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은 '화해의 산물'이랍니다

[서평]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한국사 베스트 25장면 <이덕일의 당당 한국사>

등록 2017.05.19 14:07수정 2017.05.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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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도 음영은 있게 마련입니다. 병자호란이나 을사늑약처럼 감추고 싶고 부끄러운 역사도 있지만 한글창제나 6·10민주화운동처럼 두고두고 자랑하고 싶은 역사도 있습니다.

한국사 베스트 25장면 <이덕일의 당당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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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당당 한국사> / 지은이 이덕일 / 펴낸곳 도서출판 아라미 / 2017년 4월 20일 / 값 14,000원 ⓒ 도서출판 아라미

<이덕일의 당당 한국사>(지은이 이덕일, 펴낸곳 도서출판 아라미)는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인 저자, 역사학자인 이덕일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한국사로 선정해 정리한 베스트 25장면입니다.

책은 '한국사를 빛낸 글로벌 역사인물' 4장면, '한국사를 빛낸 위대한 승리의 순간들' 8장면, '한국사를 빛낸 자랑스러운 세계의 유산' 4장면, '한국사를 빛낸 찬란한 과학과 문화' 9장면으로 엮여 있습니다.

'역사를 빛낸 글로벌 역사인물'로는 장보고, 이정기, 고선지, 흑치장지를 꼽고 있으며, '한국사를 빛낸 자랑스러운 세계의 문화유산'으로는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직지심경>, 석굴암을 꼽고 있습니다.

팔만대장경은 한국불교사에서 호국불교를 상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국제적인 문화재입니다.

팔만대장경은 불교국가였던 고려가 "부처의 힘으로 외적을 방어하겠다는 마음으로 조판"하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무신정권과 승려들 간에 벌어진 무참한 살인과 반목을 해소시키기 위한 화해의 산물이었다고 합니다.


최충헌이 집권하던 고종 4년(1217), 거란군이 쳐들어오자 최충헌은 승려들로 승군(僧軍)을 구성해 전쟁에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승군들은 거란군과 싸우는 대신 패잔병을 가장해 개경으로 되돌아와 최씨 무신정권을 공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싸움의 결과는 최충헌의 승리로 끝이 났고, 최충헌은 성문을 닫고 도망간 승려들을 수색해 피가 개울물처럼 흐를 만큼 많은 승려들을 죽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최씨 무신정권과 불교계의 사이는 나빠질 대로 나빠졌습니다.

최충헌은 불교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자신의 둘째 아들을 조계종 승려로 출가시키기까지 하지만 불교계와의 반목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아들 최우가 즉위합니다.

'최우의 측근 중에 여동생의 남편 장안(鄭晏)이 있었다. 그는 불심이 깊은 사람이어서 최우와 불교계가 다투는 것을 걱정했다. 그러던 중 대구 부인사에 보관되어 있던 대장경 목판이 몽골군에 의해 불탔다는 소식을 듣자, 이를 최우와 불교계를 가깝게 해줄 수 있는 계기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바로 라로 불타버린 대장경을 다시 만드는 국가적인 사업을 벌이는 것이었다.' - <이덕일의 당당 한국사> 164쪽

최고 권력자의 최측근이었던 정안은 일방적으로 권력에 편승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집단인 승려들과 화해하기 위해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식읍(食邑)에서 나오는 모든 재원을 팔만대장경을 만드는데 희사했습니다.

화해의 산물, 팔만대장경

이로써 자칫 대를 이어 반목할 수도 있던 최씨정권과 불교계의 불편한 관계가 사실상 끝났다고 합니다. 정안이 불심 깊은 불교 신자인 이유도 있지만 반목하고 있는 두 권력을 화해시키기 위해 사재까지 들여 팔만대장경을 만든 것입니다. 이로써 두 집단은 화해하게 되고 우리 민족은 오늘날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민족의 보물을 갖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단순히 역사적으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역사를 통해 배우고, 깨닫고, 직면하는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근·현대사,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고 있는 작금의 정치사회적 흐름에도 반목할 만한 갈등과 피해자는 발생하게 마련입니다. 갈등과 반목을 해소할 수 있는 역사적 키워드는 정안이 팔만대장경을 만든 것처럼 피해자가 감동할 그 무엇인가로 감싸고 보듬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객관적 사료에 근거해 이끌어내는 논쟁적 주제로 50여 권의 역사서를 펴낸 저자가 꼽은 '한국사 베스트 25장면'은 생생한 사진 자료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역사를 접할 수 있는 새로운 탐방이 될 것이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덕일의 당당 한국사> / 지은이 이덕일 / 펴낸곳 도서출판 아라미 / 2017년 4월 20일 / 값 14,000원

이덕일의 당당 한국사 -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한국사 베스트 25장면

이덕일 지음,
아라미, 2017


#이덕일의 당당 한국사 #이덕일 #도서출판 아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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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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