용한 제품은 고메 치즈함박스테이크, 고메 토마토미트볼, 비비고 한입 떡갈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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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에서 증기배출 파우치 포장을 써서 제조하고 있는 4개 제품. ⓒ CJ제일제당

 
   
#고메함박 #CJ제일제당 #증기배출파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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