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히터를 틀자 소리가 나는 곳을 콕 찍어 가르키는 아기의 모습
최원석
지난번에 받은 영유아 검진에서도 담당 의사 분께 아기의 포인팅에 관한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기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 하는 데에 있어서 이 포인팅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포인팅을 아직 하지 않는다고 하자 의사 분께서는 아기가 좋아하는 것을 평소 어떻게 표현 하는지를 물었다.
아기는 좋아하는 것을 손을 뻗어서 표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안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두 손을 뻗어서 가려고 하고 원하는 물건을 달라고 의사 표현을 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두 손을 뻗어서 달라는 표현을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두 손을 뻗어도 주지 않으면 칭얼대거나 울어버린다고 전해 드렸다. 의사 분께 이렇게 말씀을 드리니 의사는 아기가 의사 표현을 시기에 맞게 정상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하셨다.
의사 분께서는 아기가 조만간 검지로 원하는 물건을 가리키게 될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었다. 의사 분의 말씀처럼 아기가 요즘 물건을 가리키는 귀여운 표현이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이런 행동을 하루종일 반복하는 아기 덕분에 아기 엄마는 이른바 설명을 계속해야 하는 설명 지옥에 빠져버렸다. 아기 엄마는 아기가 포인팅을 할 때마다 친절하게 아기가 짚은 물건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물건을 매번 알려주면서 아기가 더 자신의 표현을 잘 할 수 있도록 물건을 손가락으로 함께 가리켜 주고 기쁘게 바라봐 준다. 발달이 늦는다고 걱정을 하던 엄마에게는 이런 아기의 발전이 매우 반가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아기에게 정성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9개월 쯤 한다던 빠이 빠이도 아기는 하지 않았고 12개월 쯤이면 대부분의 아기가 한다는 짝짝꿍이나 잼잼, 곤지 곤지 등도 많이 늦었다. 그와 더불어 아기는 걷는 것도 느렸지 않은가. 시기에 맞게 시작한 아기의 손가락 포인팅은 그런 의미에서 많이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아기에게 물건을 말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노동이였다. 게다가 아기 엄마는 비염까지 앓고 있어서 더 힘들어 했다. 하지만 자신이 힘들지언정, 아기의 당연하고 반가운 발달을 지나칠 수는 없다고 아내는 판단을 했단다.
목에 좋다는 식품들을 부쩍 요새 아내가 챙겨 먹는 이유다. 엄마가 목이 아픈 사실을 아기가 알 리도 배려해 줄 수도 없는 일이다. 아기 엄마가 아기에게 물건들을 설명해 주기 위해 스스로를 챙기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자 유일한 방법인 최근, 아내의 일상이었다.
아기는 요새 들어 꾸준하게 원하는 것들을 더 자주, 정확하게 짚기 시작했다. 아기가 글자와 숫자, 식품들이나 물건들과 친숙해 지라고 붙여 놓은 포스터들이 빼곡한 아기 방은 아기가 제일 좋아하는 포인팅의 성지다.
이 아기 방에 들어서면 아기는 어김 없이 신이나서 물건들을 돌아가며 검지 손가락으로 짚는다. 그러면 아내가 함께 짚어 주며 설명을 해주고 알려 주는 모습이 요즘, 아기 육아의 일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