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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는 여성과 청소년 노린다? "전자담배 등 우회 마케팅"

청소년 62%는 가향담배로 흡연 시작... 편의점 담배 광고에도 무방비 노출

등록 2021.10.06 13:05수정 2021.10.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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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지켜츄> - 34화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이 해당 콘텐츠에 출연해 담배 회사의 주요 마케팅 대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튜브 채널 <지켜츄>


담배회사들이 전자담배와 가향담배 등을 앞세워 여성과 청소년층을 공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연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은 담배 회사들이 최근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흡연에 대한 거부감을 낮춘 신종담배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결과적으로 남성보다 흡연자 비율이 낮은 성인 여성과 청소년들에게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금연운동가인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도 지난 9월 9일 유튜브 채널 <지켜츄>에 출연해 "담배 회사의 주요 마케팅 대상은 성인 남성이 아닌 여성과 청소년"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여성과 청소년 대상 담배 광고는 법으로 금지돼 있고, 담배회사들도 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이같은 주장이 계속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봤다.

1990년대 공개된 미국 담배 회사 내부 문건

서홍관 원장은 지난 9월 27일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1990년대에 공개된) 미국의 담배 회사 내부 문건'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 미국 금연 관련 연구기관들이 자체적으로 개설한 '온라인 레거시 담배 문서 도서관(Legacy Tobacco Documents Library: LTDL)'에 공개된 1970, 80년대 담배 회사 내부 문건을 보면, 담배 제품 주요 공략 대상으로 '청소년'을 명시했다. 지난 1998년 공개된 '필립모리스(Philip Morris)' 내부 문건(1981년)에는 "10대는 미래의 잠재적인 단골 고객"이며, "10대의 흡연 습관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자사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이들 문건은 대부분 30~40년 전 과거 자료들이다. 지금도 유효할까?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은 9월 29일 "1990년대 공개된 미국 담배 회사 내부 문건에 (기록돼) 있는 일들이 지금도 그대로 일어난다"며 "담배 회사의 편의점 마케팅에 청소년이 관심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와 국내 처음 흡연 경험 연령이 13.6세인 점이 근거"라고 말했다.

편의점 계산대 담배 광고에 청소년도 무방비 노출
 

서울시 종로구 한 편의점 계산대에 필립모리스, KT&G 등 담배 광고판이 눈에 잘 띄게 설치돼 있다. ⓒ 박수림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지난 2017년 발표한 '편의점 담배광고가 흡연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아이트래킹(eye-tracking)' 실험 결과, 편의점 계산대 앞에 선 청소년들의 시선은 '편의점 직원' → '계산대 좌측 독립광고(KT&G 담배광고)' → '진열대 중간 담배광고' → '진열대에 꽂힌 담배' 순으로 쏠렸다. 점원을 바라볼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담배와 담배 광고에 시선이 머무는 셈이다.

또한 청소년은 담배에 맛이나 향을 첨가한 가향 담배에 노출될 때 흡연 유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해 5월 흡연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0년 국민 흡연자 인식 조사' 결과, 청소년 흡연자 가운데 62.7%는 가향담배(캡슐, 감미필터 등을 사용한 일반 궐련 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고 답해, 전체 응답률(33.8%)보다 2배나 많았다.

지난 2017년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연구('가향담배가 흡연시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바탕으로,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도한 뒤 지속적으로 흡연할 확률이 일반 담배보다 1.4배 높았다고 밝혔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담배 연기의 거칠고 불편한 자극적인 특성은 초기 흡연시도 단계에서 장벽으로 작용하는데, 가향담배는 이러한 자극적 특성을 숨김으로써, 일반담배보다 흡연시도를 쉽게 하고 흡연을 유지하도록 유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자담배 기기 마케팅'으로 담배 광고 규제 우회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등 국내외 4개 담배회사가 회원사인 한국담배협회는 9월 29일 <오마이뉴스>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일부 예외적인 방법을 제외하고 담배 광고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며, "담배 제조·수입판매사들은 현행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필립모리스도 9월 30일 서면 답변서에서 "필립모리스는 청소년은 물론, 기존 흡연자가 아니면 성인에게도 '아이코스(전자담배)'를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철민 서울대학교병원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9월 29일 "담배 회사가 기존 흡연자 외에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며 "담배 자체를 홍보하는 방식 대신 전자담배 디바이스(기기)와 신제품 홍보 방식의 마케팅이 온라인상에서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젊은 여성 흡연율 상승세... 보건복지부, 청소년 흡연 예방 활동
 

(좌)성별에 따른 현재 흡연율 추이 (우)여자 연령별 현재흡연율 추이 (현재 흡연율 : 평생 담배 5갑(100개비) 이상 피웠고 현재 담배를 피우는 분율) ⓒ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최근 20년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98년과 2018년 사이 남성 흡연율이 66.3%에서 36.7%로 30%포인트 정도 줄었지만, 여성 흡연율은 6.5%에서 7.5%로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20~40대 여성 흡연율'은 지난 20년간 약 2배 증가했다.

청소년 흡연율은 감소 추세지만, 보건복지부는 청소년 흡연 예방 활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9월 30일 <오마이뉴스>에 "흡연 시작 연령을 늦추고 금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청소년 흡연을 줄이기 위한 '노담(No 담배) 광고' 제작, '학교흡연예방사업', 유아 및 보호자를 위한 '유아 흡연위해예방교육'이 그 일환이다"라고 밝혔다.
#금연 #청소년 흡연 #담배회사 #여성 흡연 #흡연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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