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취업규칙'보다 '사회통념'의 힘이 세다

[노동위원회 해고구제신청 사례⑪] 장기간 무단결근으로 해고된 버스노동자

등록 2017.03.15 13:57수정 2017.03.1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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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 최규화


"부당하게 지방 노선으로 배차가 돼서 항의 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 밖에 없었습니다."

30일간 무단결근으로 징계해고 된 신근식(52세, 남, 가명)씨는 "다른 분들은 정상적으로 근무를 하면서 항의를 하셨는데, 혼자 왜 이렇게 오랫동안 결근을 하셨어요?"라는 질문에 그는 "결근이 아니고 가장 강하게 항의하기 위해 승무거부를 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는 비교적 명확하게 "무단으로 7일 이상 결근 시 해고"라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다. 신씨의 부당해고 신청은 노동위원회에서 '기각'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해고이유로 명시되어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해고가 정당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취업규칙이 사회적 통념상 이루어질 수 있는 해고의 요건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할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통념에 반하므로 해고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체협약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위원회가 해고사건을 다룰 때 주로 인용하는 판례가 있다.

"해고는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 된다."

특히 취업규칙의 경우 근로기준법에는 '과반이상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의 의견을 들어 제정 및 개정된다'라고 되어 있지만 대부분 노동조합이 없는 다수의 사업장에서 사측에 의해 형식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조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신씨의 경우 30일이라는 긴 기간이 걸렸다. '사회통념'을 넘어갔다고 본 것이다. 이는 반대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3일을 무단결근 할 경우 해고할 수 있다"고 되어있더라도 사회통념상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면 부당해고로 인정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취업규칙 제정에 노동자들이 제대로 참여할 수 없었다는 사실, 취업규칙을 제대로 구비해 놓지 않아서 볼 수가 없었다는 상황, 너무 오래되어서 현실과 맞지 않는 취업규칙이라는 점은 노동위원회 심판회의 과정에서 그 취업규칙을 해고 및 징계사유로 봄이 타당한지, 또는 얼마나 참고해야하는 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문서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사회통념', '보편적 가치'의 힘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신문 '금속노동자'에 중복 기재됩니다.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심판회의 #취업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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