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의 7시간은 어땠을까, 꼭 우리 아이들 찾아야"

오는 1월 9일이 세월호 참사 1000일, 4월 돼야 선체 인양한다는데...

등록 2016.12.28 15:12수정 2016.12.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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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떠난 세월호에 탑승한 304명의 소중한 생명들이 차디찬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오는 1월 9일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째 되는 날이지만 아직 세월호 안에는 9명의 미수습자가 남아있다. 지금도 미수습자의 가족들은 진도 팽목항 컨테이너 숙소에 머물며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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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리뷰


"우리의 시간은 2014년 4월16일에 멈춰있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의 말이다. 박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이 아닌 이곳 진도 팽목항에서 생활하고 있다. 팽목항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오는 시민들과 대화할 때면 박씨는 세월호 선체 인양이 시급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박씨는 "아직 세월호 안에는 우리 아이들과 희생자들이 남아 있다"며 "9명의 미수습자들을 잊지 말아 달라. 국민들이 힘을 모아 하루빨리 선체인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정부는 세월호를 연내 인양하기엔 불가능하다며 이르면 내년 4월에 가능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박씨는 가족들에게, 특히 허다윤양의 언니인 첫째 딸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안산에서 생활하고 있는 딸도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자식이다"며 "1000일이 다 되도록 안산과 진도에 떨어져 지내고 있다. 하루 빨리 다윤이를 찾아야 한다"고 울먹였다.

또 다른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매 순간순간 우리 은화가 떠오른다. 얼마 전에 은화 또래의 한 여학생이 찾아왔었다. 마치 우리 은화를 보는 것 같아 그 학생을 안고 함께 울었다"며 "아이들은 우리를 떠난 게 아니다. 항상 우리 곁에 함께 있다"고 답했다. 이씨는 세월호의 아픔에서 벗어나 해결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씨는 "더 이상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아이들을 빨리 찾아서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만 궁금해 할 것이 아니라 희생자들의 7시간, 가족들의 7시간도 궁금해 해야 한다. 꼭 우리 아이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휴 동안 '세월호' 찾은 시민들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종교의 유무를 떠나 모두가 행복한 날이지만 유난히 팽목항은 바람이 세찼고 쓸쓸해 보였다. 다행히 24일 이른 새벽부터 팽목항은 방문객들의 차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0416 노란리본 클럽' '녹색당' 등 여러 단체에서도 미수습자 가족들과 연휴를 함께 보내겠다며 찾아왔다. 대구, 광주, 서울, 대전 등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시민들은 50여 명에 달했다. 팽목항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평소보다 2~3배 많았다.

이날 모임을 준비한 노란리본 클럽 김태우(41)대표는 "모임 주최로 명절이나 연휴 때는 가급적 팽목항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보내려고 한다"며 "세월호가 인양되고 진실이 밝혀질 때 까지 모임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도 감사함을 표했다. 가족들은 "사람들이 우리를 대할 때 '아픈 엄마', '세월호 유가족'이란 인식이 짙게 깔려 있던 것이 부담스러웠다"며 "하지만 정말 가족처럼 힘들고 외로울 때 곁에서 함께 해주셔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세월호합동분향소가 위치한 안산 화랑유원지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찾았다. 취재진이 25일 오후 9시쯤 합동분향소에 도착했지만 늦은 시간에도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합동분향소 관계자는 "25일 하루 동안 400명가량의 시민들이 이곳을 찾으셨다.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숫자다. 연휴라 그런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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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성탄절을 맞아 안산 단원구 초지동 안산합동분향소에는 더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 충청리뷰


합동분향소 안 희생자들의 영정사진 밑엔 가족, 친구들의 편지와 선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미수습자 권혁규군의 영정사진 밑은 시민들이 선물한 장난감과 간식들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하루 빨리 돌아와야 한다', '항상 기도하겠다' 등의 메모를 남겼다.

안산 단원고등학교 선생님이었던 고 정희주, 고 김초원 희생자의 영정사진 밑에는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제자들의 손 편지들이 놓여있었다.

미수습된 조은화·허다윤양의 위패에는 사진 대신 '세월호 속에 아직 은화, 다윤이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고 김호연군의 영정사진 밑에는 평소 좋아하던 햄버거가 식은 채 놓여 있었다. 분향을 마치고 나온 한 시민은 "곧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며 "희생자들도 하루 빨리 수습되길 기도한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팽목항을 찾았던 정미진(26)씨도 "지역에서 열린 촛불집회가 끝나고 문득 팽목항의 겨울은 너무 추울 것 같아 찾게 됐다"며 "세월호 침몰의 아픔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희망을 잃지 않고 미수습자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위해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미수습자들을 위한 부스를 지역 촛불집회에서도 운영할 계획이다.

박원순·안희정 팽목항 방문... 문재인, 고 김관홍 잠수사 가족 방문

지난 24·25일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유력 대선주자들의 팽목항 방문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팽목항을 찾은 건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은 언론에 밝힌 것처럼 조용히 팽목항 인근을 둘러보고 곧바로 분향소로 향했다.

이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과 간담회를 가진 박시장은 '세월호 인양에 적극 힘써 달라', '배가 올라오면 사람부터 찾아 달라'는 가족들의 부탁을 듣고, 직접 담근 유자청을 전달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튿날인 25일, 직접 차를 운전해 부인과 함께 팽목항을 찾았다. 안 지사는 외부에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팽목항을 찾았으며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과 만나 함께 식사를 하며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전 대표도 같은 날 오전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수색작업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 고 김관홍씨의 가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문 대표는 직접 준비한 장난감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세월호 #7시간 #충청리뷰 #충북인뉴스 #박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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