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시장 붕괴, '골든타임' 놓치나

등록 2016.06.16 10:08수정 2016.06.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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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브 현재 위기 상황에 직면한 딜라이브 ⓒ 장서진


국내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업체 '딜라이브'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21개 기관으로 이루어진 대주단의 채무조정안 논의는 진전될 기미가 없고, 상환 여력 부족 상태에 놓인 KCI의 영업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안정적인 유료방송 가입자를 기반으로 꾸준히 이익을 창출하는 알짜 사업에서 성장동력을 잃어 버린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케이블TV 시장. 회생 불가의 상태에 놓인 업계의 사정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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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TV / IPTV 가입자수 하락세가 뚜렷한 케이블 TV 산업 ⓒ 장서진


전년 대비 매출 330억 하락…이대로 가다간 미래 없다

이는 예정된 비극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케이블TV 시장의 성장 정체가 기정사실화 된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 포화와 저가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 IPTV의 등장으로 인한 가입자 이탈 등이 가속화된 해당 시장은 이미 악순환에 매몰되어 있다.

구체적인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케이블TV 가입자는 전년보다 13만 명이 감소한 1461만 명을 기록했다. 합산 매출액은 2조 34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0억 원이 줄어들었다. 케이블TV 업체들의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케이블 업계는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더 암담한 사실은, 이러한 현상을 보고도 기업의 성장을 견인할 대안조차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사업자의 맹공세와 업계의 고질적 한계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금,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순간이다.

자체 콘텐츠에 매료된 시청자들…이유 있는 코드 커팅


해외 케이블 업계의 사정도 국내와 다르지 않다. 미국은 현재 케이블 서비스를 끊는 '코드 커팅(cord cutting)' 광풍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3년만 해도 760만 명의 케이블 가입자가 가입을 해지했다. 2010년 510만 가구에서 4년 만에 44%가 증가한 셈이다. '헤리스 인터내셔널'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5%가 케이블 가입을 낭비로 여기고, 35세 이하 세대의 코드커팅은 12.4%에 달한다.

이탈의 원인은 명료하다. 시청자들은 '콘텐츠'를 따라 이동했다. 미국 최대 케이블 업체인 '컴캐스트'의 가입자 수를 추월한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예다. 현재 넷플릭스는 자체제작 등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며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아마존, 구글, 애플 등 미국의 대형 정보기술(IT)기업들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이를 미뤄봤을 때 콘텐츠 '투자'에 힘을 실어야 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 명백하다.

한계에 직면한 미국 케이블TV 시장은 합병에서 답을 찾았다. 업계 2위인 '타임워너 케이블'과 3위인 '차터'가 합병에 성공, 1위인 '컴캐스트'와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구축한 새로운 요금,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등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조선해운업계 몰락 반면교사로…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지양해야

최근 일어난 조선해운업계 몰락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의 대표적인 기간산업이었던 조선해운업은 현재 해양플랜트 인도 지연과 수주 급감 등 대내외적으로 쏟아진 악재들로 회생 불가 상태에 놓였다. 최근 5년 4개월 사이 '조선 빅3'와 '해운 빅2' 기업의 전체 시가총액은 45조 이상 폭락했다.

이러한 상황 속 정부의 늦장대응은 업계 몰락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이미 4~5년 전부터 조선해운업의 부실 징후와 구조조정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었으나, 적기에 대응하지 못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 중인 국책은행들의 손실은 국민들이 떠안게 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대응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정부의 감시기능 마비와 무리한 투자로 촉발된 '저축은행 사태'는 20조 이상의 국민 혈세를 앗아갔음은 물론, 최소 4만명 이상의 피와 땀이 담긴 돈이 공중에 흩어졌다. '대마불사' 식의 방만한 경영과 때 늦은 구조조정으로 수천 억의 피해를 본 STX, 동양그룹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국가 경제의 뿌리를 흔들어 놓은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적기를 놓친 구조재편과 정부의 안일한 대처라는 골자를 가지고 있다. 초기에 제압할 수 있었던 작은 불씨를 자처해서 커다란 화마로 키운 꼴이다. 앞선 사례에서 보았듯, 취약한 구조에 대한 신속한 보강과 부실한 산업에 대한 새로운 동력부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늦장대응 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반복되는 패턴이 결국 누구에게 피해를 안기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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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케이블 TV 산업의 미래에 주목해야 할 때 ⓒ 장서진


유료방송 업계도 일촉즉발의 상황... 도미노 현상 막으려면

유료방송 업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고 초고화질(UHD) 대용량 콘텐츠가 제공되는 디지털 시대. 아직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케이블TV 산업이 미래를 찾기란 쉽지 않다.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방송법이 정한 지역의 독점 사업권에만 안주한다면 케이블TV 산업은 조용히 침몰, 결국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케이블TV가 독자적으로 발전할 방법은 극히 드물다고 단언한다. 해외자본 혹은 약탈적 재무투자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기보다는, 건전하고 장기적인 국내자본 유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케이블TV는 전송망 관리 등 노동집약적 산업. 적자가 나고 파산할 경우 국민들이 떠안아야 할 경제문제는 심각해진다.

180여 일을 넘기며 장기화 되고 있는 SKT와 CJHV의 인수합병이 아쉬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업계의 사정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케이블TV 산업의 구조재편은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기 때문이다. 대척점에 서 있는 이해관계자들은 이를 '장악' 혹은 '독점' 등으로 묶어 깎아내리기에 급급하지만,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인수합병을 기반으로 재편될 유료방송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과 산업 파급효과다.

이제 두 눈을 가리고, 두 귀를 막아야 할 시기는 지났다. 자사 이익에 눈이 먼 이해관계자들의 힘겨루기에 휩쓸리기엔, 최근 조선 해운업에 일어나고 있는 비극이 유료방송산업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골든타임'이 지나버린 후의 응급처치는, 단순한 구색 맞추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위키트리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케이블TV #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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