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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물고기가 안 와..." 마지막 어부의 호소

[인터뷰] 경남 함양군 임채길씨 "강 죽어가는데 아무도 내 얘기 안 들어"

등록 2022.09.24 11:59수정 2022.09.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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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길씨 ⓒ 주간함양

 
경남 함양에도 어부가 산다. 전체 면적 70% 이상이 산으로 둘러싸인 함양에서 임채길(82)씨는 평생 어부로 살아왔다.

"전국을 다녀도 엄천강만한 곳이 없어. 휴천면 문정, 한남, 용유담에 이르기까지. 이 강은 바위가 참으로 좋아. 은어가 살기 딱 알맞은 곳이지."
    
임씨는 휴천 한남에서 태어나 유림 우동마을에서 50여 년째 살고 있다.

유림 삼거리에서 35년간 식당을 하며 피리조림을 팔던 그는 30여 년 전 내수면 어업허가를 내고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물고기를 잡은 지 30년. 그는 "과거에는 투망을 던지면 물고기가 한 바가지씩 올라왔다"고 회상했다.

임씨에 따르면 이곳 사람들은 강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한다. 강에 뛰어들어 물놀이를 하고 물고기를 잡아 어탕을 해 먹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객지에 나가 살았어도 명절이나 휴가 때 고향으로 돌아오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강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올해는 누구도 강에 나가지 못했다. 무엇 때문일까?
  
"2년 전부터 물고기가 하나도 안 올라와. 올해는 한 번도 강에 못 나갔어."

임씨는 "그물을 쳐 놓아도 물고기가 한 마리도 올라오지 않았다. 평생 물고기를 잡았어도 올해 같은 때는 없었다"며 원인도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인근 산청군에서 강을 헤집으며 공사를 2년여간 했어. 산청 원지에서 열리는 은어축제 때는 그물로 막아놓아 은어가 올라오지 못했어. 도시가스공사도 비슷해. 황토물이 밀려와 다리 밑에 이끼가 가득했거든. 이러니 물고기가 살 수나 있었겠나 추측할 뿐이야."

누구를 탓하고 누구에게 하소연을 하나.
   
엄천강에는 최상위 포식자인 천연기념물 수달도 많다.

"밤에는 수달 때문에 그물을 칠 수 없어, 그물을 모두 뜯어버리고 물고기를 잡아먹거든."

임씨는 그물을 오후 5~6시에 친다. 두세 시간 후 오후 8시쯤 거물을 걷지 않으면 야행성인 수달이 나와 거물을 찢어 물고기를 가져가 버리기 때문이다.

올해는 치어방류 시기도 늦었다.

"은어는 벼가 익을 때쯤 오그라들어 죽어. 예전에는 잡어는 없어도 은어는 많았는데 늦게 올라오니까 크다 말았지. 물고기가 작으면 그물에 걸리지도 않아."

다리 위에서 강을 내려다만 봐도 시커먼 물고기 떼를 볼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보기만 해도 좋았던 강이다. 청정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어느새 이렇게 변해버렸나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은 아예 없어. 그게 제일 아쉬워. 강에 물고기가 사라져 버렸다는 게. 내수면에 어업허가를 내고 고기 잡던 어부가 여럿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취소하거나 사망했어. 허가를 내면 세금을 내야 하거든? 고기가 없는데 세금을 어떻게 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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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길씨 ⓒ 주간함양

 
임씨는 물고기가 있어야 강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다니면 물이 일렁거려. 그럼 녹조가 안 껴. 물고기가 없어봐  그럼 물도 죽는 거야. 녹조 낀 물엔 물고기도 못 살고."

그는 강을 살려야 한다며 누구든 붙잡고 하소연을 했지만,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 같았다고 표현했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어. 강이 죽어가고 물고기가 사라져 안타깝기만 한데 허공에 소리치는 격이었지. 오늘에야 내 말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 원 없이 얘기했네."

강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함양 마지막 어부, 올가을 엄천강에 배 한번 띄우고 싶다는 그의 희망이 이뤄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렸습니다.
#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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