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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적자 행진 중인데 쿠팡 몸값 치솟은 이유

외신들, 기업가치 33조~55조원 전망... 전세계 기관투자자들의 선택 주목

등록 2021.02.18 13:20수정 2021.02.1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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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쿠팡 본사의 모습. ⓒ 연합뉴스

 
오픈마켓 쿠팡에는 오래도록 '만년 적자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온라인 유통업계의 비약적인 성장과 함께 쿠팡의 덩치는 커졌지만 매년 큰 영업 손실을 기록해왔기 때문이다.

쿠팡의 매출은 2015년 1조130억원으로 처음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2017년에는 2조6813억원, 2018년 4조원, 2019년 7조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13조원대를 넘어섰다. 매년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에 비례해 영업손실도 2016년 5652억원, 2017년 6228억원, 2018년에는 1조1383억원까지 늘어났다. 다만 전체적인 적자 규모는 2019년 7488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5257억원까지 떨어지면서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계속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현재, 쿠팡의 예상 몸값은 기대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외신이 분석한 쿠팡의 기업가치는 300억달러(33조원)에서 500억달러(55조원)에 달한다. 

블름버그통신은 올해 초 쿠팡의 상장 추진 소식을 전하면서 기업가치를 최대 300억달러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쿠팡 상장에 대해 지난 2014년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 상장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외국 회사 기업공개(IPO)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기업가치로 500억달러를 제시했다.  

시장 점유율 1위의 힘

만년 적자 기업이 미국 주식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비싼 몸값을 자랑하게 된 건 온라인 유통업계 1위 기업으로서의 프리미엄 덕분이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덩치'다.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당장의 이익 창출 능력보다는 고객 수를 비롯한 시장 지배력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온라인 업체들에게 중요한 건 시장 점유율이지 지금 당장 이익을 내는지 여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점유율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데이터로 미래에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평가받는 것"이라며 "쿠팡은 이미 배달 서비스인 쿠팡 이츠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인 쿠팡플레이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쿠팡은 온라인 유통업체이기 때문에 (유통으로) 이익을 내는 게 중요하지만, 동시에 플랫폼 기업이라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그 고객을 활용해 추후에 돈을 어떻게 벌어들일지가 중요하다"며 "G마켓이나 11번가, 위메프, 티몬 등 타 경쟁업체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온라인 유통업계 1위인 쿠팡의 지위가 무너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쿠팡은 또 주력사업 분야인 유통 부문에서의 흑자 전환 가능성도 플러스 요인이다. 주영훈 연구원은 지난 달 26일 보고서에서 "2018년 전 연간 -7억9000만 달러에 달했던 영업현금흐름이 2019년 -5억3000만 달러로 개선됐고 2020년에는 -1억8000만 달러까지 축소됐다"며 "아무리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2021년 영업 현금 흐름은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주 연구원은 또 '규모의 경제'의 이점을 살려 쿠팡 재정 여건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쿠팡의 매출총이익률(매출로부터 얻은 이익의 비율)은 각각 16.5%, 16.6%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판관비율(매출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26.7%에서 21%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앞으로 매출이 증가하면 판매·관리비의 절대 금액은 늘겠지만 이미 쿠팡이 전국에 100여 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지은 만큼 규모의 경제 효과가 생겨 판관비율 자체가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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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쿠팡 서초1배송캠프에서 직원이 배송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쿠팡이 지난해 7월 출시한 풀필먼트 서비스 '로켓제휴'가 쿠팡의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켓제휴는 알고리즘이 재고를 예측해 판매자에게 알리면, 판매자가 쿠팡 물류센터에 상품을 보내고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하면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전달하는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다. 

현재 쿠팡은 판매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사들여 소비자 주문 시 배달(로켓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재고 처리 부담이 뒤따른다. 반면 로켓제휴에서 쿠팡은 유통 '위탁' 업무만 담당한다. 때문에 재고 부담이 상품을 위탁한 판매자들에게 돌아가 쿠팡으로선 재고 부담이 줄어든다. 아마존 역시 FBA(Fulfillment By Amazon) 시스템을 통해 매출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유 연구원은 "쿠팡의 로켓제휴는 아마존의 FBA와 완벽히 닮아 있는 만큼 앞으로 쿠팡의 매출액을 빠르게 늘려줄 것"이라며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8년 1조1000억원대에서 2019년 7000억원대로 줄어들고 있는 만큼 로켓제휴가 더해진다면 매출 성장과 동시에 흑자 전환을 노려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33조? 55조? 60조?

이런 쿠팡의 미래 가치 때문에 국내 애널리스트들도 쿠팡의 기업가치를 후하게 평가하고 있다. 유승우 연구원은 쿠팡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15일 낸 보고서를 통해  쿠팡의 몸값을 60조7000여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액 13조2508억원에 올해 한국 시장 성장률 전망치(9%), 온라인 유통기업들의 평균 주가매출액비율(PSR, 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값) 등을 고려해 계산한 값이다. 

유 연구원은 "쿠팡의 매출액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전년 대비 각각 40.1%, 62.2%, 64.3%, 85.2% 성장했다"며 "이번에 9%로 계산한 성장률이 더 높아진다면 기업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수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보수적인 평가도 없지 않다. 박종대 연구원은 쿠팡의 시가총액이 33~5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판단을 유보했다. 박 연구원은 "쿠팡은 국내 전체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15%라 (각국 1등 기업인) 알리바바나 아마존 대비 할인을 적용했을 때 33조~55조원이 된다는 말이지, 그게 합리적인 가격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며 "한국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는 쿠팡이 1등이지만, 전체 온라인 시장에서만 본다면 네이버가 1등이고 온라인 식품 시장에선 신세계의 쓱(SSG)이 1등이라 각각 영역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쿠팡의 실제 기업가치는 전세계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딜로드쇼(Deal Roadshow, 투자자 설명회)가 마무리되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쿠팡 주식을 사겠다는 기관 투자자들이 많아질 경우 주식 공모가는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 반면 기관 투자자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할 경우 상장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쿠팡 #쿠팡상장 #쿠팡IPO #쿠팡주식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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