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탄생, 위기의 검찰개혁

윤석열,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 공수처 앞날도 불투명... 국회와 여론 '방어막'

등록 2022.03.11 05:46수정 2022.03.11 05:46
81
원고료로 응원
a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법분야 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법조인 출신(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치 이력이 전무한 전임 정부 검찰총장이 곧바로 대권을 잡은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윤 당선자의 검찰 공약이 대선 기간 중 가장 뜨거운 평가를 받은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윤 당선자는 ▲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정상화 시도에 따른 존폐 여부 결정 ▲ 검찰에 예산편성권 부여 등을 제시했다.
 
보수·진보 진영 할 것 없이 '검찰중심 공약'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2월 16일자 <동아일보>는 <윤 '수사지휘권 폐지' 대놓고 검찰공화국 선언인가>라는 사설을 내걸었고, 같은날 <중앙일보>는 <검찰 개혁 부작용 손질해도 과거 회귀는 안 돼>라는 사설을 통해 "검찰권에 대한 견제와 민주적 통제를 위해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련기사 : 오죽했으면 동아·중앙도 '검찰 공화국' 우려... 조선만 침묵 http://omn.kr/1xdas) 
 
그러나 지난 2월 25일, 윤 당선자의 공약집 최종본에는 해당 내용이 수정·보완 없이 그대로 실렸다. 340페이지 책자의 마지막장, '사법개혁' 파트 속 검찰권 강화 공약들이 그것이다. 특히 이들 공약 중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완전 폐지'는 2년여 전 그가 검찰총장 신분으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윤 총장은 장관의 수사지휘 발동에 대한 분노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데자뷔] 2년 전 검찰총장 윤석열과 2년 뒤 정치인 윤석열의 '검찰권' 

 
a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0년 10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 "검찰총장 임기 마치고 정치할 생각이 있나."

윤석열 검찰총장 : "(중략) 지금껏 우리 사회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

 
첫 정치 참여의사를 내비친 2020년 10월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윤 당선자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검언유착 의혹부터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등 당시 추미애 장관의 잇단 수사지휘권 발동에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윤 당선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수사지휘권 발동'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원래 장관의 지휘권 근거 규정은 있긴 하지만, 장관과 검찰총장이 늘 상의하기 때문에 지휘권 발동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를 위해 입법안을 마련했던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검에서 받은 답변도 마찬가지다. 대검은 당시 조 의원의 질의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자 한 취지가 지켜질 수 있는 방향으로 검찰청법 개정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중론'을 제시한 법무부와 정반대 논리였다.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 정말 검찰의 독립성이 담보될 수 있을까. 사실 이 제도의 취지는 여타 비판들과 달리, 구체적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수사를 수행하기 위한 법이었다. 오직 검찰총장에 대해서만 장관이 수사에 개입하게 하되, 총장은 검찰권의 완충지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마련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의 권한 분산 없이 수사지휘권 폐지로 그 완충 역할이 사라진다면, 도리어 개별 수사에 대한 암묵적인 정치 개입이 용이해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우려다. 윤 당선자는 공약 발표 직후 취재진에 "법무부장관은 정치인이라, 구체적 사건을 지휘하면 악용될 수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과 일본 등 제도가 있어도 사문화된 다른 나라의 사례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선후가 잘못된 인식라고 비판했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지난 2월 21일 기자회견에서 "다른 나라 대부분은 검찰이 분권화 돼있고, 각각의 역할이 수평적으로 분할돼 있다. 우리처럼 검찰총장 1명이 직접 수사하는 시스템을 정리하지 않고선 대안을 말하기 어렵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다른 견제 없이) 검찰총장에 대한 외부 통제수단을 뺀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예고편] 유일한 빈칸, 인사권... '검찰 라인' 정치 회귀 가능성
 
a

2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민변 사법센터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검찰 공약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브리핑'에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실현 가능성은 있을까? 여소야대 정국에선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지휘권 폐지가 검찰청법에 근거한 만큼,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국회 문턱을 넘어야하기 때문이다. 
 
윤 당선자의 검찰 독립화 공약 중 유일한 빈칸은 검찰에 대한 인사권한이다. 지난 2월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시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 중용을 언급한 것을 보면, 인사권 만큼은 정부가 틀어쥘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검찰총장 시절 인사에서 배제돼 스스로 '식물총장'이라 토로했던 만큼 윤 당선자는 "대통령이 되더라도 사법업무에 개입하는 것은 국정을 혼란하게 만드는 것"라고 거리를 둔 발언을 얼마나 지킬지는 미지수다. (관련 기사 : 윤석열의 울분 "인사도 배제됐는데 내가 식물 아니냐" http://omn.kr/1pwq2 ).

김남근 민변 개혁입법특위원장은  수사지휘권 폐지와 같은 '드러난 통제' 보다, 검찰 측근 인사들을 통한 정부와 검찰 사이의 '암묵적 통제'를 우려했다. 그는 "청와대가 검찰 통제를 위해 검찰 고위직 출신을 민정수석이나 비서실장으로 앉혀 선후배 다스리듯 한 사례가 (문재인 정부 이전에) 있었던 만큼, 부활할 우려가 있다"면서 "당장 지검장, 검찰총장을 누가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히려 지엽적"이라고 말했다.
 
[전망] 국회와 언론의 감시 피하기 어려워 
 
한편으로 정권의 검찰 통제에 대한 국회와 언론의 감시가 더 활발하게 작동될 여지도 있다. 김남근 위원장은 "야당인 민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고, 검찰 통제의 필요성이 있는 만큼 언론의 감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병두 소장 역시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 법무부장관까지 검찰이 맡는다면 외견상 (수사지휘권 발동할 필요가 없으니) 잡음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당장 눈에 보이는 건 없어도 새로운 위험은 쌓이고, 언젠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검찰개혁 시도 이전으로의 '완전 회귀'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여러 정권들을 거쳐오며 검찰 권력 자체에 대한 국민의 비판의식이 형성되어 있고, '검찰권 독립'보다 '검찰권 통제'에 방점을 둔 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여론의 공감대가 높기 때문이다. 

오 소장은 이어 "오히려 구체적이고 확실한 개혁방안과 제도 모색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임기응변적 대응보다 원칙을 갖고 더 구체적으로 제도를 차근차근 개선할 수밖에 없다. 대안 없이 통제를 풀어준다는 것은, 권력 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 #검찰개혁 #당선 #검찰총장
댓글8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동네 뒷산 올랐다가 "심봤다" 외친 사연
  2. 2 '파묘' 최민식 말이 현실로... 백두대간이 위험하다
  3. 3 도시락 가게 사장인데요, 스스로 이건 칭찬합니다
  4. 4 1심 "김성태는 CEO, 신빙성 인정된다"... 이화영 '대북송금' 유죄
  5. 5 제주가 다 비싼 건 아니에요... 가심비 동네 맛집 8곳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