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지원금 유용 사건 유죄, 진상규명 필요"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밀양 한 마을 지원금 판결 관련 입장 밝혀

등록 2018.05.29 16:21수정 2018.05.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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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 경과지에는 '돈'으로 얽혀 있는 비리와 갈등이 송전탑이 완공된 지 4년이 지나도록 사그러들기는커녕 마을의 분란과 갈등을 구조화하는 요소로 주민들을 지금껏 괴롭히고 있다. 정부의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가 매우 절실하다."

밀양송전탑 경과지 마을이장 부부의 한국전력공사(한전) 지원금 유용 의혹사건과 관련한 1심 판결에 대해, 29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밀양대책위)는 이같이 촉구했다.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형사1단독(이승호 판사)은 지난 24일 밀양송전탑 지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 마을 전(前) 이장 부부에 대해 선고했다. 부부한테 유죄가 인정되어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이 마을은 2013년 10월 밀양송전탑 공사가 대규모 공권력을 동원하여 시작될 무렵, 현장 투쟁이 가장 활발하던 곳이었다. 당시 투쟁에 앞장서던 이장 부부가 중심이 되어 돌연 합의로 돌아섰고, 이에 논란이 있었다.

밀양대책위와 해당 마을 주민들은 이장 부부가 입건된 직후부터 내내 한전이 왜 3억 9000만원이라는 거액의 보상금을 경과지에서 멀리 떨어져 사실상 밀양송전탑과 무관한 사찰에 지원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해왔다.

이번 판결에서는 2014년 3월경부터 2016년 10월 7일 사이 한전과 사찰, 이장 부부한테 돈이 오고간 상황이 밝혀졌다. 고발 이후 그 돈은 전액 반환되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밀양대책위는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밀양대책위는 "한전과 사찰 사이에 체결된 '3억 9000만원 지급 합의'가 의문"이라며 "있지도 않은 반대 집회를 근거로 3억 90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전이 당시 마을 이장에게 '표충사 입구에 반대 주민들의 집회가 있어서 표충사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2014년 3월은 이미 반대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사찰에서 4km 가량 떨어진 바드리 입구에서 모두 철수한 상태였다"고 했다.

'형평성 문제'와 관련해, 이들은 "실제 송전탑 경과지인 부북면 장동마을은 25세대임에도 마을보상금은 1억 5000만원에 불과하며, 송전탑 피해와도 아무 관계 없는 사찰 입구 4km 근방 도로의 집회를 근거로 종료된 지 4개월이 지난 시점에 3억 9000만원의 거액을 지원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이들은 "한전 특수사업보상내규상 사찰에 지급할 근거가 없다"며 "1심 선고를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한전이 사찰에 지급한 보상금은 경과지 토지 소유자들의 지정이 아니라 한전이 이장을 통해 사찰에게 그 뜻을 전하여 지급한 것이므로 이 또한 해당사항이 없다"고 했다.

'합의서 작성과 지급 시기의 격차'가 있다는 것. 이들은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한전과 표충사 간의 3억 9000만원 보상 합의서가 작성된 시기는 2014년 3월이지만, 실제 이장이 한전에 선지급금을 요청한 시기는 그로부터 3년 4개월이 지난 2016년 7월이다"고 했다.

이어 "무려 3년 4개월이 지난 뒤에 지급금이 요청된 것은, 한전의 지급 근거도 설득력이 없으며, 합의 명목으로 알려진 '문화재 보수 등' 명목 또한 그다지 긴요하지 않았음을 의심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양대책위는 "이는 '내규 위반'이고, '경영상의 판단'이었다고 하더라도 형평성과 규모의 적정성, 그리고 이 돈이 결국 이장 부부의 사기에 동원되었다면 한전 직원의 '업무상 배임'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고 했다.

밀양대책위는 "4억에 가까운 공기업 자금을 송전탑 건설과 그 피해와도 무관한 사찰에 선뜻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3년 4개월 동안 기다려주었다가 사기를 당하고만 한전은 호구집단이란 말인가?"라며 감사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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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018년 1월 17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주저앉히려는 사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행태를 규탄한다. 정부는 적폐청산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밀양송전탑 #한국전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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