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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에 생리대를 비치하게 된 이유

[공공월경대 프로젝트 "여기 있어, 생리대!"] 코로나19 이후 심각해진 월경 빈곤

등록 2021.07.22 14:24수정 2021.07.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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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휴지가 비치되어있는 것처럼 화장실에 생리대가 있는 걸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어디서나 누구든지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여성환경연대는 이러한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5월 24일부터 공공월경대 프로젝트 '여기 있어, 생리대!'를 시작했습니다. 공공월경대 프로젝트를 통해 수도권 지역 19개의 개방 화장실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생리대를 비치하는 사업을 운영하며 겪은 경험을 연재합니다.[기자말]
월경용품을 살 돈이 없어 깔창으로 대신한 '깔창 생리대' 사건(2016년 5월)이 발생한 지 5년이 흘렀다.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는 지난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이해 청소년(만 11세에서 만 24세까지) 1234명을 대상으로 청소년의 월경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84.7%(967명)는 비용이 부담돼서 월경용품 구입을 망설인 적이 있다고 답하였고, 청소년 중 98.1%(1210명)이 월경용품 구입에 드는 돈이 비싸다고 응답하였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 47.9%(590명)의 청소년들은 월경용품 구입 비용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2019년 여주시를 시작으로 모든 청소년에게 조건 없이 월경용품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조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련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2021년 7월, 도내의 14개 시·군에 거주하는 여성 청소년(만 11~18세)을 대상으로 '여성청소년 기본생리용품 보편지급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서울특별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조례만 마련되고 구체적인 시행 계획과 예산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19 이후 월경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 서울시청소년월경용품보편지급운동본부


"왜 생리대를 하나씩만 가져가야 하나요?"

그래서 여성환경연대는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공공월경대프로젝트 '여기 있어, 생리대!'를 기획하였다. 여성환경연대는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세 가지를 주요하게 고민했다. 먼저 이번 프로젝트가 지자체, 정부에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공월경대를 설치했을 때 사용되는 생리대의 개수를 매주 체크하는 일이 필요했다. 또한, 공공월경대를 운영하는 기관이나 이용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방안을 세심하게 모색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공을 위한 월경용품은 무엇인지에 대한 시민과 기관들의 인식을 바꾸어나가고자 했다. 사람들은 화장실에 생리대가 비치된다면 '꼭 필요한 사람이 하나씩만 가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월경용품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일주일이라는 월경 기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개수의 생리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공공월경대 프로젝트는 생리대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누구나 편하게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공공월경대 프로젝트 ‘여기 있어, 생리대!’의 포스터 ⓒ 여성환경연대

 

"너무 좋아요, 고맙습니다"

공공월경대를 이용한 시민들은 설문조사, 문자메시지, SNS를 통해 긍정적인 후기를 남겨주었다. "감사합니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으며 "휴지처럼 화장실에 생리대가 있으니 좋아요", "갑자기 생리대가 필요할 때 너무 든든해요"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었다.


많은 시민이 월경은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누구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수 있도록 월경용품을 화장실에 비치하기를 요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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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환경연대

5월 24일부터 시작한 공공월경대 프로젝트 '여기 있어, 생리대!'의 종료까지 이제 한 달 남짓만을 남겨두고 있다. 운영기관별 자세한 이야기는 곧 올라올 운영 기관 담당자의 후기를 기대하길 바란다. 

현재 서울시는 '공공생리대' 정책을 통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생리대를 비치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이 되기를 바란다. 월경은 개인이 홀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인권, 건강권, 학습권, 노동권의 문제이다. 누구나 자신의 소득, 경제 상황에 상관없이 안전하게 월경 할 수 있도록 월경용품 보편지급을 향한 여성환경연대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다.
#여성환경연대 #생리대 #보편지급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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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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