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타워크레인을 훼손 사진을 보도한 <천지일보>(5/4)
천지일보
<천지일보> '포스코·GS건설 등 대형건설사 잇따른 잡음... 갑질에 안전논란까지'(6월 8일 이우혁 기자)는 GS건설 측과 통화를 통해 "현장에서는 없었던 일로 합의하자고 제안한 상태이고, 현재는 감지기를 다 뗐다", "CCTV는 사실 감지기이고 타워크레인 불법점거를 막을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천지일보>는 "보안업체가 건설 현장의 가장 중요한 장비인 타워크레인의 20㎜ 두께의 철판에 구멍을 수십 개나 뚫는 작업을 하는 동안 몰랐고, 감지기를 뗐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말한 셈"이라며, 안전문제에 무감한 GS건설의 문제를 짚었습니다. 기업의 일방적 주장을 홍보성 기사로 쓰는 <매일경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GS건설 노동현장의 진실입니다.
'파업 무보도' 동아일보·매일경제, 파업종료일 비판보도
타워크레인 노동조합 파업 관련 보도를 하지 않은 <동아일보>와 <매일경제>는 파업이 종료되는 날 노동조합 파업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보도를 냈습니다. <동아일보> '줄잇는 파업... 5월까지 근로손실일수 62% 늘었다'(6월 11일 송혜미 기자)는 "올해 노사분규는 5월까지 33건"이라며 "2020년 같은 기간 18건 대비 2배 가까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이유로 "하반기 노사 갈등은 더 첨예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고 주장했고, 예시로 "8일 타워크레인 노조, 9일 택배 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매일경제> '코로나 수렁 여전한데... "하투" 머리띠 매는 거대 노조'(6월 11일 김희래 기자)는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 경제가 간신히 회복 국면에 올라서자마자 노동계가 잇달아 총파업에 돌입"했다며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크레인 노동조합이 "불량 소형 타워크레인의 완전 퇴출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일경제>는 "문제는 국내 경기가 가까스로 회복세에 들어선 시점에 민주노총 등 거대노조가 파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라며 파업이 경기회복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의 "노조 요구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시켜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전체 경기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등 파업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주장을 연달아 실었습니다. 노동자 생명을 위협하는 크레인 문제는 침묵한 신문이 '파업으로 인한 경제손실'을 강조한 것입니다.
노동문제 침묵하며 약자 시각 없는 <동아일보> <매일경제>
<동아일보>와 <매일경제>의 보도는 노동자 파업을 공격하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노동자가 파업에 나선 원인은 제대로 조명하지 않으면서 파업이 끼치는 악영향 등을 부각해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보도형태입니다. 노동조합이 반복해 산업재해를 일으키는 소형 크레인을 퇴출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이를 외면하고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일어나지도 않은 악영향을 부각했습니다.
두 신문 보도는 철저히 기업 입장에서 쓰였습니다. 노동자 사망보다 파업으로 인한 기업 손실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 파업은 기업 입장에서는 '손실'이겠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급여지급 중단 혹은 축소'를 뜻합니다. 즉,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 대가를 포기하면서까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방식입니다.
진정 소수자와 약자의 시각에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언론이라면 '강자의 불편함'이 아닌 '약자의 생명권'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동아일보>와 <매일경제>의 보도행태는 단순히 기업을 대변함을 넘어 약자 권리를 짓밟는 기득권의 시각입니다.
일하다 죽지 않게, 노동자 목소리 담는 언론 되길
최근 몇 년 간 한국 언론이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심각성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노동보도 태도도 한걸음씩 진전을 이뤄왔습니다. <경향신문>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서울신문> '달빛 노동 리포트' 등 산업재해 사망사고 전반을 짚고, 소외된 산업재해에 주목하는 보도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워크레인 노동조합 파업 보도가 보여주듯 여전히 언론을 통해 다뤄지지 않는 노동자 이야기는 많습니다. 언론이 관심을 갖고 보도하지 않는다면 '무사히 집에 돌아가게 해달라'는 노동자의 외침이 국민에게 닿을 수 없습니다.
타워크레인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목표는 간단합니다.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가동되고 있는 위험한 소형 타워크레인의 운행을 멈추고 안전한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에는 타워크레인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인물이 등장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크레인 사고였어. 넘어오는데 그대로 깔려버렸어."
"비싸서 그래. 사람보다 크레인이. 그래서 낡은 크레인을 계속 쓰는 거야. 검사를 하긴 하는데 무조건 통과하더라."
2015년 발간된 해당 소설의 등장인물은 2021년 우리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노동자로 엄연히 존재합니다.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문구가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동 문제에 대한 언론의 폭넓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6월 4~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 <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빅카인즈에서 '타워크레인' 검색 후 키워드 일치 검색으로 나온 결과 중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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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타워크레인' 재해, 언론의 한결같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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