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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죽었는데"... 홈플러스, 아내에 '정규직' 제안 논란

[현장] 마트노조 "황당한 일, 과로사 대책 마련하라"... 3월부터 평일 차량 축소, 업무 증가

등록 2021.06.01 12:13수정 2021.06.0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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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홈플러스 본점인 강서점에서 배송노동자 최아무개씨 사망사고 관련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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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홈플러스 본점인 강서점에서 배송노동자 최아무개씨 사망사고 관련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종훈

 
"남편이 쓰러지고 장례치를 때까지 홈플러스는 한 번도 찾아오지도 않았다."

홈플러스 본사인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배송업무를 하다 지난 5월 25일 사망한 배송노동자 최아무개(48)씨의 아내 이아무개씨가 1일 남편이 일하던 홈플러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아내 이씨는 "제 시간은 (남편이 쓰러진) 5월 11일 오전 8시 20분에 멈췄다"면서 "건강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뇌사판정을 받은 남편을 떠나보내기까지 너무나 오래 걸렸다"라고 고백했다.

"남편과 계약한 (하청업체) 이편한물류에서만 찾아와 '회의해서 보상을 하겠다'고 하더라. 무슨 말이든 듣고 싶은데 계속 회의만 하고 있다고 한다. 일 년을 끌건 지 몇 달을 끌건 지 궁금하다."

남편 최씨는 2019년 3월부터 홈플러스 본사인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배송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마흔 여덟의 특별한 지병이 없던 그는 지난 5월 11일 출근준비 중 쓰러졌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출혈로 인한 뇌사판정을 받고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결국 지난 25일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홈플러스, 사망한 최씨 아내에게 보상 대신 '정규직'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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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홈플러스 본점인 강서점에서 배송노동자 최아무개씨 사망사고 관련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종훈

 
1일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홈플러스 강서점은 지난 3월부터 평일 20대로 운영하던 업무를 16대로 줄여 운영했다. 이로 인해 한 명이 감당해야할 배송권역과 노동강도가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씨는 지난 4월 15일부터 23일까지 9일 연속 근무를 했다. 

'평일 차량 축소' 운영과 관련 홈플러스측은 <오마이뉴스>에  "주문량이 많은 요일은 모든 차량을 운영하고 주문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요일은 배송이 필요한 수준의 차량만 운행한다"면서 "탄력적 차량배치를 통해, 줄어든 배송량과 기사분들 휴식권 사이의 조화를 꾀하는 운영을 하고 있다. 이는 기사 분들의 동의를 얻은 점포(사이트)만 선별해 시행했다"라고 답했다. 


마트노조가 주장하는 '업무상 과로' 주장에 대해 홈플러스는 "사고 전 주인 5월 3일부터 9일의 평균주문율은 약 80% 정도였다"면서 "5월 9일은 의무휴업일 이었다. 10일 월요일 주문율이 100%였지만 통상 의무휴업 다음 월요일은 보통 주문율이 95~100% 정도다. 고인은 오후 7시 45분께 배송구역인 강서점 인근에서 최종 배송을 마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당사를 위해 근무하셨던 분에 대해 도의적인 차원에서 유가족분들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정규직을 제안드렸다. 그리고 병원치료비와 장례비 지원도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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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홈플러스 본점인 강서점에서 배송노동자 최아무개씨 사망사고 관련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종훈

 
홈플러스의 이러한 제안에 대해 마트노조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유족 입장에서 정말로 어이가 없는 일"이라면서 "제대로 된 보상과 사과는 고사하고 말도 안 되는 제안만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마트노조는 공식 입장을 통해 "유족에게 진정어린 사과와 보상을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면서 "온라인배송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사망사건에 대해 홈플러스가 직접 책임지라"라고 요구했다.

홈플러스는 "아내분께서 당사에 근무할 경우 남편 분이 생각날 것 같다는 심리적 우려로 인해 (제안을) 거절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규직 근무는 여전히 유효하며 유가족 측에서 다시 제안을 수락하시면 언제든지 근무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홈플러스 #배송 #과로사 #강서구 #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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