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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의 원래 명칭은 성미산이 아니다?

[인터뷰] '성미산' 명칭 개정 주장하는 서울 성산동 주민

등록 2021.06.23 11:30수정 2021.06.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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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이 잘못 지어진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마을 주민이 성미산 홍보 안내판에 ‘성미산의 명칭을 바로잡자’는 글을 써 붙였다. ⓒ 최정미


서울시 마포구에는 성미산으로 불리는 해발 66미터의 작은 뒷동산이 있다. 원래 명칭은 성미산이 아니지만 성산동, 서교동, 망원동, 연남동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이룬 공동체인 성미산마을, 산을 지키는 주민들인 성미산 지킴이 등 마을 주민들이 성미산으로 부르면서 명칭이 굳어졌다. 그렇다면 '성미산'의 원래 명칭은 무엇이었을까?

성미산이 잘못 지어진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마을 주민을 만나 보았다. 성산동에서 45년 이상을 살아온 토박이라는 그는 성미산 홍보 안내판에 '성미산의 명칭을 바로잡자'는 글을 써 붙이고 구청에 민원을 넣는 등 성미산의 정확한 명칭을 주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미산이 잘못 지어진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성산동 주민 김모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성산동에 오래 사셨나요?
"네, 어릴 때부터 성산동에서 살아서 제게는 고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성미산 홍보 안내판에 글을 붙이셨다는데, 어떤 내용의 글인가요?
"홍보 안내판에 설명된 '성미산'이란 단어가 잘못된 단어이므로 '성미산' 대신 '성산' 또는 '성미'를 써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 그렇다면 '성미산'이라는 이름이 잘못 지어진 거네요?
"'성미'의 '미'는 '뫼 산(山)'의 '뫼' 발음이 변해 '미'가 된 것이라 '성미산'은 산이 두 번 들어간 틀린 단어입니다. '역전 앞'처럼요."

- 언제부터 이렇게 쓰였는지 아시나요?
"고지도상에도 '성산리'라는 동네 이름이 있었고 20세기에도 지도상에 '성산'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산배수지 반대운동'을 주도한 단체가 성산을 주 활동무대로 하면서 '성미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이 단체가 지역행사, 언론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성미산'이 알려져 현재에 이르렀고, 지번주소에서 도로명주소로 바뀌면서 '성미산로'로 주소명이 바뀌어 '성미산'이라는 명칭이 더 굳어졌습니다."

- 안내 표지판에 글을 붙여 '성미산'을 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 명칭이 너무 굳어져서 이름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래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성미산의 유래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잘 모르고 다른 사람이 쓰니까 관습대로 써오고 있거든요. 마포구청에 민원을 올려도 주민들이 쓰니까 자기네들도 그냥 쓴다 그런 식이고, 주민들도 구청에서 그런 식으로 쓰니까 우리도 그렇게 쓰는 거라고 하고요. 저는 이에 대한 책임은 마포구청 쪽에 있으므로 올바른 이름을 사용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성미산'이라는 명칭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저도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이 성산을 '성미산'이라고 하길래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조사해보니 한자로 '성산', 한글로 '성미'만이 역사적으로 맞는 명칭임을 알았습니다. 따라서 '성산', '성미'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미산로라는 이름은 성산을 사이에 두고 남쪽은 성미산로라고 하고, 북쪽은 성산로라고 하거든요. 같은 산을 두고 이름을 다르게 하고 있어서, 그럴 바에는 위에는 성산로로 하고, 아래는 성미로로 바꾸는 것이 더 적합한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 요즘 성산 정비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비공사로 나무를 갑자기 많이 베어낸 것이 문제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생태 다양화가 목적이라지만 주민들에게 설명도 부족했고요. 성산에 천연기념물도 많은데 한꺼번에 많은 나무를 베면 생태교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무절제한 공사를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큰 나무를 벨 땐 숲이 보전되도록 시간을 충분히 두고 점진적으로 해야 합니다. 정해진 예산·사업 기간에 맞추기보다, 자연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주민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성산을 주민들이 어떻게 이용했으면 하시나요?
"마을 주민들이 성산을 운동이나 산책로로 잘 활용하고 있지만, 자신이 사는 장소의 유래와 역사를 올바로 알아야만 진정으로 자기 동네에 애정을 갖고 소중히 가꿀 수 있습니다. 성산의 역사적 유래에도 관심을 갖고 성산을 아껴주셨으면 합니다."

- 마지막으로 못다 한 말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성산', '성미'의 유래를 잘 모르고 있으므로 성산의 유래를 알 수 있도록 마포구청에서 주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틀린 명칭을 게시한 안내판을 철거하고 '성산', '성미'의 역사적 유래를 올바르게 홍보해야 할 것입니다. 성미산로 등 주변에 쓰이고 있는 명칭도 '성산', '성미'로 고쳐야 합니다. 성산 북쪽의 길이 '성산로'이므로 성산 남쪽의 길은 '성미로'로 이름이 변경되어야 합니다."
#성미산 #서울 #성산 #성미 #마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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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 맛집 탐방 등 문화를 사랑하며, 소소한 삶에서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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